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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1월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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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실 수필가] 빈방 있어요

박영실 수필가
미주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수필부문 당선으로 수필에 등단했다. 시인, 수필가, 동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 수필, 동화, 소설 등을 창작하고 있다.
목회하는 남편과 동역하고 있으며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에 거주하고 있다.

거리에 포인세티아 나무가 잘 훈련된 병정들 같이 줄지어 서 있는 풍경에 시선이 흘러갔다. 이 계절이 되면 오래전에 관람한 크리스마스 성극 한 편이 떠오른다. “빈방 있습니까?”,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기억에 남아 있다.
마리아가 출산을 앞두고 요셉과 여관을 찾아다니다 끝내 찾지 못하는 배경으로 시작된다. 요셉이 만삭이 된 마리아를 데리고 여관 주인에게 빈방 있냐고 묻는다. 덕구의 대사는“빈방 없습니다.”인데 “빈방 있어요.”라는 대사로 실수를 한다. 아니, 그 대사는 실수로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덕구의 진심이 그 대사 속에 담겨 있었다. 요셉과 마리아가 대사에 맞게 대응을 해야 하는데 다음 대사를 어떻게 할지 난감해하는 모습이 오래도록 남았다.
덕구는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표출하며 요셉과 마리아에게 이 대사를 버벅거리며 어눌하게 말한다. “마구간이 더러운데 어떡하지. 빈방 있어요. 따뜻한 덕구 방 있어요. 덕구 방으로 오세요.” 요셉과 마리아는 다른 곳을 찾겠다며 여관 주인 덕구를 떠난다.
덕구는, 모두 퇴장하고 아무도 없는 빈 무대에 홀로 남아 관객들을 향해 독백한다. “덕구 안에 빈방 있어요. 내 안으로 오세요. 예수님, 덕구 안으로 오세요. 예수님, 사랑해요!” 덕구의 독백 속에 담긴 깊은 울림을 끝으로 막이 내려지고 배우들이 무대 위로 올라온다.
“빈방 있습니까?”, 지금 이 순간도 나에게 물으시는 예수님의 음성으로 다가온다. 주님께서 머무실 빈방 있냐고 물으실 때, 빈방 있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잠시 상념에 잠긴다.
성탄의 주인이 예수님 아닌 세상의 다양한 문화로 대체된 지 이미 오래되었다. 예수님께서 계셔야 할 공간에 다른 것들이 대신하고 있다. 예수님 왕좌를 사람들이 도적질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교회 안에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이나 훈련 등이 예수님께서 머무실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주인이신 예수님은 교회 밖에 외롭게 세어 놓고 사람들끼리 세상 문화와 분위기에 편승해 사단의 달콤한 유혹에 젖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겸비하고 돌아볼 일이다.
교회 안에 광명한 천사로 들어온 가치관과 문화는 잘 분별하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젖어 들 수 있다. 특히, 어린 자녀들과 청소년들, 청년 세대가 동성애, 도서, 영화, 음악, 각종 미디어 매체 등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
문화비평가 메탁사스는 이 시대의 비정상적 풍조를 지적했다. <디트리히 본회퍼>와 <어메이징 그레이스> 등 베스트셀러의 저자이자 문화비평가 에릭 메탁사스는 “경고! 청소년 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동성애 ”라는 제목의 글을 크리스천 포스트에 게재했다. 그는“문화 전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청소년들의 마음과 생각을 사로잡는 것”이라며 청소년 문학에 나타나는 최근의 트렌드라고 했다.
자녀들이 주로 읽는 책이나 접하고 있는 음악의 장르 등을 알고 있어야 한다. 문화를 통해 교묘하게 침투해 영혼을 혼미하게 하는 일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 세대 사단의 전략과 전술은 교묘하다. 허리케인급 가치관과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자녀 세대를 어떻게 보호하고 지킬 수 있을까! 자녀 세대를 위한 강력한 기도가 절실한 때다.
나는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말보다 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를 본다. 그 사람의 가치관이나 신앙관을 평가할 수 있는 근거는 어떤 일의 결정 앞에서 어떤 가치에 기준을 두는가, 무엇을 선택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 사람이 선택의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하고 선택하느냐의 문제는 그 사람의 신앙관과 가치관을 말해주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어떤 내용으로 내면을 채우느냐가 그 사람이다. 하늘의 것으로 채우면 하늘에 속한 자이고, 땅의 것으로 채우면 땅에 속한 자다. 높은 자리, 다수가 추앙하는 자리를 사양하고 낮은 자리, 좁은 문을 가고자 하는 자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주님께서 머무실 빈방이 없어 지금도 여전히 문을 두드리고 계신 것은 아닐까? 내 방이 무엇으로 채워져 있느냐가 나의 현재 영적 주소이다. 무엇을 갈망하느냐가 나의 영적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다. 주님께서 2,000년 전 베들레헴 작은 고을 에브라다에 빈방을 찾아 헤매던 그 순간처럼 지금도 문밖에서 빈방을 찾고 계신다.
깊은 바다에서 향방 없이 노를 저어 망망대해를 항해하고 있는가! 내가 철저히 죽고 오직 주님께서 좌정하실 왕좌를 내어드리면 어떨까! 주님 머무실 빈방 내어드리고 주권을 이양하면 모든 상황과 환경으로부터 참 자유를 누릴 수 있으리라.
덕구가 실수한 대사이지만 그의 진심에서 나온 “빈방 있어요.”, 이 대사가 잔잔한 울림으로 남아 있다. 새해에는 개인과 가정, 교회 공동체에 주님 머무실 빈방 마련하고 영원히 머무실 처소를 내어드리자. 어떠한 상황과 문제보다 탁월하신 주님의 완전하신 십자가 사랑 안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감사함으로 맞으며 힘있게 노를 저어 가자.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삶의 영역에서 푯대를 향해 믿음의 선한 경주를 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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