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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7월 3, 2024

다음세대가 위태롭다 … 극단적 다이어트에 빠진 10대

다음세대가 위태롭다 … 극단적 다이어트에 빠진 10대

(사진출처=클럽아트코리아)

163㎝인 권모(18)양은 40㎏을 목표로 1년째 다이어트를 해왔다. 최근에는 이른바 ‘물단식’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물과 소금만 섭취한 지 닷새째다. 권양은 “이번에는 물단식을 언제 끝낼지 모르겠지만 12일 동안 했던 게 최고 기록이라서 깨고 싶은 마음도 있다”며 “1년 전만 해도 61㎏까지 쪘었는데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악착같이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극단적 다이어트가 10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뼈말라’(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몸)가 되기 위해 음식 섭취를 거부하는 젊은 층이 날로 늘고 있는 추세다. ‘뼈말라’는 10대들 사이에서 비하가 아닌 선망과 부러움의 대상이다.
최근에는 찬성을 뜻하는 ‘프로(Pro)’와 ‘거식증(Anorexia)’을 합친 ‘프로아나’(pro-anorexia)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프로아나’는 거식증을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 아닌, 오히려 반가운 증상으로 여기는 것이다.
특히 10대 여학생들 사이에서 ‘프로아나’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대중매체와 소셜미디어(SNS)의 영향이 꼽힌다.
거식증에 걸렸던 10대 여성 A씨는 “미디어는 마른데 근육이 탄탄한 몸매를 가진 사람을 통상적으로 아름다운 여성으로 비춘다”며 “원래도 말랐었는데 그 모습처럼 되고 싶어서 집착하다 보니 거식증에 걸리게 됐다”고 밝혔다.
김율리 섭식장애정신건강연구소장은 “또래의 영향을 많이 받고 SNS 정보에 쉽게 몰입되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빠르게 극단적 단식을 조장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며 “미디어나 SNS를 통한 외모 지향적인 콘텐츠 노출이 느는 데 반해 상호 지지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섭식장애 발병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유명 연예인들이 방송과 SNS 등을 통해 극단적 다이어트로 단기간 체중 감량에 성공한 사례를 공유하면서 청소년들 사이에서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MBC ‘나혼자산다’에서는 배우 이장우가 3일간 물단식으로 4㎏를 감량한 모습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상에선 몸무게를 경쟁적으로 인증하는 글이나 영상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인스타그램에는 ‘물단식’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글만 1,000개가 넘었다.
엑스(X·옛 트위터)에도 “물단식을 하는데 배고픔보다 어지러움을 참기 힘들다”, “병원에서 림프샘에 문제가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물단식을 멈출 수 없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짧게는 사흘, 길게는 열흘 넘게까지도 물단식을 인증하는 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 10대 여성은 한 달 동안 물단식을 통해 운동 없이 66㎏에서 49㎏으로 감량했다며 관련 노하우를 공유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 여성은 “’친구들과 밥을 먹고 들어간다’고 가족들을 속이는 등의 방법으로 음식을 피할 수 있었다”며 “몸무게를 갖고 놀리던 남동생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이제는 내가 사람으로 보인다”고 썼다.
청소년기의 극단적 다이어트는 무월경증과 골다공증, 섭식장애 등의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육체·정신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섭식장애 진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10대 이하 여성 거식증 환자는 2018년 275명에서 2022년 1,874명으로 4년 만에 약 7배가량 늘었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건강이 아니라 외모를 이유로 하는 청소년의 다이어트는 권장하지 않고 있다”며 “대표적 다이어트법으로 꼽히는 ‘간헐적 단식’도 16시간 이상은 지양하는데 청소년들이 이를 넘겨 굶을 경우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우리 몸은 단백질과 지방 등 여러 영양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미네랄 워터와 영양제만으로 영양 결핍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했다.
10대들의 극단적 다이어트 열풍 현상은 우리 사회에 팽배한 ‘외모 지상주의’가 원인으로 꼽힌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나치게 마른 신체가 SNS 등을 통해 이상적 목표가 되다 보니 극단적 다이어트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강한 다음세대를 만들기 위해선 내적인 가치의 중요성을 알리고,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회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는 이유다.
특히 교계에서는 교회가 나서 다음세대에게 성경이 말하는 올바른 가치를 심어주자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인천의 한 중형교회에서 청년 사역을 하는 A목사는 “세상이 정한 기준이 너무 높고 터무니없어도 청년들은 그 기준을 따라가기 급급하다”며 “신앙이 있음에도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년들이 너무 많다. 교회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식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교회신뢰운동본부장은 “요즘 세대는 타인의 가치를 외적인 것에서만 찾고 있다”며 “어느 대학을 나왔고 부의 수준이 어느 정도 인지로 사람을 판단한다. 교회도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리스도인은 이 땅의 빈약한 가치를 허물고 견고하고 영원한 가치를 세우는 사람”이라며 “이를 위해 하나님께서 우리를 택하셨다. 그 소명을 갖고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속에 올바른 가치를 세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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