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 국가로 알려진 아르메니아가 수십 년 만에 가장 심각한 종교 자유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국제 로펌 ‘암스테르담 앤드 파트너스(Amsterdam & Partners)’가 발표한 새 보고서에 따르면, 니콜 파쉬냔 총리 정부와 아르메니아 사도교회(AAHC) 간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보고서는 파쉬냔 총리가 2026년 총선을 앞두고 교회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권위주의적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위 성직자와 교회 후원자들이 정치적 이유로 체포되고, 교회 기관들이 체계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구금 중인 인물에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총리 퇴진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2년형을 선고받은 미카엘 아자파얀 대주교와, 교회의 주요 후원자인 사업가 사믈 카라페티안이 포함된다. 카라페티안은 지난 6월 17일 교회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이후 구금되어 있으며, 그의 자산 또한 몰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또 “총리의 국민 지지도는 하락하고 있지만, 아르메니아 인구의 97.5%가 소속된 아르메니아 사도교회는 여전히 국가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국제 사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의회 종교자유위원회 부의장 피터버러의 잭슨 경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 국가에서 신앙을 지킨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기독교 공동체는 폭력과 협박, 구금의 위협 없이 자유롭게 예배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301년에 설립된 아르메니아 사도교회는 300만 인구 중 약 60%의 신뢰를 받고 있으며, 오랜 세월 동안 아르메니아 민족 정체성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23년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 패배 이후 정부와 교회의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다. 전쟁으로 10만 명 이상의 아르메니아인이 난민이 되었고, 정부의 위기 대응 실패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보고서는 “파쉬냔 총리가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인종 청소를 막지 못한 이후, 비판하는 이들을 박해하고 있다”며 “총리는 교회의 수장인 가레긴 2세 총대주교를 축출하기 위해 온라인 공격을 포함한 비상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 분석가 앨리슨 뮈즈는 “교회가 이런 실존적 위협을 받은 것은 소련 시절 숙청 이후 처음”이라며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기독교 단체들도 공동 성명을 통해 아르메니아 정부의 종교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기독교연대인터내셔널(CSI)’, ‘콥틱 솔리데리티’, ‘SOS 크레티앙 도리앙’ 등은 지난 7월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가 성직자와 교회 후원자를 대상으로 한 체포, 재산 몰수, 성지 압수수색을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CSI는 또한 정부가 총대주교를 국가가 임명한 위원회로 대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교회를 국가 통제 아래 두려는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파쉬냔 총리는 이에 대해 “반기독교적이고 반국가적인 요소로부터 교회를 구하려는 것일 뿐”이라며 정치적 탄압 의혹을 부인했다.
세계교회협의회(WCC)도 최근 성명을 내고 “성스러운 공간 내 폭력과 성직자 구금을 깊이 우려한다”며, 정부가 종교 지도자와 기관의 존엄과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WCC 제리 필레이 총무는 “아르메니아 사도교회는 국가의 영적·문화적 삶의 중심”이라며 “정부는 종교 자유와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교회와의 대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미주 기독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