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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1월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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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재 교수] 세로토닌과 우울증

전동재 박사 UT사우스웨스턴 의과대학에서 콜레스테롤 대사관련 질병을 연구하는 과학자이다. 현재 Dallas Baptist University에서 겸임교수로 학생들에게 생명 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WHO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에서 2억 8천만명의 사람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어느 연령이 가장 우울할까? 18세에서 29세 사이의 젊은이들의 21%가 우울증을 앓고 있어 가장 우울한 연령대를 차지했다. 취업난을 뚫고 경제적인 자립을 이뤄야 할 뿐만 아니라 연애나 결혼 같은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해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경우만 보면 보건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70대가 가장 우울하고 그 다음이 20대로 나타났다. 아름다워야 할 청년의 때와 평안해야 할 노인의 때가 가장 우울한 상황이다. 최근 2024년 Gallup의 한 연구에 의하면 29%의 미국인이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든지 우울증을 앓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처럼 우울증은 삶에서 편만하다.
병이 있어 우울증을 앓는 것도 있지만 우울해서 다른 지병이 생기는 것도 사실로 봐야 한다. 예를 들면 우울증을 지닌 성인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64% 심혈관 질환을 앓을 확률이 높다 (NIH, Heart disease and depression: A two-way relationship 2017). 반대로 파킨슨 환자의 50%, 암환자의 25%, 중풍 환자의 10-27%, 심장마비 경험이 있는 환자의 3분의 1이 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NIH mental health 2002). 이렇듯 우울증과 질병은 서로 인과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여성이 남성들 보다 두배로 많이 우울증에 시달린다. 왜 그럴까? 사회적 요인을 보더라도 여성이 돌봄의 주체로 남성보다 감정 노동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나 노인들을 돌보는 일들, 집안 일들, 가족 일정 관리 등은 보통 여성들의 어깨에 놓이는 경우가 현실이다. 이런 일들로 둘러 쌓여 있는 여성들은 보통 자신의 정서나 몸을 돌보는 일에 소홀하기 쉽다. 수면 부족이나 영양부족, 운동부족, 개인시간 부족으로 시달린 여성들이 우울증에 빠질 확률이 높았던 것이다 (Forbes Health, Dr. Scioli). 호르몬의 변화도 여성에게 우울증 성향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임신, 출산 그리고 폐경기로 인해 겪게 되는 갑작스러운 호르몬 변화는 종종 수면과 정서에 상당히 영향을 주고 우울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우울증에 취약함을 말해준다. 무엇보다 섬뜩한 통계는 우울증이 매년 전체 자살의 3분의 2에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White House conference on Mental Health 1999). 우울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세로토닌(Serotonin, 5-HT)은 동물의 위장과 혈소판,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 전달물질이자 호르몬이다. 세로토닌이 행복감을 포함한 기분 상승 및 활력을 불어넣는 호르몬이라는 사실은 195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결핵(Tuberculosis)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약인 Iproniazid 가 공교롭게도 우울증 환자들의 무기력증을 완화시켰다. 조현병 혹은 정신 분열증(Schizophrenia) 치료제 목적으로 사용되었던 Imipramine도 예상치 못하게 우울증 증세를 완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약리학적 과정을 살펴보니 이 두 성분 모두 뇌 속에서 세로토닌의 양을 늘렸다. 모든 신경 전달 물질이 그렇듯이 세로토닌도 분비가 되면 신경세포 사이의 공간(Synapse)에 잠시 머물고 있다가 역할이 끝나면 다시 신경세포로 재 흡수되거나 분해되는 과정을 겪게 된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들에게서는 이 세로토닌의 분비양이 낮았던 것이다. 제약회사들은 세로토닌을 좀더 오래 시냅스에 머무르게 할 전략으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SSRI;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를 찾기 시작했다. 글로벌 제약회사인 Eli Lilly에서 1972년 Fluoxetine을 개발하여 1987년 Prozac이라는 이름으로 최초의 우울증 치료제를 출시했다. 세로토닌만 높이면 우울증이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최근 수십 년의 관련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를 보면 우울증이 있으나 없으나 세로토닌 농도에 큰 차이는 없다는 결과들이 나왔다. 우울증은 생각보다 복잡한 질환이고 이를 천편일률적으로 세로토닌 결핍으로 환원시킨 것은 아닌지 회의하기 시작했다. 세로토닌과 우울증과의 관계는 아직도 과학적으로 논쟁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성경에 갈멜산 대결의 영웅인 엘리야가 우울증에 사로 잡혀 죽기를 바라는 내용이 나온다. 천사가 로뎀나무 밑에서 자고 있던 그를 어루만지고 숯불에 구운 떡과 물을 먹게 했다. 또 잠들자 천사는 다시 한번 그를 어루만지고 또 다시 음식을 먹였다. “멈추다”라는 영어 단어 HALT는 Hunger, Anger, Loneliness, Tiredness의 첫 알파벳을 모은 것과 같다. 우울증은 배고픔, 화남, 외로움, 피곤함과 관련 있다. 하나님께서도 충분한 수면과 적절한 식사로 엘리야를 우울증에서 회복시켰다. 외적 홀로됨으로 인한 외로움은 공동체 속으로 나아갈때, 내적 고독에서 오는 외로움은 하나님과 독대할 때 사라진다. 사실 외로움이나 고독이 없으면 우정과 결혼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의 친밀감이 창조 될 수 없다고 영성가 핸리 나우엔은 말한다. 홈리스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엠마우스 운동을 시작한 프랑스 신부 아베 피에르가 자살하려는 자를 만났다. 그의 이야기를 경청한후 그 신부는 섣불리 위로하는 대신 그에게 죽기전에 자신을 좀 도와줄 수 있는지 물었다. 도움을 받아야 할 상황에 오히려 도와 달라는 그의 부탁에 그가 자살을 멈췄다는 일화가 있다. 자살을 생각하는 자에게 논리적 설득보다 새로운 삶의 의미를 비출 수 있는 작은 창문이 필요한지 모른다. 하나님께서도 회복한 엘리야에게 새로운 사명을 맡기신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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