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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5월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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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목사] 장애인 vs 장애우

김진호 목사
달라스 장애인학교(EIS ACADEMY) 교장
빛내리교회 장애인사역(GL Ministry) 담당 사역자

장애인 사역을 하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장애인’에 대한 호칭을 하면서  ‘장애인’ 또는 ‘장애우’라는 용어에 대해서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필자에게 어떤 표현이 맞는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가끔 있습니다. 필자도 처음에 자폐성 장애를 가진 자녀를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  발달장애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망설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장애인이라고 하면 혹시 장애인들을 비하하거나 그들을 낮게 부르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아마 그런 생각들은 대부분 비장애인이 장애인들을 부를 때 겪는 당황함 또는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장애 자녀를 둔 부모님 중에도 ‘장애자’라고 하기도 하고 ‘장애우’라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표현이 실례가 되지 않는 정확한 표현일까요? 4월에는 장애인의 달로 지역 교회들에서 여러 세미나와 강사를 초청해서 특별예배로 보내기도 합니다. 필자가 사역하는 빛내리 교회에서도 4월 30일의 장애인의 날로 지키며 조이장애선교센터 김홍덕 목사님을 모시고 주일 예배를 드리고 세미나를 열 예정입니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는 장애인 또는 장애우 어떤 표현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이지 여러 기사를 참조하여 정리하려고 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들께서도 이번 기회에 정확한 용어를 이해하시고 사용하시는 기회가 되시길 바랍니다. 

▶ ‘장애우’ 단어의 역사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장애인’에 대한 내용은 있지만 ‘장애우’에 대한 뜻풀이는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법적으로도 1989년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장애인복지법으로 바뀌면서 ‘장애인’이란 말이 법적 용어로 정해졌습니다. 그런데도 간혹 ‘장애인’을 ‘장애우’로 대체해 사용하는 경우가 보입니다.

‘장애우’란 단어는 어떻게 생겨날 걸까요? ‘장애우’란 표현은 1980년대 말 심신장애자복지법 속 ‘장애자(者)’란 단어가 ‘놈 자’자를 사용하기에 다른 단어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등장합니다. 당시 일부 단체가 친구라는 뜻을 담은 ‘벗 우(友)’ 자를 써 ‘장애우’란 단어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법이 개정돼 ‘장애인’이란 단어가 생겨났지만, 이미 ‘장애우’란 단어도 퍼진 상태였습니다. 한 기자가 “장애인 이란 표현을 대체할 말이 없을까요?”라는 질문을 국립 국어원 취재를 하면서 물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답변을 받았습니다. “장애인을 대체할 만한 단어가 따로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아 정확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장애우’라는 단어는 비속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국어사전에 등재된 표준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가 하면, 정작 장애 당사자들은 ‘장애우’란 단어에 거부감을 느낍니다. 장애인도 남녀노소 다양한 개인이 있는데 어른이고 아이고 모두 친구로 명명된다는 겁니다. 한국장애인단체 총 연합회 등 관련 단체들도 이전부터 성명 등을 통해 “장애우란 단어는 친밀감이 드는 것이 아니라, 친구가 필요하고 도움이 필요한 대상자로 전락시킨다”며 부정적 입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장애우(友)의 벗우는  얼핏 들으면 친근한 표현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비장애인 기준에서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이 말대로라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그뿐 아니라, 장애우라는 단어는 스스로 사용할 수 없는 의존적 단어입니다. 본인을 ‘직장인’이라고 하지 않고 ‘직장우’라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에서는 장애인이 보다 장애우가 더 좋은 말이라는 생각 속에는 은연중에 장애가 불쌍하고, 보호받아야 하는 불편한 것이라는 개념이 깔린 비장애인 중심의 동정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또는 장애인을 장애우로 부르는 것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 인식의 차별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장애인을 마치 정상인과 대비되는 비정상인으로 보는 인식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하기도 합니다.

이용석 한국장애인단체 총 연합회 정책실장은 “장애인을 정상인 대비 비정상인의 시각으로 보면 장애우 논쟁은 이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친근한 표현일지라도 ‘장애우’란 표현은 지양하고 장애인을 약간의 사회적 제약을 받는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은 똑같은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전에도 법전에도 없고 도리어 장애인의 반발을 받는 ‘장애우’란 단어는 실생활에서 여전히 빈번히 쓰이고 있습니다.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는 2018년과 2019년 2년간 제보받은 장애우 표시 사례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인천국제공항에 있던 전화기부터 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 화장실까지 공공시설 곳곳에서 ‘장애우’란 단어가 다수 발견했다고 합니다.

기업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대형 마트나 아파트 주차구역, 온라인 판매 상품 가격표에도 ‘장애우’란 표현이 사용됐습니다. 이렇게 ‘장애우’라는 표현이 쓰인 곳은 이 단체가 확인한 것만 37건이나 됐습니다. 이 단체가 잘못된 명칭을 썼다며 수정 요청을 했지만 고치지 않은 곳도 있었습니다.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의 이주호 사회복지사는 “홈페이지의 잘못된 명칭 썼다며 시정요청을 했지만, 담당자 연결을 안 해준 적도 있었다”면서. 대부분 미수정 사유가 연락 회피였다고 밝혔습니다.

▶”장애우.장애자는 장애인으로, 일반인.정상인은 비장애인으로”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는 “잘못된 명칭 사용은 장애인에게 큰 차별로 다가올 수 있다”며, 올해도 ‘장애우’ 명칭을 사용한 곳에 수정에 나설 계획입니다. 보건복지부도 “장애우, 장애자는 장애인으로”, “일반인, 정상인은 비장애인으로”를 슬로건으로 이미 2015년부터 인식 개선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우리는 때로는 상대를 배려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지만, 실제로 상대방은 그렇게 느끼지 못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달라스에서도 인식 개선이 되어서 장애자, 장애우라는 표현이 아닌,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정확한 표현을 하는 분들이 많아 지길 기대합니다.

출처: KBS 박찬기자, 밀알 복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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