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의 마음에 합당한 삶을 살기
누가복음 16:1-13에 나오는 불의한 청지기에 대한 말씀은 신약에서 이해하기 어려 운 말씀 중 하나입니다.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청지기가 자신의 재산을 탕진한다는 말을 듣게 됐습니다. 결국 주인이 청지기에게 해고 통보를 했습니다. 난감해진 청지기가 궁리를 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빚진 사람들을 불러 빚이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첫 번째 사람은 기름 100 말이라고 하였고 청지기는 50 말이라고 적으라고 했습니다. 두 번째 사람은 밀 100 섬이라고 하니까 80 섬이라고 적으라고 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주인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제가 그 주인이었다면 노발대발하면서 청지기를 해고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청지기가 주인의 재산을 탕진한다는 소문 때문에 청지기를 해고하려고 한 것인데 청지기의 행동은 사기와 문서 위조였기 때문입니다. 주인 허락도 받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빚을 줄여 줄 수 있는 권한이 청지기에게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주인은 그 청지기를 슬기롭게 대처했다고 칭찬했습니다. 청지기는 주인 재산을 마치 자기 것이라도 된 것처럼 탕감해주고 있는데도 이 말씀에서 이 청지기는 남의 것에 충실했다는 말씀으로 이해됩니다. 여러분은 이 상황이 쉽게 이해되시나요?
이 말씀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말씀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 말씀의 앞부분, 15:1을 보면, 세리들과 죄인들이 예수님 말씀을 들으려고 왔는데,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이 세리와 죄인들과 같이 음식을 먹는다고 비난하였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100 마리 가운데 잃어버렸다가 되찾은 1 마리 양에 대한 비유, 드라크마 1 닢을 잃어버렸다가 찾은 여인에 대한 비유, 탕자의 비유, 그 다음에 이 말씀을 하셨습니다. 16:14을 보면, 돈을 좋아하는 바리새파 사람들이 듣고 예수님을 비웃었다고 합니다.
비유는 실제 상황이 아니고 누군가 비유의 대상이 있습니다. 청지기는 누구를 비유하는 것일까요? 16:14에 나오는 사람들, 즉 돈을 좋아한다고 하는 바리새파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비유는 15:2에서 예수님이 세리, 죄인들과 같이 음식을 먹는다고 투덜거리고 16:14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비유를 듣고서 비웃었던 돈을 좋아하는 바리새파 사람들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씀입니다.
바리새파 사람들 하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율법입니다. 신명기 23:19을 보면 동족에게 이자를 받지 말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말씀을 뒤집어 보면 동족이 아닌 사람들, 즉 이방인들에게는 이자를 받아도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그 당시 얼마의 이자를 받았을까요? 보통 100%, 50%, 최하 20%이었다고 합니다. 요즘 하고 비교할 수 없는 높은 금액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 큰 금액을 동족에게는 받지 않고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율법을 어길 수는 없고, 율법을 지키려고 하니 이자를 받을 수 없고,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이렇게 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기름 50 말을 빌렸다고 하면, 이자가 100%니까 이자까지 하면 총 100 말이 됩니다. 빚문서에 아예 원금을 100 말로 적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문서상으로는 이자를 받지 않지만 실제로는 이자를 받은 것입니다. 즉, 이자도 받고 율법도 지킬 수 있는 것입니다.
바리새파 사람들을 포함해서 그 당시 다 그렇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주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자네를 두고 말하는 것이 들리는데, 어찌 된 일인가?” (눅 16:2) 그러니까 그 청지기가 기름 100 말을 50 말이라고 쓰라고 한 것과 밀 100 섬을 80 섬이라고 쓰라고 한 것은 청지기가 자기 마음대로 주인 재산을 축내 가며 빚을 탕감해 줬던 것이 아니라 원금과 이자를 합친 금액, 즉 이자는 안 받고 원금만 받는 척하면서 적어 놓은 것을 원래대로, 원래 율법대로, 하나님 말씀대로, 하나님의 마음에 맞게 돌려 놓았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주인은 청지기가 슬기롭게 대처했다고 하면서 청지기를 칭찬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