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령어를 입력하고 사진을 보내니 수준급의 그림이 생성된다.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림체를 빼닮은 나만의 일러스트가 눈 깜짝할 새 완성된 것이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은 물론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에는 관련 그림들이 넘쳐난다. 그야말로 ‘챗GPT 그림 열풍’이다.
최근 챗GPT가 그린 그림이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오픈 AI는 신규 모델인 ‘챗GPT-4o 이미지 생성'(ChatGPT-4o Image Generation)을 출시했다. 원하는 이미지 생성을 위해 명령어를 하나하나 입력해야 했던 기존 모델과 달리, 새 모델은 이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이미지를 생성한다.
해당 모델이 공개된 후, 전세계 챗GPT 이용자들은 디즈니, 심슨 가족 등 인기 애니메이션 화풍의 이미지를 생성해 SNS에 올렸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일본의 대표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지브리의 화풍은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다.
이 영향으로 챗GPT의 일간 이용자 수는 처음으로 120만 명대를 돌파했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챗GPT 국내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는 125만2,925명(27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다 DAU다.
샘 올트먼 오픈 AI CEO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챗GPT-4o 이미지 생성 모델의 폭발적인 인기로 인해 서버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녹아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SNS에는 챗GPT-4o 이미지 생성 모델로 제작한 패러디 콘텐츠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 활용할 만한 각종 팁까지 등장하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포스터를 다양한 그림체로 제작한 패러디 포스터는 온라인 상에서 화제다. 결혼 사진을 변환해 청첩장 디자인에 활용하는 법 등 사용 범위도 다양하다.
관련 기독 콘텐츠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지져스푼’은 인스타그램 계정에 ‘지브리스튜디오에서 성경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면?’이란 제목으로 게시물을 업로드했다. 아담과 하와, 노아의 방주, 예수의 생애 등 성경을 배경으로 한 지브리풍 일러스트를 게시한 것.
‘오늘도 크리스찬’도 챗GPT 이미지 생성 모델로 만든 성경 패러디 콘텐츠를 제작해 공유했다. 해당 게시물들은 업로드와 동시에 ‘좋아요’ 1,200여 개를 돌파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댓글에도 ‘공유 받고 싶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해도 되나요?’, ‘주일학교 설교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겠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일부 교회에선 이미 사역에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설교 자료뿐만 아니라 홍보용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그림을 출력해 교회를 꾸미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챗GPT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
인천의 한 소형교회 목회자는 “새가족 첫 심방에 사진을 일러스트로 바꿔서 엽서로 선물하거나 주일학교 활동 후 단체사진을 포스터로 출력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면서 “특히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고 쉽게 여기저기 활용할 수 있어 앞으로도 잘 사용할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교회의 챗GPT 이미지 응용 범위는 상당히 넓을 것으로 보인다.
마상욱 스파크AI교육연구소장은 “이미지 생성 기술 자체는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챗GPT를 통해 누구나 간편하게 원하는 그림을 얻을 수 있게 됐다”면서 “교회에서도 주보나 공과 교재, 전도지 등 각종 시각화 도구를 제작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종종 교회에서 폰트나 저작물을 잘못 사용해 저작권법에 위반되는 경우가 있었던 것과 달리 챗GPT가 생성한 이미지는 법적인 문제가 없어 안전하다”면서도 “윤리적인 차원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있어 기독교인으로서 이 점을 유의해 잘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