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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12월 21, 2024

[박중수 교수] 상담과 돌봄의 신비

박중수 교수 센트럴신학대학원 상담학 교수 영남신학대학교 목회상담학 교수 역임

독일의 심리학자요 정신의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고 싶어하고 그 이야기가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1
최근에 필자는 찬양하는 모임에서 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처음 만났을 때에는 서로가 모임의 구성원으로 가벼운 인사를 하고 덕담을 나누는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는 사진으로 가족의 근황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고, 나는 보통 때와 같이 그의 말을 진솔한 마음으로 듣고, 이해하며, 수용해 주었다. 그때 나는 그의 얼굴에서 만족감과 희열감이 가득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친밀한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이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에게 신비로운 현상인 기쁨이 넘치는 체험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서로에게 주고받은 귀한 선물이 아니었겠는가 싶다. 상대방에 대한 평가 없이 진실된 마음으로 이해하고 공감했을 때, 비로소 서로에 대한 믿음이 형성되었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고 인정받기를 바란다. 이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점은 들어 주는 사람의 태도이다.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수용적인 자세로 주의를 기울여 들어주는 것 자체가 말하는 사람에게는 힘이 되고 또한 자신을 발견하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을 만나면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심각하고 힘든 이야기 들어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지혜롭지도, 현명하지도 않는데 왜 저 사람은 나에게 모든 것을 말하지?”, “저분은 사회적 명성도 있고 지적으로 뛰어난 분인데 내가 무슨 지혜로운 말을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슬퍼서 울 때나, 어려운 삶에 관한 질문을 할 때 매우 당황스럽다.”, “내 인생도 살아가는데 힘들고 어려운데, 내가 그 사람의 힘들고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줄까?”2
이런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적절한 답을 얻지 못할 때에 말한 사람은 그 질문을 가슴에 안고 돌아서게 될 것이다. 한편,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에게 찾아오는 유혹은 그들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 주려고 노력하면서 은근히 자신의 노력에 열매를 기대할 수 있다.
많은 상황에서 수 천년 동안 목회(기독교)상담과 돌봄은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의지처가 되고 회복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왔다. 목회(기독교)상담과 돌봄의 중요한 역할은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데 있다. 관계란 한 사람이 또 다른 한 사람에게 성장과 치유로 회복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3 그 관계의 역할은 평신도나 교역자가 지속적으로 영적 성장을 추구하는데 지지하고 인도하는 경우, 사춘기에 성장과 미묘한 대인관계를 통해 삶의 방향을 찾는 경우, 친구나 이웃이 힘든 결혼 생활을 견뎌내려고 노력하는 경우,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을 영적으로 돌보는 경우이다.
관계는 성장과 치유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관심사는 다음과 같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떻게 하면 내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든든하게 하며, 그리스도께서 하신 것처럼 다른 사람을 대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기도를 더 잘 할 수 있고, 또 내 삶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성령의 인도하심에 더 온전히 따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이 고통을 감당해 낼 수 있으며 또 이 고통을 통해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성장이란 무엇이며 내 삶에서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4이러한 많은 질문들에 대하여 목회(기독교)상담과 돌봄에 관하여 폴 틸리히는 에로스와 아가페의 연합이 있을 때, 하나님의 사랑에 도달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5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로 역할의 핵심은 성육신적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6 하나님이 인간의 모습으로 고통가운데, 슬픔가운데 오셔서 인간과 하나되어 공감하시는 것이다. 하나님은 인간을 이해하시고 마음과 몸으로 하나되어 주신다. 둘째로 하나님은 사람을 각각 독특하게 창조하셨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다양하므로 목회(기독교)상담과 돌봄의 특성도 다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주신 독특한 달란트를 가진 자들로 하여금 상담하고 돌보아 주어야 한다. 목회(기독교)상담과 돌봄을 배우는 자들은 하나님의 일을 하며, 그것이 곧 제사장과 같은 역할임을 기억해야 한다.7 또한 목회(기독교)상담과 돌보는 자는 기계적이고 기능적으로 사역을 하는 것을 넘어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사랑과 존귀함의 철학으로 행하여야 한다.
공감은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주신 달란트를 활성화 하는데 근본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창조하신 후 보시기에 좋았다고 감탄하셨다. 도움을 주는 사람(목회상담자, 기독교상담자, 돌보는 자)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과 기본적인 인간관계의 원칙들을 이해한다면, 상담과 도움이 필요한 자들을 치유하고, 성숙하게 할 것이다. 목회(기독교)상담과 돌봄을 베푸는 자는 그 과정에서 하나님의 신비를 알게 될 것이며, 우리는 하나님의 희망의 에이전트라고 고백할 수 있을 것이다.8

  1. Thomas N. Hart, The Art of Christian Listening. (New York: Paulist Press, 1980), p.1. ↩︎
  2. Ibid., 3. ↩︎
  3. Ibid. ↩︎
  4. Ibid. ↩︎
  5. Paul Tillich, Systematic Theology I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51, p. 281, and London: James Nisbet & Co). ↩︎
  6. Daniel Day Williams, The Spirit and The Forms of Love (Boston: University Press of America. Inc 1981), p. 161-163. ↩︎
  7. John Patton, Pastroal Care in Context An Introduction to Pastoral Care 『목회적 돌봄과 상황』, 장성식 옮김 (서울: 은성출판사, 2000), p. 261-265. ↩︎
  8. Donald Capps, Agent of Hope: A pastoral Psychology (Minneapolis: Augusburg Fortress 1995), p. 1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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