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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11월 24, 2024

[기영렬 목사] 미혼모를 사모로 맞이한 전도사: 파친코와 복음

기영렬 목사
달라스 드림교회 담임

KPOP과 함께 K드라마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킹덤과 오징어 게임 등 수많은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석권하더니, 얼마 전에는 기생충과 미나리 등 한국 영화가 큰 상을 얻어 K무비의 독창성과 탁월성을 세계에 알렸다.
최근에는 애플 TV에서 파친코라는 드라마가 소위 대박을 내고 있다. OTT 전체와 공중파 TV를 제외한 유튜브, 넷플릭스 등과 같은 동영상 제공 서비스를 통틀어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파친코는 미국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비평가가 평가하는 신선도 지수에서 98%, 대중이 평가하는 팝콘 지수 93%의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IMDb에서는 10점 만점 중 8.4점을 받았다. 총 1395명의 유저 중 무려 60%가 만점을 줬다. 오징어 게임이 8.3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 추측해 볼 수 있다.
목회자로서 파친코에 주목한 이유는 단순한 예술성과 드라마로서의 흥행 가치 때문이 아니다. 여기에 숨은 신앙의 스토리와 복음 때문이다.
’파친코(Pachinko)‘는 예일대 출신의 이민진 변호사의 소설 파친코를 애플 TV가 1,000억이라는 돈을 투자해서 만든 드라마다.
구상한 시간부터 책이 나오는 탈고까지 30년이 걸렸다고 한다. 저자는 1989년 대학생 당시 일본에서 활동하고 귀국한 미국 선교사들이 재일교포들이 일본에서 받는 차별에 관해 듣고 이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출간 3년 만에 30개의 언어로 번역이 되었고 교보문고 외국 소설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파친코는 750페이지나 되는 장편소설로서 1910년부터 1989년까지 부산 영도로부터 오사카까지 나라를 빼앗긴 뒤 일본에 이민해서 살아가는 한국 이민자들의 처절한 삶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은 선자라는 한 여인이다. 얼마 전 미나리로 오스카 여우 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배우가 선자의 노년을 연기하고 김민하 씨가 젊은 시절을 연기했다.
선자는 나라를 빼앗겨 버리고 압제와 억압 속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의 대명사다.
일제 치하 하숙집을 운영하는 과부의 딸로 살아가다 자갈치 시장에서 만난 재일교포 사업가 고한수에게 속아 미혼모가 된다. 고한수는 아이가 셋이나 딸린 유부남이었다.
철저한 유교문화권에서 평생을 손가락질 받는 미혼모로 살아야 할 운명에 처한 선자는 일제에 의해 나라를 빼앗기고 미래를 빼앗겨 절망에 처한 한국인들의 비참한 운명과도 같다. 그러던 선자에게 한 줄기 빛이 비친다.
그녀에게 다 죽어가는 환자 한 명이 찾아오게 된다. 백이삭이라는 청년 전도사였다.
일본에 사는 한인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하기 위해 가는 길에 건강이 나빠져서 영도의 하숙집에서 쓰러지게 되면서부터다.
선자의 어머니는 정성껏 그를 보살펴 기적적으로 건강이 회복된다. 이삭 전도사는 그곳에서 선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아내로 맞이하기로 결정한다.
죄인으로 영원한 절망 속에서 살 수밖에 없던 인생에 예수님께서 찾아오셔서 구원자가 되신 것을 떠올리게 한다.
믿음이 좋았던 것도, 예쁜 것도, 배운 것도 없던 선자는 미혼모의 상태에서 백 이삭의 아내가 된다. 목회자의 사모가 된 것이다. 롯이 시어머니였던 나오미의 하나님을 자신의 하나님으로 받아들인 것처럼 선자도 이때부터 남편 백 이삭의 하나님을 자신의 하나님으로 믿게 된다.
백이삭은 어떤 마음으로 선자를 아내로 받아들였을까?
그의 마음은 간음한 여인을 용서한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이었다. 오늘날 간통으로 임신한 처녀와 누가 결혼한다고 한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이다.
하지만 100년도 더 된 시대에 그것도 목사가 되기 전 과정인 전도사가 미혼모와 결혼하여 그 아이를 내 아이로 삼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백이삭은 구약성경 호세아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인다.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이 죄인을 사랑하신 사랑이라면 자신이 선자를 아내를 맞이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삭을 주례한 신 목사와 대화에서 이삭은 이렇게 말한다. “선지자 호세아는 창녀와 결혼하여 자기 자식이 아닌 아이를 양육하지 않았습니까? 주님은 자신을 배반하는 백성들을 교훈하시기 위해 호세아 선지자를 사용하셨습니다.”
미혼모였던 산자를 아내로 맞아들인 백이삭 전도사는 평양신학교를 졸업한 목회자다. 평양신학교는 끝까지 신사참배를 거부해 순교한 주기철 목사가 졸업한 학교요 한국 기독교 최초의 신학교이다.
이삭의 아버지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고 장로이며 독립운동가였다. 그는 자기의 재산을 털어 개척교회를 건축해서 섬긴 사람이었다.
백이삭의 큰형도 평양신학교를 나온 목사였다. 1919년 삼일 독립운동을 하다가 순교했다.
작가 이민진 씨는 실제로 할아버지가 평양신학교를 나온 목사였다고 한다.
파친고를 통해 작가는 길고 긴 일제 치하에서 아무도 그들을 붙잡아 줄 수 없는 상황에서 힘없는 민족을 붙잡아주었던 하나님의 강력한 사랑을 조명한다.
또한 죄의 짐을 지고 절망 속에서 신음하던 우리 인생에 찾아오셔서 십자가를 지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구원자가 되어주신 예수님의 큰 사랑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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