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국교회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1980년대생부터 2000년대 중반 세대)를 다음세대로 주목해왔다. 하지만 어느덧 시간이 흘러 밀레니얼 세대들이 30대 후반, 40대 초중반을 향하고 있다. 그러는사이 Z세대가 한국교회를 이끌 차세대로 떠올랐다.
Z세대란 통상적으로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의미한다. 나이로는 10대 중후반부터 20대 중후반 즉 교회 내 청소년부, 대학부에 해당한다.
풍요로운 경제 상황과 민주화된 사회 속에서 성장한 Z세대는 불공정·불평등·부당함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수평적 관계에 익숙하다는 특징이 있다. 또 디지털 시대에서 자라나 개인주의적이고 독립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점도 기존 세대와 구별되는 특징이다.
이런 Z세대의 특성은 신앙생활을 하며 겪는 어려움, 교회에 바라는 점,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시선 등에 있어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 “교회에 실망한 적 있어”
최근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Z세대의 신앙생활 조사 결과를 담은 ‘한국교회 트렌드 2025’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 기독교인 10명 중 7명은 교회에 실망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그 이유는 ‘기성세대의 위선’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Z세대 기독교인 68.6%는 교회 목회자, 어른에게 실망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를 모태신앙로 한정할 경우 비율은 78.6%에 달했다.
교회 목회자나 어른들에게 실망한 모습으로는 ‘위선적인 모습'(52.8%)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형식에 얽매이는 모습'(14.3%), ‘일방적 소통, 훈계'(13.7%), ‘꼰대같은 모습'(8.9%), ‘과거의 자기를 기준으로 이야기할 때'(4.7%) 순으로 조사됐다.
Z세대를 더욱 포용하고 수용하기 위해 교회가 가장 중점을 둬야 하는 부분을 물은 결과, ‘Z세대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달라’는 응답이 20.4%로 가장 많이 집계됐다. ‘수평적인 의사소통’도 20.1%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외에도 ‘교회의 적극적인 사회참여'(19.5%), ‘전통적 예배형식의 변화'(17.6%), ‘소그룹모임의 확대'(12.3%), ‘온라인의 적극적 활용'(9.2%) 등을 바란다고 답했다.
Z세대가 느낀 한국교회 개선점 ‘공공성 회복’
다음시대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연구소는 지난 2월 여론조사공정(주)에 의뢰해 전국 만 17~28세 남녀 528명을 대상으로 ‘2025 Z세대 트렌드와 한국교회’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Z세대 비기독교인 71.5%는 교회에 호감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이유로는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잃었기 때문에’가 31.6%로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언행일치가 안되는 기독교인 때문에'(29.6%), ‘교회가 이기적이고 폐쇄적이기 때문'(21.7%) 순으로 집계됐다.
Z세대 기독교인들은 한국교회의 개선점으로 ‘팽창주의 극복'(26.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사회 공공성 회복'(17.5%)과 ‘교회 공공성 회복'(6.8%)이 뒤를 이었다.
전석재 다음시대연구소 대표는 “Z세대는 공공성을 강조하는 세대로, 교회의 공공성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교회와 크리스천들이 적극적으로 사회를 향한 공적인 책임을 갖기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Z세대는 진정한 공동체에 대한 갈망이 있다”면서 “Z세대는 누구든지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그들을 위한 소통의 리더십과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직적 관계·소통의 부재로 교회 떠나
실제 Z세대 기독교인들은 교회 내 수직적인 관계와 소통의 부재, 기성세대 성도의 위선적인 모습 때문에 교회로부터 실망하게 된 경우가 많았다.
직장인 김용휘 씨(29)는 과거 코로나19로 인해 청년부 축소 개편이 진행되던 과정에서 청년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아쉬움을 느꼈다고 했다.
김 씨는 “당시 한 목회자가 장로들에게 ‘자신의 의견이 곧 청년 대다수의 의견’이라고 말했었다”며 “청년부의 일인데 당사자들에게 의견을 묻지 않고 진행하려는 것에 큰 아쉬움을 느꼈다. 그때 그 사건으로 상처받고 교회를 떠난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랑이 넘치는 교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서로 갈라지고 부딪히는 세상 속에서, 교회가 사랑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교회 안은 물론이고 밖에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을 드러내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대학생 장모 양(23)은 “청년들을 인격적으로 귀하게 여겨주면 좋겠다”면서 “가끔 다음세대들이 교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기성세대 성도들을 마주할 때마다 회의감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교회에서 다음세대를 위한 각종 행사를 진행할 때 실효성 없다고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면서 “조직 꾸리기, 재정 편성하기 등 절차적인 것에만 열중하지 말고, 다음세대가 진짜 원하는게 무엇인지 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회 내 권위적 구조 깨고 청년들 의견 들어야”
전문가들은 교회가 권위적·관료적 구조를 깨고 소통의 문화를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청년들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고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 내 의사 결정 구조의 변화가 시급해 보인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교 교수는 “현재 교회 내 청년들에게는 봉사의 의무만 있을 뿐 본인들의 권리를 주장할 기회는 부족한 현실”이라면서 “청년들에게 의결권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발언권은 줘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Z세대들은 직장에서 회식 자리를 기피하는 것처럼, 교회에서까지 윗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신앙생활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상명하복하는 교회는 공동체가 아니라 ‘관료제'”라고 꼬집었다.
이상갑 청년사역연구소 대표는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부어야 하듯, 젊은 세대의 의견이 반영되는 구조 자체를 새로 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청년이나 신혼부부와 관련된 사항을 결정할 때에는 그들과 적극 소통하고, 의견을 수렴·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