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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7월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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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민 목사] 성경 속 가자지구, ‘가사’

최승민 목사
플라워마운드 교회 동역목사

배경과 더불어 읽는 성경(18)

중동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여러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의 참상으로 인한 아픔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또 다른 전쟁을 통해 많은 무고한 생명이 어려움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분쟁은 참 오랜 역사가 있고 그 문제를 덮고 있는 요소들 역시 간단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발을 디디고 사시며 인류를 구원하시는 사랑의 삶을 보여주신 곳에서 벌어지는 반목과 서로를 향한 혐오는 더할 나위 없는 아이러니입니다.
오늘날 가자 지구라 불리는 곳은 우리말 성경에 ‘가사’라는 명칭으로 등장합니다. 창세기 19장에서 가나안의 경계를 언급할 때, 동편 해안 지역의 가나안 경계에 해당하는 곳이 바로 가사였습니다(창 19:10).
또한 여호수아의 지도 아래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와 가나안 족속들을 몰아내는 상황에 가사가 다시 등장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자손들을 몰아내었으나 가사, 가드, 아스돗에는 아낙 사람들이 남아 있다고 하는 구절입니다(수 11:22).
즉, 이 도시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온전히 정복하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이후 이 지역에는 블레셋 사람들이 정착하여 살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사기에서 이 세 지역은 블레셋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등장하며 삼손 역시 가사에서 블레셋 사람들과 다툼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삿 16:1-3).
그리고 이후에 들릴라의 유혹에 넘어간 삼손이 자기 힘의 근원을 밝히고 블레셋 사람들에게 붙잡혀 끌려간 곳이 가사입니다(삿 16:21). 삼손은 가사에서 자기 눈이 뽑힌 채 놋 줄에 매여 옥에서 맷돌을 돌리는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이 정착하여 살던 도시들은 가사, 아스돗, 아스글론, 가드, 에그론이었습니다(수 13:3). 이 도시들은 블레셋의 다섯 성읍들로 자주 불립니다. 삼손 이야기에서 들릴라를 사주하는 사람들 역시 “블레셋 사람의 방백들(삿 16:5)”이었습니다. 이들이 바로 다섯 성읍의 지도자들이었던 셈이지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블레셋은 끊임없는 위협이 되는 존재였습니다.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법궤를 빼앗기기도 하고 전설적인 전쟁 영웅 골리앗의 고향도 블레셋의 다섯 성읍 중 하나였던 가드였습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가사의 이미지가 어떻게 느껴지십니까?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정복 시에 점령하지 못한 도시 중 하나였고, 또 후에는 두고두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괴롭히는 블레셋 족속의 본거지이자, 이스라엘의 영웅과 같은 인물이었던 삼손이 끌려가 조롱을 당하며 비참한 삶을 살았던 동네입니다.
솔로몬이 통치하던 시절에는 이스라엘의 영토로 편입이 되기도 했지만(왕상 4:24) 후에 8세기와 7세기 예언자들이 가사의 멸망을 예언하고 있음을 볼 때, 북이스라엘이 앗수르의 손에, 남유다가 바벨론의 손에 의해 파괴되기까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블레셋 민족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음을 어렵지 않게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사에 대한 이미지가 여기에서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블레셋의 다섯 성읍은 이집트에서부터 시작하는 고대의 주요한 길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 길을 해변 길(via Maris)이라고 부릅니다. 해안을 따라 위치한 도시들을 통과해 이어지는 길이기 때문이지요.
이집트에서 시작한 이 길은 지중해 해변을 따라 북쪽으로 향하며 브솔시내(Nahal Besor)를 지납니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가운데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가자 지구 내의 민간인들이 대피해야 할 지역으로 ‘와디 가자(wadi Gaza)’의 남쪽을 지목했습니다.
이 와디 가자가 바로 성경의 브솔시내 입니다. 브솔시내를 통과한 해변 길은 차례로 블레셋의 다섯 성읍을 통과합니다. 그리고 내륙으로 들어와 므깃도를 지나 갈릴리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이지요.
해변 길은 고대 세계에서 중요한 교역로였습니다. 많은 상인이 이 길을 따라 이동했고 전시에는 이 길을 통해 군대가 움직였습니다. 솔로몬이 요새화한 게셀, 므깃도, 하솔과 같은 성읍들 역시 이 길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왕상 9:15).
앗수르와 바벨론 제국의 왕들 역시 이집트를 침공하고자 할 때 이 길을 이용했습니다. 이집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바로 느고는 앗수르를 돕는 전투에 참여하기 위해 이 길을 따라 이동 중 므깃도에서 요시아의 군대와 전투를 치릅니다. 중요한 길이었던 만큼 많은 사건의 배경이 되는 길입니다.
그런데 이사야의 예언에 따르면 하나님께서 이 길을 영화롭게 하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전에 고통받던 자들에게는 흑암이 없으리로다. 옛적에는 여호와께서 스블론 땅과 납달리 땅이 멸시를 당하게 하셨더니 후에는 해변 길과 요단 저쪽 이방의 갈릴리를 영화롭게 하셨느니라(사 9:1)”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사를 비롯한 블레셋의 성읍들은 일종의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는 위험한 도시였습니다. 해변 길에 대한 이미지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 메시아가 오실 것을 예언하며 그때에는 이 해변 길이 영화롭게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나를 구원하기 위해 죽으셨다는 사실이 우리를 영화롭게 합니다. 오늘날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는 전투와 그 가운데 희생되는 많은 사람의 소식을 접하며 그 사람들에게도 그들을 영화롭게 할 복음이 전해지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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