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사람들은 좋은 것을 기대할 수 없다. 실패한 사람들은 물질적인 손해, 정신적인 손해, 시간의 손해를 다 떠안고 살아야 한다. 전쟁에서 실패한 장군은 적장 앞에서 이마를 닿에 찧고 목숨을 구걸하거나, 비참하게 죽어야 한다. 경기에서 패배한 사람은 경쟁자가 환호하고 영광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서 비통한 눈물을 삼켜야 한다. 계약을 위반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댓가도 가혹하다. 계약 조건으로 무엇을 걸었느냐에 따라서 자기 인생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수도 있다.
아담은 인류 최초의 실패자였다. 아담이 하나님과 맺은 계약은 아담에게 너무나 유리하고 좋았다. 에덴동산(세상)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해 먹고 관리하고 다스리는 독점적인 권한이 아담과 하와에게 주어졌다. 단 하나 조건이 있었다. 동산 중앙에 있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만 따먹지 않으면 되었다. 만약 그 계약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모든 권리를 잃을 뿐만 아니라 자기의 목숨까지도 잃게 된다. 말하자면 목숨을 담보한 계약이었다. “16.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명하여 이르시되 동산 각종 나무의 열매는 네가 임의로 먹되. 17.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시니라.”(창2:16-17)
이 계약은 어린 아이도 지킬 수 있고, 촌부와 힘 없는 노인조차 지킬 수 있는 쉬운 것이었다. 아담과 하와는 계약을 어기고 쫓겨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생은 내 마음대로만 되지 않는다. 큰소리치고 장담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예기치 않는 유혹자(뱀)의 개입으로 아담은 순식간에 계약을 어긴 실패자가 되어 버렸다. 뱀에게 철저하게 속은 것이다. 그렇게 자신했던 일에 실패한 자기의 모습에 화가 났을 것이다. 그런데 후회해도 이미 늦어 버렸고, 되돌리려고 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하와를 속인 뱀에서 분노를 쏟고 선악과를 먹으라고 준 하와의 탓을 해봐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하나님께 자신은 억울하다고 변명을 해도 계약을 위반한 것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실패한 아담과 하와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고 죽음을 선고 받았다. 평생 수고의 땀을 흘리는 운명과 해산의 고통의 지고 가야 하는 운명이 찾아왔다. 실패의 댓가가 얼마나 가혹하고 비참한 것임을 몸소 체험한 것이다. 계약대로라면 아담과 하와는 여기서 끝장나야 한다. 그런데 일류 최초의 실패자에게 내려진 조치는 에덴동산에서 추방과 죽음의 선언만이 아니었다. 여자의 후손(예수님)을 통한 구원의 길을 선포해 주셨고,(창3:15) 가죽옷을 입혀주시면서 은혜로 덮어주셨다.(창3:21)
하나님은 실패자를 저주하고 영원히 끝장내 버리지 않으셨다. 구원을 방법을 주시고,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은혜로 덮여주셨다. 십자가와 복음이다. 인류 최초의 실패자에게 보여주신 하나님의 조치는 상징적이다. 인류 최초의 실패자에게 구원의 기회와 은혜를 주시듯 모든 실패자들에게 구원의 기회와 은혜를 주시겠다는 선언이다.
하나님이 선언하신 십자가와 복음은 모든 실패자를 위한 것이다. 죄와 함께 드러나는 것이 십자가의 은혜이다. 절망의 푹풍우와 함께 오는 것이 구원의 은혜이다. 인간이 실패한 자리에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낙인찍히고, 망하고, 끝장나야 하는 것이 실패자와 죄인의 운명이다. 그런데 실패자와 죄인이 오히려 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가는 은혜를 얻는다. 이것이 십자가의 능력이다. “이제는 전에 멀리 있던 너희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그리스도의 피로 가까워졌느니라.”(엡2:13)
실패는 우리를 넘어지게 할 수 있고, 두렵게 할 수 있어도 영원히 엎드려져 있게 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십자가의 은혜가 우리를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호와께서 사람의 걸음을 정하시고 그의 길을 기뻐하시나니. 24. 그는 넘어지나 아주 엎드러지지 아니함은 여호와께서 그의 손으로 붙드심이로다.”(시37:23-24)
인생에 실패를 경험했는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는가? 낙망의 자리, 저주의 자리에서 신음하지 말고 은혜의 자리로 나아오라. 예수님의 십자가의 은혜가 미치지 못할 곳은 없다. 하나님의 능하신 손이 감당하지 못할 무게는 없다. 실패는 출구 없는 수렁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의 바다로 들어가게 하는 통로가 된다. 실패가 하나님을 경험하는 기회, 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가는 기회, 하나님 손을 붙잡고 함께 걷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