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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10월 3, 2024

[박우람 교수의 과학기술] 우리는 화석연료로부터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
미국 Johns Hopkins대학 기계공학 박사
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
재미한인과학기술자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

지난 칼럼에서 우리는 핵융합 발전의 현주소를 간단히 살펴보았다. 극복해야 할 기술적 난관이 많지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연료인 수소가 비교적 구하기 쉽다는 점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되면 과연 우리는 화석연료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새로운 에너지원이 등장할 때마다 우리가 던져야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지 않으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 또한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현재 에너지 시장 전반을 훑어보자.
현재 전 세계 전기 생산의 35%를 석탄이, 22%를 천연가스가 담당하고 있다. 수력과 풍력이 각각 15%와 8%를 담당하고 있는데, 10년 전만 해도 3% 아래였던 풍력 발전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도 5% 가까이 되며 풍력발전과 함께 친환경 에너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석유는 전기 생산의 3% 정도만을 담당하고 있으며 뚜렷한 하강 추세에 있다.
원료별 비중만 보면 친환경 에너지를 위한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전기 생산량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 세계 전기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하여 지난 40년간 3배가 되었으며, 그동안 석탄과 천연가스의 비중이 크게 변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전기 생산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도 크게 증가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전 세계 석탄의 압도적인 양을 중국이 생산하고 있고, 천연가스 생산은 미국과 러시아가 1, 2위를 차지한다. 특히 중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석탄 소비 1위 국이기도 하다. 기후 협약이나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주도하는 나라가 유럽에 많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전기 생산 연료의 혁신적 변화를 과연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중국과 미국도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전 세계적 노력에 동참하고는 있다. 하지만 몇 년 전 탄소 중립 계획 ‘쌍탄’을 발표했던 중국은 석탄 생산과 소비를 급격히 줄였다가 자연재해나 에너지 원료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마다 화력 발전을 늘리면서 쌍탄 계획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미국도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는 등 정권에 따라 환경 관련 정책이 심하게 바뀌면서 세계적인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전 세계 원유 소비를 분야별로 보면, 거의 절반의 석유를 도로 이동 즉, 자동차에 쓰고 있다. 현재 자동차로 소비되는 석유의 20퍼센트만 줄일 수 있어도 전체 석유 소비의 10퍼센트를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전기도 현재는 대부분 화석연료로 만들기 때문에 전기 자동차 하나만으로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없다. 내연 기관 자동차가 전기 자동차로 대체됨과 동시에 전기를 친환경 에너지로 만들어야 한다. 요컨대, 기술 발전과 전 세계적인 합의를 통한 정책적 뒷받침 없이는 실현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석유의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노력은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석유 시장의 변화는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에 흠집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영향력과 중동의 석유는 무슨 관련이 있을까?
세계 1, 2차 대전 이후 금을 많이 확보한 미국은 1944년 연합국 통화 금융 회의를 통해 브레턴우즈 체제를 출범시켰다. 미국 달러를 세계 공용 화폐 즉, 기축통화로 만든 것인데, 미국 달러 35달러를 주면 미국은 금 1온스를 내주어야 한다는 합의였다. 금으로 바꿔준다는 약속이 있으니 전 세계는 미국을 믿고 달러를 사들여 세계 무역에 대금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베트남 전쟁과 경제 상황의 변화로 달러 가치가 급락하자 전 세계는 미국에 달러를 금으로 상환해 달라는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상환이 불가능해진 미국은 1971년 브레턴우즈 체제를 포기한다는 발표를 하며 세계 경제는 큰 충격에 빠졌다.
그로부터 4년 후, 미국과 사우디 왕실은 협정을 통해 원유 대금을 미국 달러로만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대신 미국은 사우디 왕실의 안전을 지켜준다는 협정이었다. 이른바 ‘페트로 달러’라고 불리는 체제다. 석유가 필요한 세계 모든 국가가 석유를 사기 위해 미국 달러가 필요하게 되니, 미국 달러는 다시 세계 기축통화가 된 것이다.
그런데 요사이 이러한 미국 달러의 막강한 영향력에 반기를 드는 세력이 등장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다양한 나라들과 접촉해 무역에서 중국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특히 중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신흥 경제 성장국 11개국의 모임인 ‘브릭스’에서 자체 국제 통화를 제안하는 등 미국 달러에 도전하는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는 미국으로서는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석유 시장마저 줄어들어 달러의 영향력이 줄어든다면 미국은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기술개발만으로 에너지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본질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계속 탄소를 배출하며 지구 온난화를 구경만 할 것인가, 아니면 갈아탈 다른 배를 빨리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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