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F
Dallas
수요일, 1월 15, 2025
spot_img

[김세권 목사] 게제르로 가는 길 (1)

김세권 목사
현재 조이풀 한인 교회 담임

소위 엠마오 기념교회에서 나왔다. 차를 돌려 고속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텔아비브를 향해 가다 보면 브엘쉐바로 가는 유로도로가 나온다. 여기서 왼쪽으로 길을 바꿔타야 남쪽으로 간다.

성경에 나오는 남북 길을 따지자면 제일 동쪽(요단강 동편)에 ‘왕의 대로’(King’s Highway)가 있고 요단강 서안에 바짝 붙어 남북을 잇는 요단 길이 있다. 거기서 더 서쪽으로 넘어가면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족장로가 있으며, 지중해 쪽으로 더 치우치면 쉐펠라에 놓인 남북 길이 ‘짠’ 하고 등장한다.

내가 타고 내려간 길이 바로 쉐펠라에 열린 남북 길이었다. 쉐펠라는 유다 산지와 해안평야 경계선에 놓인 땅이다. 의미는 ‘낮은 땅’인데, 성경에는 그저 ‘평지’로 번역되어 있다. 40번 유로도로가 아얄론 골짜기(말이 골짜기일 뿐, 그냥 유다 산지와 해안평야 중간에 위치한 어정쩡한 넓은 평야)에서 시작하는데 이게 브엘쉐바까지 길게 이어진다.

성경을 보면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들어왔을 때 이미 거기 자리 잡고 사는 족속이 있었다. 이들과 지난한 전쟁을 벌인 끝에야 이스라엘은 나라를 세울 수 있었다. 해안지대를 포함한 평야에는 블레셋을 비롯해서 여러 족속이 강력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블레셋은 이른바 ‘철병거’를 가지고 이스라엘에 대항했기 때문에 해안 쪽 평원을 공략하는 것이 이스라엘로서는 난망이었다. 그들이 산지를 점령해서 나라를 일군 것에는 바로 이런 실제적인 이유가 있었다.

따라서 산지를 점령한 이스라엘과 해안평야 쪽의 세력 간에 늘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해안 쪽에서 군대가 밀고 들어오면 제일 처음 만나는 것이 쉐펠라의 도성들이었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산지 성읍을 보호하려면 이곳의 방비를 철저히 해야 했다. 이를테면 솔로몬이 쉐펠라에 위치한 게제르에 성을 쌓은 이유가 바로 거기 있었다.

쉐펠라에는 전부 다섯 개의 골짜기가 있다. 첫째는 아얄론이다. 이 지역은 유다 산지에서 해안지방에 이르는 통로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그보다 북쪽에서 보자면 베냐민 산지를 통해서 예루살렘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위치에 누워있다. 그래서 이스라엘을 다스리던 왕들은 이곳을 소중하게 지켜야 했다. 여차하면 불레셋이나 다른 족속이 예루살렘까지 쉽게 짓쳐 들어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반대편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예루살렘에서 차를 타고 동쪽으로 가면, ‘피스갓 제에브’로 불리는 동네가 있다. 위도상으로는 아얄론과 같은 레벨에 있는데 예루살렘의 방비와 관련해서 언급할 필요가 있다. 피스갓 제에브를 번역하면 ‘늑대산 꼭대기’가 된다. 창 49:27에서 야곱은 베냐민을 향해 “물어뜯는 이리”라고 말했다. 베냐민이 거주하던 기브아 지역을 예루살렘 거주민들은 “늑대가 우글거리는 동네”(피스갓 제에브)로 불렀다. 그 지역을 지나면서 마치 성경 이야기 속을 차로 달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베냐민을 이리로 부르는 것이 적절했던가? 실제로 역사에서 베냐민은 나름대로 강력했다. 우선 언급할 것이 사사기 19장과 관련된 사건이다. 어떤 레위인이 첩과 함께 기브아에 유숙했다가 낭패를 당한다. 첩이 동네 불량배들에게 윤간당한 끝에 목숨을 잃었다. 사건이 확대되어 온 이스라엘과 베냐민 지파 간에 전쟁이 붙었는데, 세 번을 싸워서야 이스라엘이 간신히 이겼다. 그만큼 베냐민의 무력이 만만치 않았다. 베냐민은 과연 늑대로 불릴만했다.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인 사울은 베냐민 지파였다. 사사 시대에 제일 셌던 두 지파는 북쪽의 에브라임과 남쪽의 유다였다. 아주 정치적으로만 해석한다면 두 지파 중에서 왕이 나오면 당장 이스라엘이 절단날 수도 있었다. 결국 사이에 낀 베냐민이 왕을 만들어냈다.
베냐민 땅도 에브라임과 유다 지파 땅 사이에 끼어있었다. 이 또한 우연이 아닌 듯했다. 결국 강한 두 지파가 서로 으르렁대지 않도록 완충지역 노릇을 한 게 바로 베냐민이었단 말이다. 완충 역할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사자(유다 지파) 정도는 아니어도 물어뜯는 이리는 되어야 중간 역할을 자임할 수 있다. 베냐민은 작지만 강했다. 이들이 아얄론의 성읍들과 함께 예루살렘을 지켰다.

아얄론에서 동쪽으로는 유다 산지를 통해 예루살렘으로 길이 이어지고 그곳을 거쳐 베냐민이 예루살렘을 지키는 길목에 있었던 거니, 유다 지역을 동서로 자르는 평행선이 대단히 중요했다. 다시 말하자면 동서로 떨어져 있어도, 피스갓 제에브와 같은 위도 레벨에 쉐펠라가 있었다. 그곳에 있는 아얄론이 이스라엘 수비에 중요했고 거기에 바로 게제르가 있었다.

최근 기사

이메일 뉴스 구독

* indicates requi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