영적으로 부요했던 서머나 교회

요한계시록 2장과 3장을 보면 소아시아 7개 교회에 대한 말씀이 나옵니다. 개중에는 에베소 교회처럼 이름이 익숙한 교회도 있지만, 서머나 교회처럼 그 이름조차 낯선 교회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주님께 칭찬과 함께 야단을 맞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떤 교회는 칭찬은 받지 못하고 야단만 맞기도 하였고, 또 다른 교회는 야단은 맞지 않고 칭찬만 받기도 하였습니다. 서머나 교회는 두 번째로 언급된 교회였습니다. 서머나 교회하면, 왠지 여름이 생각납니다. 서머나, “서머”와 비슷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서머나는 “어머나” 교회라고 기억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머나 교회가 있었던 서머나는 7개 도시 중에서는 유일하게 현존하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이즈미르”라는 이름의 도시입니다. 에베소에서 북쪽으로 약 35마일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지금도 아름다운 도시이고, 그 당시에도 번영했던 도시였다고 합니다. 서머나는 BC 1,000년 그리스 식민지가 되었다가 BC 600년 리디아 사람들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었고, BC 290년에 재건되었습니다. 서머나도 다른 소아시아 도시들처럼 우상 숭배와 로마 황제 숭배가 성행했던 곳인데, 로마의 여신 신전과 티베리우스 황제 신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누가, 언제, 어떻게 여기에 교회를 세웠는지 알려진 것이 거의 없습니다. 다만 폴리갑이라는 분의 전기에 의하면 바울이 에베소에서 사역하는 동안에 서머나로 와서 교회를 개척했다고 전해질 뿐입니다.
AD 70년에 예루살렘이 로마 군대에 함락된 후 많은 유대인들이 서머나로 이주했고, 이들은 로마 정부와 협잡해서 서머나 교회를 핍박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머나 교회 초대 감독이었던 폴리갑이 순교를 당하기도 하였습니다. 서머나 교회는 유대인들과 로마 정부의 박해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신앙을 지켰던 곳입니다. 서머나 교회는 폴리갑 순교 이후에도 거의 200년이라는 순교의 시대 잘 버텼다고 합니다. 서머나 교회 외적으로는 아주 초라하고 작은 교회, 거기다가 환난과 궁핍이라는 열악한 환경 가운데 있었던 교회였습니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별 볼 일 없는 교회, 존재감 자체가 없는 교회였습니다. 세상적으로 보면, 아무 소망도 없고 앞날의 밝은 미래도 보이지 않고 연약한 교회였습니다. 그렇지만 주님의 평가는 달랐습니다. 부요한 교회이고 부요한 사람들이라고 평가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인정하시는 교회는 크고 화려한 건물을 가진 교회도 아니고 어떤 어려움도 없이 승승장구, 일취월장하는 교회가 아닙니다. 심령이 가난한 사람들이 모인 교회이고, 하나님만 붙잡고, 하나님께만 위로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교회입니다. 고난이 계속될 것이고,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해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 눈으로 보이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관점을 가지고 상황을 바라보아야 좌절하지 않고 죽도록 충성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죽도록 충성한다는 말은 우리가 순종하기만 하면 충성할 수 있는 능력도 함께 주신다는 전제가 포함된 말씀이고, 충성하라는 말은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환경이 가져다주는 어려움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끝까지 충성하겠고 결단하면, 결단하고 발을 옮기기만 하면 주님께서 감당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공급해 주기 때문입니다. 끝까지 충성하겠다고 결정하면 하나님께서 끝까지 충성할 수 있도록 하실 것입니다.
그러면 서머나 교회는 그 후에 어떻게 됐을까요? 자료를 찾아보니까 서머나 교회는 AD 100년부터 313년 – 로마 제국이 기독교를 인정한 때 – 까지, 즉, 꼬박 200년 이상 핍박의 시대를, 혹독한 핍박을 버텼던 것입니다. 말씀 그대로 순종하고 버텼던 것이었습니다. 로마 제국에 기독교가 공인이 되고 국교가 된 다음에 소아시아 지역에는 수많은 기독교 유적이 남겨졌습니다. 하지만, 그 후 아랍과 터키 사람들이 이 지역을 점령한 다음에 무슬림이었던 이 사람들은 교회는 물론이고 기독교 유적을 다 없애버렸습니다. 또 대지진이 일어나면서 도시 자체가 없어져 버리는 곳도 많았습니다. 놀랍게도 서머나는 소아시아 7개 지역 중에서 유일하게 남아서 현대 도시로 지금도 있고, 더 놀라운 것은 서머나가 있는 소아시아 지역이 무슬림 지역이었던 17세기에 폴리갑 기념 교회가 그곳에 생겼습니다. 말할 수 없이 작고 초라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폴리갑 기념 교회가 존재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도 사람들이 모여서 매 주일마다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합니다. 서머나, 서머나 교회가 있었던 곳, 서머나 교회 성도들의 기도와 눈물과 결단이 있던 곳이기도 합니다. 서머나 교회, “작은 거인”이라는 별명을 붙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