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주 두란노 어머니학교 본부장
“결혼은 생각보다 한번 해 볼 만한 것 같네요. 교수님의 강의 덕분에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수업을 마친 뒤, 한 비혼주의 학생이 건넨 뜻밖의 피드백은 감사와 기대감을 안겨주었고, 마음에 울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가족에게 이 이야기를 꺼냈을 때, 잠시 끄덕일 뿐이었고 별일 아니란 듯이 바로 휴대전화로 시선을 돌려버리는 모습에 제 마음은 싸해지고, “내가 그리 중요한 존재가 아닌가?”라는 생각에 서운함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날마다 감사와 기쁨, 기대와 만족, 서운함과 실망 같은 다양한 감정이 주는 메시지를 경험하며 살아갑니다. 인간의 마음은 생각, 감정, 의지라는 세 차원으로 구성된 통합 체계이며, 이 세 가지는 서로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상호작용을 하며 삶을 형성합니다.
감정은 인간의 의지적 선택과 행동, 사고의 동기가 되는 본질이자 인격에 필수적 요소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감정을 통해 자신과 하나님, 그리고 타인을 깊이 이해하는 존재로 인간을 창조하셨습니다.
인간은 타인과 정서적 관계를 통해 연결될 때 진정한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고 건강한 자아상과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감정은 단순한 느낌이나 기분이 아니라, 삶의 의미와 목적이 담긴 메시지입니다.
우리가 매일의 삶에서 경험하는 기쁨과 슬픔, 분노와 두려움, 기대와 감사는 마음의 소리이며, 하나님의 기대가 담긴 영의 언어이자 메시지입니다.
예를 들어 외로움은 단순한 고립의 감정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갈망과 갈구의 메시지입니다.
또한 감정·판단·행동이 통합적으로 작용할 때 형성되는 신뢰는 두려움과 불안을 넘어 우리에게 안정과 평안을 주는 태도이자 감정입니다.
나아가 불안, 공포, 분노, 짜증과 같은 부정적 감정들조차도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그것들은 자신의 가치나 기준이 침해되고 있다는 신호이거나, 위험의 경계선을 감지하게 하는 경고의 메시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리 D. 맥케이(Gary D. Mckay)와 돈 딩크마이어(Don Dinkmeyer)의 저서 ‘감정 수업’은 강력하고 불쾌한 감정이 인간의 자아를 파괴할 수 있으며, 극단적인 분노와 슬픔, 지나친 불안은 인간관계를 허물고 삶의 목적에 걸림돌이 된다고 경고합니다.
상담치료 권위자인 김용태 교수는 분노의 에너지가 밖으로 흘러가지 못하면 결국 자신을 향하게 되고, 이것이 바로 우울증이 된다고 강조합니다.
우리가 겪는 삶의 많은 문제는 감정에서 비롯됩니다. 감정의 매듭이 풀리면 마음이 열리고 평안이 회복됩니다. 그러나 불편하고 거슬리는 부정적 감정은 억누르거나 축소한다고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기억 속에 숨어 상처와 쓴 뿌리로 남습니다.
그러므로 마음의 상처와 깨어짐을 인식하고, 이를 자기 이해의 기회로 삼아 변화로 이어가야 합니다. 감정을 메시지로 읽어내는 과정이 바로 그 출발점입니다.
우리의 전통적인 문화와 사회는 오랫동안 감정을 인정하지 않고 비하하거나 억누르도록 강요해 왔습니다.
“남들 앞에서 네 감정을 드러내지 마!”, “울면 지는 거야”와 같은 감정을 억압하는 말, “그건, 네 기분 탓이야, 별것도 아닌데 예민하기는”, “감정이 개입되면 판단력이 흐려져”라는 말로 감정을 비하하고 깎아내려 감정을 약점으로 보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감정에 대한 왜곡된 이해는 결국 자기 감정을 부정하게 만들고, 타인의 감정을 무시하게 했습니다.
감정을 부정하고 무시하는 문화는 정서적 억압, 심리적 고립, 자존감 저하를 초래해 오히려 우리를 불완전하게 할 수 있습니다.
결국, 감정은 우리를 불완전하게 만드는 약점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따라 인간답게 살도록 하는 하나님의 메시지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건강하게 표현하며, 타인의 감정을 존중하고 공감하는 법을 배우고 훈련해야 합니다.
내 마음 속을 돌아보고 혹시, 보듬어야 할 상하고 아픈 마음이 있는지, 숨겨졌거나 억압되고 눌려 있는 거짓 메시지가 없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감정을 잘 돌보고 보듬을 때, 우리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평안과 만족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원고의 내용은 전적으로 저자의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