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느 신문에서 100세 장수비결에 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 기사는 100세 장수하는 방법 다섯 가지를 소개했습니다.
- 위(胃)를 80%만 채우라.
- 스트레칭을 하라.
- 치아를 건강하게 관리하라.
-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 명상을 하라.
또 어떤 기사에서는 실제 나이보다 10년 젊게 사는 수퍼 에이저가 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는 것을 봤습니다.
- 생선, 닭고기를 즐겨 먹으라.
- 근력운동을 하라.
- 새로운 것을 배우라.
- 스트레스를 풀어주라.
-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라.
장수도 좋고 수퍼 에이저도 좋지만, 아름다운 노년의 삶을 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아름다운 노년은 오래 산다고 해서, 신체가 건강하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노년이 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아름다운 노년의 요건들을 갖추는 과정을 성숙해지는 과정이라고 하고, 성숙하다는 말을 영어로는 머추어(mature)라고 합니다. 그 요건들을 갖추지 않으면서 세월을 보내면 늙는 것이고, 그 요건들을 갖추면서 세월을 보내면 성숙하는 것입니다. MATURE라는 단어의 글자들을 사용해서 아름다운 노년이 갖추어야 할 요건들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아름다운 노년이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요건은 (M) Magnanimity, 곧 아량입니다. 그것은 너그럽고 속이 깊은 마음, 베푸는 마음이고, 다른 말로는 미끄러울 활(滑)과 손 수(手)를 써서 활수함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인색함에 반대되는 개념으로서 성경의 잠언과 히브리서에도 나옵니다.
잠언 21:26, “어떤 자는 종일토록 탐하기만 하나 의인은 아끼지 아니하고 베푸느니라.” 히브리서 13:16, “오직 선을 행함과 서로 나누어 주기를 잊지 말라 하나님은 이같은 제사를 기뻐하시느니라.”
빈손으로 세상에 와서 지금까지 참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평생 부모님으로부터, 선생님들로부터, 이웃으로부터,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것을 생각하면 한이 없습니다. 그래서 노년을 아름답게 사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사람들과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감사하며 베푸는 삶을 삽니다.
많고 적음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미국에 유학 와서 첫 생일을 맞았습니다. 미역국 생각이 났지만 미역국은커녕 김치 한 조각도 없는 동네였습니다. 그런데 생면부지의 할머니가 생일선물이라며 봉투를 하나 주셨는데, 그 안에 1불짜리 지폐 5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습니다.
아량이 넓은 사람은 아이들한테 용돈 잘 주고, 친구들하고 모이는 데 가서 밥값 잘 내고, 어려운 사람들을 잘 도와줍니다. 그런데 그건 아량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아량은 쓴 뿌리를 품지 않고, 용서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용서도 베푸는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용서는 남을 위한 일일 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마태복음 6:14-15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가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면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하시려니와 너희가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지 아니하면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하지 아니하시리라.”
아름다운 노년이 갖추어야 할 두 번째 요건은 (A) Adaptability 적응력입니다.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것에 적응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처음에 미국에 왔을 때는 김치 생각이 안 났습니다. 40년 가까이 지난 요즘은 은근히 김치를 찾게 됩니다. 나이 든 사람들 중에는 김치찌개, 된장찌개만 고집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다른 것들도 시도해 보아야 합니다. 미국음식, 멕시코음식, 인도음식, 등등.
음식 뿐만이 아닙니다. 하루 종일 텔레비전만 보고 있으면 시간이 잘 안 갑니다. 집에서 손주들 봐주고, 잔디밭에서 잡초 뽑고, 텃밭에서 상추와 고추라도 기르면 좀 났지만, 참 힘드는 일입니다. 매일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동네에서 산책도 하고, 동물원, 식물원, 유명한 곳을 찾아다녀야 합니다.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야 합니다. 영어가 안되면 한국말로 하면 됩니다. 언어가 중요한 게 아니라, 표정과 몸짓으로도 얼마든지 소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것, 새로운 곳, 새로운 사람에게 적응할줄 아는 노년이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노년이 갖추어야 할 세 번째 요건은 (T) Teachability 학습능력입니다. 새로운 기기 사용법이나 새로운 기술을 학습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점점 힘들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어떤 때는 이제 이런 걸 배워서 언제 얼마나 써먹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좀더 생각해 보면 배웠다고 다 활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배우는 것 그 자체에서 재미를 찾아야 합니다.
또 새로운 것을 배우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기계를 묵혀두면 녹이 스는 것처럼 머리도 사용하지 않으면 잘 돌아가지 않게 됩니다. 영어, 스페인어, 컴퓨터, 악기. 자녀들한테, 친구들한테, 이웃들한테, 동호회에서, 유튜브에서 얼마든지 배울 수 있습니다.
사실 뭐든지 잘하려면 어려서부터 배워야 합니다. 운동도 그렇고, 글 쓰는 것도 그렇고, 그림 그리는 것도 그렇습니다. 그래도 배워야 합니다. 나이 들어 배우니 잘하지는 못할 수도 있지만, 늘 뭔가를 배우는 노년이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노년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아량(M), 적응력(A), 학습능력(T)를 키워야 합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아름다운 노년의 특성 U, R, E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