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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4월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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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숙 사모] 삶의 여정에서 어디쯤 지나고 계신가요

존 번연의 《천로역정》 을 읽고

서정숙사모 시인 달라스문학회회원

“나는 이 세상의 황무지를 걷고 있었다. 그러다 시야에 한 동굴이 들어왔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그곳에 눕자 곧 잠이 들었다. 그곳에서 나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로 시작되는 《천로역정》. “꿈에서 보니”를 40여 번이나 반복해 연결하며 치밀한 구성, 심오한 성경 지식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끌어가는 힘은 성령의 특별한 은혜라는 생각에 부럽기까지 합니다.

“검은 종이에 하얀 글 THE END 이제 여러분의 차례입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이 나이에도 가슴이 뛰게 만든 책을 읽었습니다. 숱한 난관과 갈림길, 오늘도 발걸음을 내딛는 삶의 여정에서 당신은 어디쯤 지나고 계신가요.

1678년 출간된 《천로역정》(天路歷程, The Pilgrim’s Progress) ‘글쓴이의 변’에서 존 번연(John Bunyan)목사님은 “성도들의 행적과 발자취를 묘사해 보려던 제가 갑자기 그들의 여정과 영광으로 이르는 행로에 대하여 비유문학을 쓰게 되었고 거의 다 쓰고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보잘 것 없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형식만 정한 상태에서 이야기가 떠오르는 대로 글로 옮겼더니 마침내 이만한 분량, 이러한 형식의 책이 탄생했습니다. 이 책이 싫으시다면 읽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하고 있습니다.

설교한 죄로 감옥에서 쓰인 이 책은 성경이 번역되는 지역에서는 어디든 번역이 되곤 한답니다. 한국에서도 1895년 첫 출판된 《텬료력뎡》은 제임스 스카스 게일(1863-1937) 선교사 부부가 공동 번역했습니다. 이책에 흠뻑 빠진, 당대 풍속 화가인 기산 김준근 화백은 총 42장의 삽화를 그렸고 ‘기독도를 인도하시는 그리스도’는 세계 최초의 갓 쓴 예수님으로 표현됐습니다. 19세기 한국은 기독교 신앙 초기였고 열강들의 간섭으로 어려웠던 때, 구원의 길을 소망으로, 고통과 유혹을 이기고 천국에서 행복을 누리게 되는 이 책이 출간된 것입니다. 이성봉(1900-1965) 목사님도 전국을 다니며 ‘천로역정 부흥회’를 개최하셨다고 합니다.

스스로 말하듯 당시 영국에서 멸시받는 가장 비천한 계층, 땜장이의 아들로 태어난 존 번연목사님은 사람의 삶을 여행으로 표현하는 상징법, 비유적 구조로, 영혼들의 택함과 부르심, 칭의, 성화, 영화의 과정을 지나는 인물들을 알레고리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나로서는 유년기 청년기를 지나며 만화와 동화로, 볼 때는 그냥 재미로, 작은 문고판으로 볼 때는 번역이 어렵게 된때문인지 젊은 나이 때문인지 특별한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PRS &오디오멤버의 의견 일치에 가벼운 마음, 소풍 가는 듯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속 대부분의 이미지는 실제 생활 주변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크리스천이 걸어가는 길은 번연목사님의 고향인 영국, 베드포드의 길인데 주변에는 책에 나오는 것 같은 습지와 좁은 방죽길과 깊은 도랑이 있었다고 합니다. 소년 시절부터 익숙한 마을의 장터 풍경은 허영의 시장이고 순례자의 재판 장면은 자신과 동료들의 재판 장면의 묘사로서 실제적으로 느껴지는 장면들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도 얼마나 많은지 그 특징을 살려서, 1장에서만 봐도 크리스천, 전도자, 고집, 변덕, 도움, 세속현자, 예의 등 어떻게 이런 이름을 붙일 수 있었을지, 존 번연 목사님의 재치와 해학적인 표현에, 시작부터 감탄하며 읽게 되었습니다.

-부유한 동네인 감언이설 출신인 사심은 천한 출신 뱃사공에서 돈을 벌어 출세했고 아내는 아주 유력한 가문 출신인 가식 부인의 딸이며, 마을 사람 거의가 친척인데, 배신, 기회주의자,감언이설 어르신들에 얼럴뚱땅, 양다리, 무소신씨, 우리 교구 목사님이신 일구이언 씨. 우리는 시류에 역행하지 않고 신앙이 세상의 환호를 받을 때만 열심히 신앙생활 한답니다. 사심은 북쪽 탐욕 도시의 이익사랑 마을에서 같은 학교에 다니며 움켜쥐기씨라는 선생에게서 무력, 속임수, 아첨, 거짓말, 신자를 사칭하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기술을 배운 세상집착과 돈사랑 구두쇠를 만난다.

성령의 도우심이 아니고는 이렇게 쓸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345년 전의 책인데 내 삶에서도 신앙에 방해되는 이런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왔고 나 또한 이런 방해자가 되지 않았을까? 신실과 소망같은 주위분들을 떠올리며 부끄럽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그룹에서의 나눔은 음식에 향신료를 치듯 감미롭고 행복해서 다음 주에는 어떤 맛이 가미되는 음식 접시를 받게 될까? 그룹에서의 귀한 나눔을 기대하는 재미도 컸습니다. 신실의 순교를 읽을 때는 대한민국의 순교자들과 지금도 각처에서 순교 당하는 선교사, 성도님들의 생각에 가슴 아팠지만, 우리 삶에 전적으로 역사하시는 하나님! 결국 천성문에서 웰컴으로 우리를 맞아주시는 아버지 하나님과 먼저 가신 성도들을 반갑고 기쁘게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드는 책 입니다.

“사람들이 너를 일컬어 거룩한 백성이라 여호와의 구속하신 자라 하겠고 또 너를 일컬어 찾은바 된 자요 버리지 아니한 성읍이라 하리라.” (이사야 6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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