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140주년의 의미를 톺아보는 자리에서 한국교회가 초기 선교 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복음화라는 공동 목표 아래 교회가 서로 ‘연합’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나부터포럼(대표 류영모 목사)은 18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에서 ‘내일의 눈으로 140년을 보다’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고, 한국교회 선교 140주년을 맞아 초기 선교 정신을 고찰하고 한국교회의 미래를 전망했다.
이날 포럼에는 나부터포럼 대표인 류영모 한소망교회 원로목사를 비롯해 피터 언더우드 박사, 이상학 새문안교회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 김영걸 목사, 장신대 김운용 총장, 박성규 총신대 총장, 김명전 GOODTV 대표이사 등 교계 인사 100여 명이 자리했다.
포럼에서는 초기 내한 선교사들의 신학과 신앙의 유산을 가진 4개 교단의 신학대 교수들이 발제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교수들은 한국교회의 미래가 복음에 입각한 초기 선교사들의 선교 정신을 얼마큼 계승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소요한 감신대 한국교회사 교수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한옥에서 시작해 일제 강점기 항일 민족 운동의 중심지가 되고, 1960년대 이후 사회 참여 역할을 감당했던 교회 공간의 변화를 되짚었다. 소 교수는 “한국교회의 공간은 시대에 따라 변화했지만, 그 본질은 하나”라면서 “교회는 하나님을 예배하고 복음을 전하며 이웃을 섬기는 신앙 공동체다. 한국교회는 언제나 아픔과 희망을 나누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소통과 연대의 공간이 돼야 한다”고 전했다.
기독교를 통한 한국 근대화 사례를 전한 허은철 총신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차별의 공간이자 버려진 땅, 죽음의 자리였던 조선은 병원과 학교, 교회를 통해 생명의 공간으로 변화했다”며 “선교사들에게 은혜를 빚진 우리가 복음이 필요한 곳에 복음을 전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강조했다.
황해도 소래 지역에서 활동한 윌리엄 맥켄지 선교사의 일대기를 소개한 한강희 한신대 선교학 교수는 “선교 역사에서 자기를 겸허하게 내려놓고 이웃을 섬겼을 때 더 굳건한 교회의 반석이 다져졌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선 무엇보다 선교 초기 ‘연합’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경수 장신대 교수는 “교단과 교파를 넘어 연합했던 초기 선교사들을 보며 지금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성찰한다”면서 “교회와 교단의 분열은 사회적 신뢰도와 호감도 저하를 불러왔다. 복음 전파와 신뢰도 회복, 민족 통일을 위해서라도 교회는 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교 초기였던 1905년 장로교와 감리교 선교사들은 함께 복음주의연합공의회를 결성해 선교 사역에 힘을 모았다. 이들은 교단에 따라 선교지를 분할하고 1906년에는 연합 부흥회까지 개최했다. 그밖에 학교 운영이나 성경 번역, 찬송가 발행, 신문 발간 사역 등도 함께 펼쳤다.
박 교수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하나이며, 또 하나가 돼야 한다”면서 “예배 의식, 교회 정치, 신학은 다양할지라도 영적인 일치를 지향해야 한다. 복음을 위해 연합했던 정신을 되살리는 것은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귀중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류영모 나부터포럼 대표는 “2025년 위기 시대에 한국교회는 140년 전 선교사들의 선교 정신과 열정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면서 “(지금의) 한국교회는 역사의 중심, 사회의 중심에 서기는커녕 갈등의 조장자가 됐다. 선교 140주년을 맞은 중차대한 시점에서 한국교회는 내일의 눈으로 140년의 역사를 조명해 보고 그 본질을 다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