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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5월 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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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민 목사] 배경과 더불어 읽는 성경

삼손의 이름

최승민 목사 플라워마운드 교회 동역목사

성경을 읽다 보면 어딘가에서 읽었던 것과 같은 장면이 유사하게 반복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이 기근을 피해 이집트로 내려갈 때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대비하여 아내를 누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야기가 그랄에 거류할 때 유사하게 나타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아브라함처럼 동일 인물의 이야기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인물들에게서 발견될 때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영웅적 인물의 탄생 이야기입니다. 영웅적 인물의 탄생은 결코 순탄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어머니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불임 여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불임 여성이 하나님의 은혜로 아이, 그것도 아들을 얻는 이야기는 성경 내러티브에서 자주 등장하는 전형적 장면(type-scene)입니다.

성서학자들은 성경 내에 존재하는 이러한 반복되는 것과 같은 전형적 장면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 왔습니다. 성경에 전형적 장면이 얼마나 많이 등장하는지 한때 독일학자들은 전형적 장면과 관련된 이야기 자체를 하나의 장르(Gattung)로 보려고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학자들은 전형적 장면을 다루는 이야기들의 공통점보다는 전형 패턴을 벗어나는 차이점에 문학적인 강조점이 있음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성경에 나타나는 전형적 장면들은 이미 독자들에게 익숙한 내용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앞으로의 이야기의 전개 방향을 예측하는 데 있어서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대체로 일반적인 전형적 장면에 속하는 패턴대로 진행되는 이야기에서 전형적인 장면에서 벗어나는 요소들이 있을 때 전형적 장면을 다루는 이야기는 색다른 문학적 효과를 불러일으킵니다. 독자들의 기대를 벗어나며 주의를 끌어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지요.

다시 영웅적 인물의 탄생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영웅들의 어머니는 불임인 경우가 많습니다. 불임으로 고생하던 여인이 하나님의 은혜로 아들을 얻게 되는 이야기의 패턴은 성경에 자주 등장합니다. 삼손 이야기 역시 영웅적 탄생 이야기의 전형적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사사기 13장 2절은 삼손의 어머니가 “임신하지 못하므로 출산하지 못하더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여호와의 사자가 그녀에게 나타나 “이제 임신하여 아들을 낳으리니(13:3)”라고 선언합니다. 얼마나 복된 소식입니까? 더욱이 이 아들은 태에서부터 하나님께 바쳐진 나실인이고, 그가 이스라엘을 구원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낳을 수 없는 아들을 하나님께서 낳게 하셨고, 그 아들의 인생 역시 하나님의 일을 위해 쓰시겠다고 하는 선언이니 불임이었던 삼손의 부모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큰 은혜였을 것입니다.

일반적인 전형적 이야기의 패턴을 따른다면, 삼손은 하나님의 은혜로 태어나 하나님께 쓰임 받는 인생을 살게 될 것입니다. 독자들은 또 다른 전형적 영웅 탄생 이야기의 주인공인 사무엘과 같은 인생을 삼손도 살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삼손 이야기의 전형적 장면 패턴은 삼손이 태어나면서부터 예외적인 요소들로 가득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얻게 된 아들의 이름을 그의 부모가 “삼손”이라고 지었던 것이지요(삿 13:24).

삼손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동네는 소라(13:2), 에스디올과 마하네단(13:25), 그리고 딤나(14:1)라는 지명과 더불어 나타납니다. 이 지역은 모두 소렉 골짜기 주변에 위치한 고대의 거주지들이었습니다. 삼손 이야기에서 언급은 되지 않지만, 소렉 골짜기에서 매우 중심적인 도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벧세메스입니다. 소렉 골짜기를 중심으로 하여 남쪽으로 벧세메스가, 북쪽으로 소라, 그리고 서편으로 딤나가 위치합니다. 삼손이 블레셋 지역으로 오갈 때 아마 소렉 골짜기를 통해 이동했을 것입니다. 이 지리적 정보가 중요한 이유는 벧세메스라는 도시의 이름을 보여주듯이 이 지역은 이집트의 영향을 많이 받아 태양신 숭배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벧세메스라는 지명은 두 단어의 결합어인데, 집을 의미하는 베이트(בית)와 태양을 의미하는 세메쉬(שמש)의 결합입니다. 지명이 그 지역의 신의 이름을 담고 있는 예는 아주 많습니다. 바벨론 역시 성문을 의미하는 아카드어 밥(bab)과 신을 의미하는 일룸(ilum)의 복수형 일리(ili)가 결합하여 바빌리라는 이름의 도시가 되었습니다.

삼손이라는 이름은 태양을 의미하는 ‘세메쉬’에 추상명사를 만드는 데 자주 활용되는 명사형 어미 ‘-온(ון)’을 덧붙인 형태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얻은 아들의 이름에 그 지역에서 섬기던 우상의 이름 요소를 넣은 것입니다. 기도해서 낳은 아들의 이름을 ‘극락(極樂)’이나 ‘성불(成佛)’이와 같은 불교적인 이름으로 짓는 것과 다르지 않은 행위입니다.

삼손 이야기는 전형적인 영웅 탄생 이야기로 시작하기에 삼손의 인생 역시 여타 다른 영웅들과 다르지 않게 하나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역을 하며 사는 귀한 인생이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삼손 이야기는 그의 이름을 태양신과 관련하여 짓는 것에서부터 불신앙적인 요소로 가득한 인생이 다른 영웅들의 삶과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시작된 인생이 은혜를 거부하고 떠날 때 마주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불행을 잔인하리만치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것이지요.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만큼 더 온전히 은혜 안에 거해야 합니다. 오늘의 삶 가운데서도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은혜를 떠올리며 그 은혜를 온전히 누리는 복된 삶 사시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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