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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7월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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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오면 잠기는 ‘농어촌교회’…”보수는 꿈도 못 꿔”

교회 건물 낙후로 매년 비 피해 커… 재정·인력 부족으로 대부분 포기

▲ 수해피해를 입은 봉화교회. (사진제공=봉화교회)

지난주 시작된 폭우는 전국 곳곳에 상흔을 남겼다. 쉴새 없이 쏟아진 물폭탄에 도심은 물론이고 산간과 농촌 지역 모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교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농어촌교회의 피해가 유독 컸다. 농어촌교회 중에는 낙후된 건물이 많아 갑작스러운 폭우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목회데이터연구소 조사결과를 보면 농어촌교회의 절반이 넘는 52%가 50년이 넘은 노후된 교회인 것으로 드러났다. 

38년 전에 지어진 남원 산내교회는 최근 내린 폭우로 쑥대밭이 됐다. 주변 축대가 붕괴되면서 토사가 순식간에 예배당 안으로 유입됐다. 특히 산중턱에 위치한 사택이 큰 피해를 입었다.

김기열 산내교회 목사는 “패널 조립식으로 된 사택이 흙으로 덮이면서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며 “피해가 심각해 아직까지 손도 못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봉화교회 또한 직격탄을 맞았다. 노후된 건물 틈새로 빗물이 새서 금은실 목사와 온 가족이 밤새도록 물을 퍼내기를 수차례. 쏟아지는 물벼락으로 사택에 들이닥친 빗물이 2층 예배당까지 침범했다.

금 목사는 “교회 건물은 28년 전 초가를 고쳐 부실하게 지어진 곳”이라며 “교회가 워낙 낙후되다보니 매년 비만 오면 말썽이다”고 토로했다.

인근 시온산교회는 자립 수단이던 농장이 폭우로 진흙밭이 돼버렸다. 심어놓은 작물들이 흙더미에 파묻혀 보이지도 않는다.

강신권 시온산교회 목사는 “교회에서 재배하는 아로니아 농장의 비닐하우스가 망가져 완전히 엉망진창이 됐다”며 “올해 농사가 완전히 ‘올 스톱’ 되어버린 상황”이라고 전했다.

▲ 시온산교회가 운영하는 농장 비닐하우스가 망가진 모습. (사진제공=시온산교회)

이렇듯 농어촌교회들의 피해는 막심하지만 건물을 수리할 재정과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목회자 사례비조차 기대할 수 없는 어려운 형편이라 건물 보수는 꿈도 꾸기 어렵다.

금 목사는 “전교인이 20명도 안 되는데, 대부분 어르신이라 교회 형편이 어렵다”며 “목회와 사회복지일을 겸하면서 간신히 교회를 운영하고 있기에 건물보수에 큰 돈을 쓰는 게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 목사는 “지난해 3월 1천 만 원을 들여 지붕과 전기 등을 수리했는데 1년도 안 돼 물난리가 나서 속상할 뿐”이라고 호소했다.

사택이 토사로 덮여 지낼 곳을 잃은 김기열 목사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 노인일자리 사업인 도시락 배달로 겨우 목회를 이어가던 상황에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김기열 목사는 “올해 나이가 칠순임에도 배달일로 어렵게 목회하고 있었다”면서 “현재 상황에서 사택을 수리하는 게 쉽지 않아 새 보금자리를 놓고 전교인이 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년 반복되는 물난리에 농어촌 목회자들은 악순환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가적 지원과 더불어 범교단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목회자는 “국가의 지원과 대책도 필요하지만 교회들이 어려움에 빠진 다른 교회를 돕는 게 우선돼야 한다”며 “어려운 교회들에 더 관심 갖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한국교회가 연합해 머리를 모아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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