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라스 장애인학교(EIS ACADEMY) 교장
필자는 오랫동안 벼르던 큰(?) 일을 최근에 하고야 말았다. 그것은 10년 넘게 박스에 넣어 두었던 레고를 조립하는 일이었다. 집집마다 자녀들을 키우는 분들은 꼭 레고를 한 개 이상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필자도 두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는 레고 제품들을 유치원 다닐 나이에 사줬다. 그런데, 사실 다들 같은 경험들이겠지만, 설명서대로 만든 제대로 된 모습의 레고는 얼마 가지 않는다. 물론 레고를 한번 만들고 나서 장식장에 두고 감상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레고는 그렇게 만들고 부수며 놀라고 디자인된 아이들 장난감이 아닌가? 필자도 그렇게 아이들이 신나게 지칠 때까지 만들고 없애며 재미있게 놀라고 간섭하지 않고 방치를 하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렇게 부서져서 갈 곳 잃어 방황하는, 이곳저곳에 널 부러진 레고 피스들을 모으기 시작하였다. 언젠가는 다시 원래 모습대로 조립을 해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날이 드디어 오고야 말았다. 막내아들 녀석이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할 날이 된 것이다. 그래서 벽장 깊숙이 모아 두었던 박스를 꺼냈더니 양이 만만치 않다. 그렇게 레고 방치 주범인 아들 녀석에게 같이 만들자고 하니, 자기는 어린이가 아니라서 안 만든다고 한다. 기가 막혀서 참.. 언제나 그렇듯이 그럴 경우에는 아빠의 몫이다. 딸아이가 옆에서 보면서 도와줄 생각은 안 하고 아빠는 뭐 하는 거냐며 웃으며 지나간다. 하지만 이번에는 꼭 완성한다는 일념 하에 수많은 레고 피스를 색깔별로 분류하고 차가운 방바닥에 앉아 하나씩 맞춰 나갔다. 어느덧 시계는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이제 슬슬 눈이 침침해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만들어낸 성 두채… 보면 별거 아닌데, 그 모든 피스를 찾아서 맞춘다는 것은 장인 장신을 요하는 일. 어찌나 뿌듯하던지… 아침에 일어난 아이들이”Daddy is awesome!” 이라며 사진을 찍고 난리다. 살짝 드는 배신감과 함께 그래도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다. 이제 완성된 피스들은 장식장 안으로 그것을 만들던 아이들의 추억과 함께 들어갈 것이다.
이번에 레고 리스토어를 하면서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레고 피스들을 그렇게 리스토어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은 차곡차곡 버리지 않고 모아둔 매뉴얼 때문이었다. 만약 매뉴얼이 없었더라면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필자는 매뉴얼 주의자는 아니지만, 매뉴얼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 것 같다. 그 매뉴얼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기도 하고, 모든 사람이 같은 페이지에 있게 해서 혼란스럽지 않게 한다. 그렇다면, ‘EIS달라스 장애인 학교’에게 있어서 매뉴얼은 무엇일까? 그것은 올 한 해 우리 장애인들을 위해서 따스한 시선과 여러 모양의 후원으로 함께 해주신 분들의 ‘사랑’ 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우리 눈앞에 펼쳐진 그 사랑을 따라 하나씩 맞춰보고 한 장 한 장 매월 넘기다 보니, 어느덧 그럴듯한 모습으로 안전하게 12월에 도착하였다. 그런가 하면, 가끔씩 하나님께서 우리 ‘EIS 달라스 장애인 학교’와 장애인들과 함께 하신다는 것이 확증될 때가 있다. 그것은 방문하셔서 격려해주시고 도와주시는 후원자들의 사랑을 볼 때이다. 그래서 마음이 혼란스러워질 무렵 ‘잘하고 있구나.’ ‘힘내자!’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비록 레고 피스처럼 어디에 무엇을 맞춰야 할지 몰라 방황하며 고민이 될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사랑’이라는 매뉴얼로 어느덧 제자리에 멋지게 맞춰지게 되는 이 쾌감은 인생의 멋진 경험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EIS 달라스 장애인 학교’도 코로나 이후로 다시 오픈을 하면서 많은 걱정들이 있었다. 그것은 ‘과연 이 학교가 운영이 가능할까’라는 것이었다. 학교가 운영이 되려면 건물을 렌트하고 교사를 임용하기 위해서 재정이 필요했다. 그러려면 학생들이 다시 복귀해야 했다. 그리고 재정 후원들의 도움들이 있어야 했고 그뿐만이 아니라, 부족한 숫자의 교사들을 도와 함께 도와 주실 봉사자들이 필요했다. 그런데 코비드 상황이 좋지 않았기에 과연 가능할지 매일을 걱정 속에 보내야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1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어느덧 12월이 되었다. 돌아보면 넉넉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을지라도, 사랑 안에서 넉넉하게 이길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이 지면을 빌어 사랑의 수고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매월 재정, 장소, 그리고 프로그램으로 후원해주시는 교회들, 식사 후원자님들, 개인 재정 후원자님들, 크래프트, 음식, 미용봉사로 사랑을 나눠 주신 재능 기부자님들, 장애인들에게 직업의 기회를 주신 지역의 비즈니스 후원자님들, 말씀과 기도 후원자님들, 달라스 지역 협회 후원자님들, 방송 신문매체 후원자님들, 함께 기도해주시는 지역의 목회자들, 장애인들을 멋지게 키워내시는 부모님들, 순간 견뎌내야 하는 과정들이 있지만 잘 참고 모든 액티비티에 잘 참여해준 EIS 달라스 장애인 학교 학생들, 그리고 그들을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 주신 선생님들 너무 감사했고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딥니다.’ (고전 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