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판사가 루이지애나 주에서 모든 공립학교 교실에 십계명을 게시하도록 규정한 법률이 위헌이라고 선언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존 W. 드그라벨스 미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177 페이지 분량의 판결문을 통해 “루이지애나 주 하원 법안 71은 차별적이고 강압적이다. 이 법은 주가 선호하는 종교적 가르침을 받아들이도록 공립학교 어린이들에게 압력을 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루이지애나 주의 법은 켄터키 주의 유사한 법을 무효화한 1980년 미국 대법원의 판결과 상충되며, 십계명 게시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종교적 권리를 침해한다”며 “이번 판결은 사회에서 신앙 표현을 더욱 돋보이게 하려는 보수적인 단체들에게 일시적인 좌절감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공립학교는 종종 갈등의 장이 되고 있는데, 종교적 권리 행사와 주 및 지방 공무원이 특정 종교를 다른 종교보다 우대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욕구가 종종 충돌한다”면서 “공립학교에 십계명을 표시할 수 있는 헌법적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6월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미국 최초로 모든 공립학교 교실에 십계명을 의무 게시하는 법에 서명했다. 법안은 “주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의 교육기관은 십계명을 포스터 크기로 각 교실에 걸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 법은 오는 2025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당시 법안을 발의한 공화당 소속 도디 호튼 주 하원의원은 법안 서명식에서 “십계명은 미국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 법안은 교실에 ‘도덕적 규범’을 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적 인권 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이번 판결에 환호하며 성명을 통해 “공립학교는 주일학교가 아니다. 오늘의 결정은 신앙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환영 받는 공간으로 남을 수 있도록 보장한다”며 “공립학교를 이용해 아동을 자신이 선호하는 기독교 신앙으로 전환하려는 루이지애나 주 의원들에게 현실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반면 공화당 소속의 주 검찰총장 리즈 머릴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법원의 결정에 강력히 반대하며 즉시 항소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항소심은 가장 보수적인 연방 항소 법원으로 널리 알려진 뉴올리언스 소재 제5연방 항소 법원에 회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