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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11월 24, 2024

[조장호 목사] 자연에서 만난 하나님 (1) – 까마귀

웨이코 한인교회 담임 조장호 목사

이 세상에 하나님을 알려주는 두 가지의 책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성서요, 다른 하나는 하나님이 지으신 피조 세계입니다. 물론 자연을 보고 기독교의 하나님을 바로 알아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타오르듯 붉게 물든 저녁노을을 보면서, 광활하게 펼쳐진 갈대밭을 보면서, 바다 위로 솟구쳐 오르는 물고기 떼를 보면서 경탄하는 사람은 이 모든 것들을 아름답게 지으신 분을 어렴풋이 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물주는 분명 아름다운 분임에 틀림없는 것이지요. 아름다움은 무질서 속에서 우연찮게 만들어지는 법은 없습니다. 오랫동안 품은 생각 가운데 만들어지고, 거기에 생명의 자유로움과 새로움이 더해질 때, 아름다움은 경이로움을 띠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성서에는 자주 산, 강, 바람, 새, 꽃과 같은 피조물들이 등장합니다. 예수께서는 들에 핀 백합화를 생각해 보라 하시며 그 아름다움은 솔로몬의 영광보다도 더하다 하셨습니다. 이사야서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포도나무에 비유하시며, 좋은 열매를 맺기를 바라셨다고 합니다. 그가 그 포도나무를 심은 농부이시기 때문입니다. 구약성경에서는 자주 하나님의 백성을 그가 기르시는 양 떼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성서는 자연을 통해 하나님을 보는 어떤 눈을 우리에게 열어줍니다. 같은 백합화를 보아도 믿는 사람은 그것에 향기와 아름다움을 부여하신 하나님을 연상하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커다란 바위를 보면서 이스라엘의 반석이신 하나님을 생각하게 되는 것도 같은 이치라 하겠습니다. 그러니, 신자에게는 성서뿐 아니라 피조 세계도 하나님을 가리키고 있는 책으로 읽힙니다.

구약성서에 욥이라는 의로운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는 하루아침에 엄청난 재난을 당합니다. 그리고 왜 의인이 이 세상에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가 하는 깊은 회의에 빠집니다. 그가 자신이 겪는 고난의 이유에 대하여 친구들과 논쟁을 하는데, 마지막에 하나님이 나타나셔서 욥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십니다. 이 질문들의 요점은 하나님이 이 세상을 어떻게 지으시고 보존하시는지 너는 아느냐 하는 것과 너는 그런 일들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하나님이 세상을 완전한 지혜로 돌보고 계시다는 말입니다. 그 질문 중에 아래의 구절이 등장합니다. 

까마귀 새끼가 하나님을 향하여 부르짖으며 먹을 것이 없어서 허우적거릴 때에 그것을 위하여 먹이를 마련하는 이가 누구냐 (욥 38:41)

까마귀 새끼를 보면서 하나님에 대해 몇 가지 배우게 됩니다. 우선 하나님은 까마귀 새끼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돌보시는 분이십니다. 전능하신 하늘의 하나님이 무엇이 아쉬워서 광야 저 구석의 이름도 알 수 없는 나뭇가지 위해서 삐약 거리는 까마귀에게 귀를 기울이실까요? 당신이 직접 지으신 귀한 피조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사람은 오죽하겠냐는 것이지요. 아무리 우리가 없이 살아도, 어린 까마귀 마냥 별 볼일 없는 인생이라도, 하나님은 주목하시고 긍휼히 여기신다는 말일 것입니다.

물론 하나님이 까마귀 새끼에게 직접 먹을 것을 주시는 것은 아닙니다. 어미 까마귀가 먹이를 줍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것이 바로 당신이 까마귀 새끼를 돌보시는 방식이라 하십니다. 사람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고 사람에게만 고마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실은 하나님께서 돌보고 계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그 누군가를 통해 나를 위로하시고, 일으켜 세우시고, 기회를 열어주셨다, 그 말입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보이지 않게 일하시는 하나님의 손을 알아보아야 합니다.

또 한편으로 이 구절은 하나님이 어미 새를 사용하여 그 새끼들을 돌보셨듯, 우리를 통해 우리 자녀와 이웃들을 돌보신다는 것도 가르칩니다. 자녀들을 “내가” 돌본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참으로 돌보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나는 부모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도구입니다. 이 뜻을 이해하면, 하나님께서 누군가를 도우려 하실 때 나를 사용하시라고 내어드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누군가를 통해서 일하시기를 기뻐하시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하나님께서 은밀히 일하기를 원하시니, 나 또한 모르게, 생색내지 않고 돕는 것이 맞습니다.

까마귀 새끼 같은 미물도 우리를 하나님의 긍휼한 마음과 은밀한 일 하심으로 초대합니다. 자연은 그러한 숨겨진 계시로 가득합니다. 컴퓨터 화면을 끄고 잠시라도 동네를 걸으며, 혹은 근처 공원을 걸으며 자연을 음미해 보십시오. 혹 까마귀 비슷한 것이 날아가거든, 하나님의 손길을 마음속으로 묵상해 보십시오. 그것이 어찌 까마귀에게만 국한되겠습니까? 하나님은 우리 모두를 더욱 긍휼히 여기고 생각하시며 돌보고 계십니다. 이 눈이 열려서 바람 속에서, 햇살 속에서, 나뭇가지 틈에서, 강아지의 눈 속에서 하나님을 발견하고 그의 마음을 보실 수 있기를. 또한 욥과 같이 하나님의 사랑과 의로우심을 의심하게 될 때에도, 은밀하게 여전히 우리를 돌보고 계시는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기를 빕니다. 자연이 우리를 가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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