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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las
수요일, 7월 3, 2024

[박우람 교수] 진리를 향한 난해한 여행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 미국 Johns Hopkins대학 기계공학 박사 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 재미한인과학기술자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

우주 삼라만상의 원리를 찾으려는 부단한 노력은, 비록 그 목표가 순수하고 결과는 경이롭다 하더라도, 그 과정은 즐겁지도, 순탄하지도 않다. 특히 기존의 경험이나 지식과 상충할 때 더더욱 그러하다.
20세기 초, 물리학은 두 가지 큰 변혁을 맞이했다. 하나는 아인슈타인이 정립한 상대성이론이고, 나머지는 양자역학이다. 초창기 양자 물리학자들의 주장을 아인슈타인은 끝까지 반대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이야기다. 이번 칼럼에서는 상대성이론 이야기를 나눠 보고자 한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고속으로 상대 운동을 하는 물체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느려진다. 우주인이 우주선을 타고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가면 우주인의 시계는 지구에 있는 사람의 시계보다 느리게 간다. 그런데 모든 것은 상대적이므로 우주인의 관점에서는 반대의 일이 일어난다. 우주인은 자신이 우주선과 정지해있고 지구가 우주선으로부터 멀어진다고 느낀다. 따라서 우주인이 보기에는 지구에 있는 사람의 시계가 느려진다.
여기서 유명한 쌍둥이 역설이 등장한다. 쌍둥이 형제 A와 B가 있다. A는 지구에 있고, B는 우주선을 타고 매우 빠른 속도(예컨대 빛의 속도의 절반)로 지구에서 멀어진다. 10년 동안 지구에서 멀어진 B는 다시 지구를 향해 같은 속도로 돌아온다. 총 20년 동안 우주여행을 마친 B가 쌍둥이 형제 A를 만나면 둘은 같은 나이로 보일까?
A의 관점에서는 B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여행했기 때문에 B의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결과적으로 B가 더 젊을 것으로 예상한다. B의 관점에서는 A가 이동한 것처럼 보이므로 A가 더 젊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맞는 말일까? 과연 누가 더 젊어 보일까?
정답은 ‘우주여행을 한 B가 더 젊어 보인다’이다. 특수 상대성 이론이 나온 뒤 수십 년간 학계에서는 이 쌍둥이 역설을 위한 다양한 설명 방법이 발표되었다. 모든 방법이 깊은 물리학적, 수학적 지식을 필요로 하지만, 여기서는 그 중 대표적인 한 가지만 간단히 짚어보자.
쌍둥이 역설이 발생하는 이유는 B의 우주여행에서 진행 방향이 한 번 바뀌는 것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B의 운동 방향이 바뀌는 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고려하면 이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
B의 운동 방향이 바뀐다는 것은 가속도가 생긴다는 것이다. 가속도는 운동의 속력이나 방향이 바뀌는 빠르기를 나타낸 것이다. 가속도가 생긴다는 것은 물체에 힘이 가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속에 의한 관성력이 중력과 같다는 것을 아인슈타인이 알아내어 등가원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즉 B가 중력이 큰 별 주변을 돌며 진행 방향을 바꾸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은 B가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고 B의 운동 방향을 바꾸려면 중력의 크기도 매우 커야 한다는 점이다.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이론을 통해 중력은 시공간의 곡률이 만들어내는 기하학적 현상임을 밝혔다. 즉 무거운 질량 주변에는 시공간이 뒤틀리는데, 여러 물체 주변의 뒤틀린 시공간이 만들어내는 상호 작용이 마치 힘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고 그것이 중력이라는 것이다.
B의 방향을 바꾼 큰 별 주변으로는 시공간이 뒤틀려 있고 그 속을 지나간 B는 시간의 왜곡을 겪게 된다. 즉 B의 시계가 느려진다. 중력에 의한 시간 지연은 GPS 위성 운영에도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GPS 위성 속의 시계는 지구 중력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지구 위의 시계보다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인다. 동시에 GPS 위성은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시계가 느려지는 효과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중력에 의해 매일 45마이크로초 빨라지고, 고속 운동의 의해 매일 7마이크로초 느려진다. 이를 보정하여 우리가 편리하게 GPS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쌍둥이 A의 관점에서 B는 고속으로 여행을 다녀와서 자신보다 젊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B의 관점에서 A가 상대적으로 멀어지므로 자신이 더 빨리 나이 들고 있다고 느낀다. 그러다가 큰 별 주변을 돌며 운동 방향을 바꾸고 나니 자신의 시계는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지구의 A는 이미 꽤 늙어있다. 한참을 날아 지구에 도착해서 자신보다 늙은 A의 모습을 확인한다. 이렇게 쌍둥이 역설은 역설이 아닌, 하나의 정답에 도달한다.
이 문제를 생각하다 보면 상대성 이론에 등장하는 ‘동시성’이라는 재미있는 개념을 만나게 된다. 쌍둥이 역설에서 고속 운동을 통해 A와 B의 시간이 두 배 차이가 난다고 가정해보자. 즉 지구 위의 A의 관점에서 B가 떠난 지 4년 뒤면 B의 시계는 2년이 지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것은 A가 생각하기에 B의 시계는 어떨까를 논한 것이다. B가 자기 시계를 보며 2년이 된 것을 확인했을 때 B의 생각에는 A의 시계가 1년을 가리킨다. 애써 쌍둥이 역설을 해결했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듯하다. 이 모순이 모순으로 보이는 이유는 우리가 ‘동시’를 고전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계를 보며 옆 사람과 ‘동시’에 무언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쌍둥이 A와 B는 그렇지 않다. B가 고속으로 운동하여 B의 시공간이 뒤틀려 A의 시공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진리를 향한 여행, 난해하고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우주를 이해하려는 물리학자들의 노력, 아름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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