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8 F
Dallas
일요일, 5월 18, 2025
spot_img

[김진호 목사] 길거리 노래방 단상

김진호 목사
달라스 장애인학교(EIS ACADEMY) 교장
빛내리교회 장애인사역(GL Ministry) 담당 사역자

드디어 ‘길거리 노래방 – 스송파’가 성황리에 종료하였다. 달라스에 이렇게 많은 노래 실력자들이 있다는 것에 놀랐고, 그들의 끼에 매료되었던 시간들이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스송파’가 필자에게 의미가 있었던 것은 달라스 장애인 학교에 다니고 있는 세분의 장애인들이 참여를 하였다 것이다.

늘 필자가 글이나 방송에서 피력한 것이 장애인들은 고립되어서는 안 되고 지역사회로 나와서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장애인들의 삶의 질이 향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길거리 노래방 - 스송파’가 DKnet 라디오 주최로 열린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참가 결정을 하는데는 몇 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사실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달라스 장애인 학교 성인반 학생들이 매주 목요일마다 노래를 연습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장애인 학교에서는 매일 여러 가지 다른 프로그램들이 진행이 되는데, 목요일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노래방 시간이 있다. 2팀이 돌아가면서 노래를 하는데, 그 시간에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열심히 부른다. 음정, 박자, 그리고 장르 상관하지 않고 함께 손뼉을 치며 신나게 노래를 한다. 그렇게 함께 부르다 보면 공유하는 추억들이 생기기도 한다. 

한 번은 한 번도 노래를 하지 않던 친구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겠다고 손을 들었다. 어떤 노래를 할 거냐고 물었더니, 얼마 전부터 어떤 친구가 불렀던 노래를 하겠다는 것이다. 영어 가사를 읽지 못하는 학생인데 본인이 하겠다고 하니 일단은 반주를 틀어 주었다. 그랬더니 필자도 읽기 어려운 그 가사를 거의 비슷하게 부르는 것이 아닌가? 알고 봤더니 그 사이에 그 학생이 그 가사들을 외운 것이었다.

그런가 하면 어떤 분들은 부모님들이 평상시에 많이 듣던 노래들을 부르기도 한다. 그런 친구들 덕에  ‘Village people’의 ‘Macho man’ 이라는 노래를 알게 되었다. 이제는 그런 종류의 올드 팝을 부를 때마다 다같이 함께 부를 정도가 되었다. 만약, 서로 아는 좋아하는 곡이 나올 때면 시너지가 폭발해서 정말 뜨겁게 신나게 노래방을 한다. 이런 경험들을 매주 하고 있기에 나름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세명의 신청자를 받게 되었다.


다른 친구들도 노래를 잘하지만, 여러 여건상, 그들이 제일 가능성이 있었기에 부모님들의 동의를 언어 코마트에서 있었던 첫 번째 ‘길거리 노래방 – 스송파’에 참가를 하였다. 각자 의상을 준비하고 부족한 부분은 장애인 학교 교사들이 서포트를 해주었다. 당일에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늘 학교에서 연습하고 훈련한 대로 자신들이 부를 노래와 이름을 신청 데스크에서 말하였고, 자신들의 순서를 기다렸다. 너무 감사하게도 주최 측의 배려로 앞 순서에 배정이 되어, 지치기 전에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장애인 학교 학생들보다 스태프들은 ‘이게 뭐라고 이렇게 떨리냐.’ 라며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 장애인 학생들이 순서대로 무대에 올랐다. 

첫 번째 가수는 이. 그는 올해 52살의 남자다. 수요일 아침에는 세미한 교회 ‘빈야드 커피숍’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기도 하다. 그가 부른 곡은 ‘진짜 사나이’ 원래 하려던 곳은 다른 곡이었다. 그러나 노래방 기계에 그곡이 없는 관계로 어쩔 수 없이 플랜 B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그 곡을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4절까지 있다는 것이 함정… 그는 박자를 2박자 늦게 들어가는 스타일이다. 역시 2박자 늦게 들어간 곡들은 정처 없이 코마트 주차장 어딘가에서 방황하기 시작하였고, 그는 흔들림 없이 끝까지 그렇게 불렀다. 그러나 그런 약간의 헷갈림이 오히려 함께 있던 달라스 교민들의 떼창을 이끌어 냈다. 논산 훈련소에 신병교육대에 온 줄 알았다. 그러나 능숙한 진행자들의 배려를 통해 무사히 노래를 마쳤다.

그리고 두 번째로 무대로 오른 가수는 김. 그는 올해 49살 총각이다. 그의 최애 가수는 ‘박상철’이고,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전국 노래자랑’이다. 그는 졸다가도 노래만 나오면 정신이 번쩍 드는 노래를 정말 사랑하는 남자이다. 그날도 그가 고른 곡은 박상철의 ‘황진이’ 다. 약간 작은 목소리와 변치 않는(?) 동일한 음정을 제외하고는 정말 많은 곡을 알고 부르며 멋지게 소화할 줄 아는 분이다. 이제 시간이 되어 기다리던 자신의 순서가 되었고, 약간의 복잡한 전주가 마치자마자, 그는 프로 가수처럼 노래를 시작했다. 필자는 이 부분이 정말 멋있었다. 사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노래를 하려 치면, 떨려서 도입부를 놓치기 십상인데, 그는 정확하게 그의 노래를 시작했다. 그렇게 영화 ‘샤인’의 주인공처럼  그는 3분 36초 동안 화창한 가을 하늘 아래에서 행복한 시간을 만끽했다.


사실 그가 길거리 노래방에 참가 신청을 할 때 보호자께서 걱정을 하셨다. 왜냐하면 한 번도 그렇게 노래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마치 어떤 무명의 가수를 무대에 데뷔시키는 사람 마냥,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정말 잘한다. 아무나 노래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득을 하였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감동의 무대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그의 보호자가 제게 전화를 하셨다. ‘목사님 감사해요.’ 그동안 그런 말씀들을 많이 하셨지만, 이번에 말씀 하신 ‘목사님, 감사해요…’라는 말씀에는 많은 것들이 함축되어 녹아들어 있었다. 자녀의 장애를 보면서 보호자들은 수없이 눈물을 훔치며 낙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회들을 통해서 자녀들이 한계라고 느껴졌던 허들을 넘어갈 때의 그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길거리 노래방 - 스송파’ 는 우리 장애인들과 그들의 가정들에게 힐링의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이런 기회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최근 기사

이메일 뉴스 구독

* indicates requi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