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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4월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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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숙 사모] “어머니는 신이 아닙니다”

서정숙 사모 시인 달라스문학회회원

대양은 얼마나 깊습니까 / 하늘은 얼마나 높습니까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 거짓말하지 않겠어요… //

내가 당신을 잃어버렸다면 얼마나 울겠어요
대양은 얼마나 깊습니까 / 하늘은 얼마나 높습니까//

 “대양은 얼마나 깊습니까-HOW DEEP IS THE OCEAN”은 어빙 벌린의 작곡했고 여러 가수가 불렀지만 10년 전에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아들 제임스 굴드가 부른 듀엣은 만감이 교차하는 노래입니다.

 작곡가 어빙 벌린은 8세 때 아버지를 잃었고 어릴 적부터 생계를 위해 신문을 팔고, 웨이터로 일하며 카페 창고의 피아노를 치며 혼자 음악을 배웠습니다 1,500편이 넘게 작곡한 그는 유명한 크리스마스 캐럴인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갓블레스 아아메리카’ 를 작곡하기도 했습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Barbra Streisand) 또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한 살 때 아버지를 잃고 어렵게 성장했으나 가수와 배우로서 정상의 자리에 오릅니다. 첫 결혼에서 얻은 아들인 제이슨 굴드가 7세 때 이혼하며, 남편에게 두고 떠나지만 어릴 적, 아들의 음악성을 알았고 콘서트투어에서 처음으로 함께 부른 곡이 바로 이 곡입니다.

-대양이 얼마나 깊은지 아시지요. 어머니

–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 안단다 아들아

이렇게 나름대로 번역해보니 엄마와 아들이 떨어져 살면서 얼마나 서로 그리워했을지, 그 마음이 오롯이 전해지는 가슴 찡하지만 아름답고 행복한 듀엣입니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중요성과 희생의 숭고함을 강조하는 격언이지만 “어머니는 신이 아닙니다.” 물론 본능적인 모성의 위대함은 모든 생물에게 부여된 하나님의 귀한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간과 비례하는 어머니들의 말년은 남편과 본인이 살아낸 삶이나 자녀들로 인해 천차만별이 됨을 봅니다.

내 작은 둥지 손님들과 30년 가까이 지내다 보니, 흙으로 지음 받은 육신이기에, 세월을 버텨온 토담집처럼 허물어져 가는 안타까운 모습들을 지켜보게 됩니다.

 28년간 매주 금요일 손님인 C 할머니가 우울한 얼굴로 오셨습니다. 수요일 오후에 휴스턴과 어스틴에 사는 두 아들이 연락도 없이 왔고. 목요일 아침 일찍 아버지의 짐을 챙기고 아버지를 휴스턴의 메모리케어로 옮겼습니다. 엄마가 아버지를 울면서 보내니 아버지도 우신다고 야단치는 아들 때문에 억장이 무너진 할머니. 결혼생활 67년 된 두 노인을 의논도 없이 강제?로 떼어 놓았다는 생각, 늙고 병든 부모라고 무시했다는 생각에, 밤새 잠을 못 자고 울었다고 했습니다. 반듯하게 살아오신 부부인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나도 눈물이 나서 할머니를 안아 드린 후 두 손을 꼬옥 감싸 쥐고 할머니의 평안을 기도했습니다. 많은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치매가 심해지기 전에는 할아버지가 매주 할머니와 함께 오고 당신은 아이패드를 보면서 기다리곤 했습니다. 그러던 할아버지가 집안에서나 신문 가지러 갈 때 등, 지팡이 짚는 것을 자꾸 잊어버리고 넘어집니다. 하루는 넘어지면서 모서리에 부딪고 구급차가 올 동안 할머니가 타월로 감싸 안고 두 노인과 집안이 피범벅이 되었습니다. 그 후 할머니는 집을 서둘러 팔고 가장 가까운 치매 병동에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는 어씨스트리빙으로 이사했습니다. 할머니 또한 계속 넘어지는 할아버지 케어하다가 보행 스틱을 짚어야만 걷습니다. 몇 년 전에 할머니 집에 배관 문제로 집이 젖어 고생할 때 온 작은 며느리는 “스투핏 하우스”라고 욕하며 빨리 팔아버리라고 했고 그렇게 다녀간 후 작은아들도 집에 온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엄마가 아기를 낳자마자 떠나 얼굴도 본 적이 없고 조부모에게 입양되어 크신 할머니. 예의가 바른 아이로 엄격하게 컸고 엄마가 그리울 때도 있었지만 신앙 깊은 조부모와 작은 타운의 교인들과 가족처럼 커서 교사가 되었습니다.

엄마정 없이 컸기에 두 아들을 똑같은 사랑으로 키워 공부시키고 결혼시켰는데 작은아들이 섭섭합니다. 에스테이트세일도 할머니 혼자 결정하다 보니 손해가 컸고 엔틱가구와 옷들은 스토리지를 빌려서 두다 보니 계절 바뀔 때마다 큰아들 며느리가 와야 했습니다. 아들 며느리들도 자녀들이 결혼하고 손자들이 있다 보니 바빴고 할머니는 일주일에 한 번은커녕 한 달에 한 번도 겨우 본다고 불평하곤 했습니다. 그래도 효자, 효부라고 칭찬하며 이제 곧 할머니도 모셔 갈 거고 못 본 손자·손녀, 증손자 얼굴도 보실 수 있을 거라고 했더니 엷은 미소를 지으십니다. “ 이 세상에 근심된 일이 많고… 곧 평안히 쉬리로다” 찬송을 허밍 하자 할머니 손가락이 까딱까딱 반주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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