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비영리 단체 등 대부분의 사업체는 제공받은 재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교회는 아직 재정 정보를 공개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상태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12일 서울 중구 열매나눔재단 나눔홀에서 ‘2024 교회재정세미나’를 열고 교회 재정 운영 원칙과 공개 방식을 논의했다.
세미나는 ‘교회 재정 공개의 중요성과 의미, 그리고 실천적 한계’라는 주제로 열렸다. 성석환 장신대 교수와 최호윤 회계사(회계법인 더함 대표), 한용 높은뜻하늘교회 목사가 발제자로 나섰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한국교회에 일관된 재정 관리 제도나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기본틀을 갖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성석환 장신대 교수는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는 것만으로는 교회 재정 운영의 건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교회 재정 운영은 하나님 나라를 지역과 사회에 증언하고 실천하는 선교적 투명성으로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재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했을 때 뒤따르는 부작용도 있다. 교회 내부에서 특정 항목에 대한 세부 정보가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고 개척교회처럼 재정이 넉넉지 않은 경우 재정 공개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최호윤 회계사는 “재정 공개 과정에서 구성원 간의 갈등이 생길 수 있지만, 정보를 공유하고 설득하는 과정 자체가 교회공동체로서 의미가 있다”며 “더불어 같이 가는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교회의 모습”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높은뜻하늘교회가 모범 사례로 소개됐다. 교회는 매주 주보에 수입 내역을 공개하고, 분기별 결산을 재직회에서 투명하게 보고한다. 외부 감사뿐 아니라 교인들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구성, 감사회를 시행해 교회 내 재정 투명성을 높였다.
한용 높은뜻하늘교회 목사는 “재정의 공개가 교회의 건강성을 확인하는 척도가 될 수 없지만, 재정을 공개하는 게 주는 유익이 분명 있다”며 “재정 공개를 통해 확보된 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신뢰는 공동체의 신뢰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 공개는 교회의 장기적 비전을 세우고, 재정지출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일에도 도움을 준다”며 “예산 편성 내역을 통해 성도들은 직간접적으로 교회의 방향성과 의지를 알 수 있고,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2005년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경영연구원,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바른교회아카데미 재단법인, 한빛누리 등이 연합해 결성한 단체로, 한국교회 재정의 건강성 증진을 목표로 연구 결과를 교육·보급해 각 교회가 투명한 재정 운영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