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 전도사(South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M.Div)
안정적인 직장, 더 이상 바뀔 것 없는 삶의 테두리와 권태 때문이었을까 아내와 나는 한국을 떠난 삶을 꿈꾸고 있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우린 결국 떠나야만 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살아본 적도 없고, 법무법인에서만 10년 넘게 일했던 나에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작정 떠나기에는 모든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였는지 하나님은 아내의 마음에 먼저 말씀을 주셨다. 그리고 결국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채 2018년 7월 아내와 5살 딸, 1살된 아들을 데리고 우리 가족은 도망가듯 말레이시아로 이주를 했다. 말레이시아 Sarawak주 Miri라는 낯선 땅에 도착하자마자 나의 마음 속에 성령님께서 강하게 말씀하시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너의 사역이 여기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렇다. 난 주님께 나의 삶을 주의 종으로 서원했었다. 그리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기다리며 살았다. 어쩌면 그 부르심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말레이시아에 막 도착한 내가, 평생을 평신도로 교회만 왔다갔다한 내가 어떻게 거기서 무슨 사역을 시작하겠는가? 오히려 나에겐 그것보다 말레이시아에서 오랫동안 머물 비자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했고, 또 무엇이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만 했다. 그러나 일년 가까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서 손익계산이 그려지며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좋은 사업 구상이 떠올랐다. 큰 돈은 아니어도 거기서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릴만한 좋은 아이템이었다. 그 사업의 성취를 위해 3일 금식기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식 기도 2일째 저녁 성경책을 펴고 기도하기 위해 찬양을 불렀다. 찬양 중에 방언 기도가 나왔다. 그러다 갑자기 방언과 한국말이 번갈아 가며 나오는데 내 입술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나 스스로도 알아들을 수 없는 방언,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마치 스스로 그 방언을 통변 하는 것인지 내 의지로 나오는 것이 아닌 말들에 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놀라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하나님이 내 입을 빌려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길은 나의 길이 아니다. 너는 앞서가지 말며 참고 기다려라. 내가 곧 너에게 길을 보여주겠다.” 그렇게 한참의 기도가 끝난 후, 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이 울며 회개를 했다. 분명히 난 이 곳에서의 하나님의 부르심을 알고 느끼고 있었음에도 그저 먹고 사는 일에 매달리며 그것으로 금식기도까지 하고 있던 내 모습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다시 한 번 내 삶을 하나님께 철저히 맡기며 모든 진행하던 사업을 없던 일로 하였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길이 무엇일지 기대하며 2달이 지났다. 말레이시아에 와서 1년 동안 비자 없이 바로 옆 나라 브루나이를 3개월마다 소위 비자런(Border Run)을 하며 지냈다. 비자를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언제 입국이 거절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었다. 비자 문제를 해결해야 이 곳에서 하나님이 나에게 무엇이라도 시키지 않으시겠는가? 그러나 그렇게 배움이 없이 난 또 주님보다 앞서가고 있었다. 딸 아이가 다닐 학교를 통해 비자문제를 해결하려고 이곳 저곳 학교들을 알아보고 있었다. 2019년 12월 그 곳에서 알게 된 한 선교사님이 ‘PACTS Schools’라는 작은 로컬 크리스천 스쿨을 소개해 주셨다. 작고 특이한 학교였다. 학교 관계자를 만났다. 나의 첫번째 질문은 당연히 아이에게 학생 비자와 부모인 우리에게 가디언 비자를 줄 수 있는지였다. 그런데 그 선생님은 그 학교가 어떻게 하나님의 은혜로 세워졌는지, 자신이 그 학교에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는지 묻지도 않은 간증 같은 이야기를 한참 하더니 아직 비인가 학교라 비자를 내줄 수 없다고 그제서야 대답을 했다. 시간낭비를 한 것 같았다. 빨리 다음 예약한 학교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그 선생님이 갑자기 우리 가족을 위해 기도를 해주고 싶어하셨다. 조금 이상하고 어리둥절했지만 기도 받고 빨리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선생님이 기도를 시작하는데 기도를 받는 동안 이상하게 내 마음속이 엄청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내 안에서 또 성령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았다; “너 말레이시아에 고작 비자 해결하러 왔니? 그것이 문제라면 내가 너는 상상할 수도 없는 방법으로 해결해 줄게. 그러니 너의 아이들 이 학교에 등록시켜.” 순간 마음 속의 이 음성이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인지 내 스스로부터 인지 의심이 들었다. 그리고 혼란스러웠다. 내 상식으론 이 학교에 딸 아이를 등록시키면 안 되었다. 난 하나님께 이 학교를 나가기 전에 이것이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임을 알 수 있는 다른 사인을 달라고 구했다. 그 선생님의 기도가 끝나고 학교를 나가려고 하는데 그 선생님께서 나에게 뜬금없이 이력서를 혹시 보내줄 수 있는지 물었다. 아이의 학교를 알아보러 왔는데 왜 내 이력서를 달라고 하는지 의아했다. 그 선생님이 기도 중에 우리가 이 학교에서 같이 일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하는 순간 난 심장이 마구 뛰며 이것이 하나님께서 보내주시는 다른 사인임을 바로 알아 차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 학교를 나오면서 아내에게 다른 학교는 갈 필요 없을 것 같다고 딸을 이 학교에 등록하자고 말하며 그 짧은 시간동안 나에게 일어난 일들을 말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