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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11월 23, 2024

[홍승민 교수] “Soul Food”

홍승민 교수
필라델피아 근교의 브니엘 교회 설교목사

최근 “심야식당”이라는 일본 드라마를 아내와 둘이 함께 보았다. 심야식당은 많은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잠드는 시간인 자정부터 오전 7시까지 영업하는 특이한 식당이다. 많은 이들이 찾을 것 같지 않지만 그렇지 않다는 마스터라는 심야식당 주인의 확신에 찬 독백처럼 꽤 많은 사람들이 이 식당의 단골이 된다.

트랜스젠더인 술집 사장, 스트립 댄서, 가족 하나 없이 은퇴하여 갈 곳 없어 이 식당의 단골들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된 늙은 아저씨, 야쿠자 두목과 그 부하, 결혼하고 싶지만 결혼하지 못하고 늘 이곳에서 모이는 노처녀 세 명 등 사회에서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아니 도리어 멸시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이 집을 매일 찾는 단골이다. 심야식당이 단골들을 계속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손님들이 원하는 음식이 무엇이든 재료만 있다면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들이 주문하여 먹는 음식들에는 그들의 삶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여러 사연들이 존재한다. 바로 그 사연들이 주문한 음식과 어우러져 “심야식당”을 이끌어가는 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매 회 주인공들이 주문하는 음식들은 바로 그들의 소울 푸드이기 때문이다.

소울 푸드란 한 입 먹으면 내가 비로소 집에 왔다는 안도감과 기쁨을 주는 그런 음식이다. 한 입 먹으면 왠지 웃음이 지어지는 그런 음식,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지는 그런 음식이다. 그래서 “심야식당”에 등장하는 음식들은 대대로 이어지는 교사 집안에서 야쿠자가 된 아들이 어머니를 뵐 낯이 없어서 음식으로 그 그리움을 대신한 소울 푸드였고, 수십 년간 연락 없이 아들을 버렸던 아버지와 아들을 잇는 소울 푸드였으며, 일본 전역에서 가장 유명한 미식 전문가가 어려서 먹던 추억의 음식이었다. 이들의 삶과 사연들 속에 그 음식들은 추억이고 기쁨이고 슬픔이며, 미소 짓게 하는 소울 푸드였다. 마스터는 이 사연들을 묵묵히 들으면서 그 기억 속에 존재했던 소울 푸드를 추억과 함께 현실에서 맛보도록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드라마 내내 말없이 주문하는 음식을 훌륭히 만들어 내어 상처 입은 이들을 음식으로 위로해 주는 마스터를 중심으로 좁은 심야식당 안의 사람들은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슬퍼하며, 함께 살아간다.

“심야식당”이 주는 감동은 사회에서 보잘것없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는 점이다. 가난하고 어쩌면 누군가를 도울 수도 없는 소외된 이들이 심야 식당 안에서 다른 이들의 사연을 듣고 눈물 지으며, 힘을 모아 그들을 도우며, 마침내 복잡하게 얽히고 설켰던 일들이 해결되면 자기 일인 것처럼 기뻐한다. 심야식당 안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이 평범하지 않은 자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함께 술잔을 기울인다. 그리고 자신들의 소울 푸드를 함께 먹으며 은은한 위로를 나눈다. 평범함과 평범하지 않음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는 곳이 심야식당이다.

“심야식당”을 보면서 교회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언젠가부터 교회는 문턱이 높아진 곳이 되었다. 주변에서 소외되고 발붙일 곳이 없는 자들이 모여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그들의 인생의 고단함을 내려놓고 참 위로를 받아야 하는 심야식당이 아니라 뭔가 드레스 코드가 필요한 곳, 따뜻함보다 정확함이 필요한 곳이 되어 버렸다.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과 소울 푸드를 나누며 인생의 고단함과 추억을 이야기하는 곳보다 패스트푸드 가게처럼 금세 먹고 일어서야 하는 곳이 되어버린 것 같다. 소울 푸드를 먹으며 삶의 고됨을 말하려고 하는 이들에게 도리어 들어야 할 것들을 일러주는 곳이 되어버린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진다.

교회는 모든 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서로가 짐을 함께 지는 곳이다 (갈 3:28; 6:2). 교회는 성별과 나이, 계급과 계층 그리고 어떤 구별도 없이 그리스도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이다. 가장 평범한 자들이 평범하지 않은 자들을 품어주고 사랑하고 위로해 주는 곳이어야 한다. 하나님으로부터 소외된 주변부의 사람들을 품으신 예수를 통해 만들어진 곳이 바로 교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교회의 단골로 부름받은 자들이 교회를 찾아온 이들의 아픔과 사연을 들어주며 함께 삶을 나누어 가는 곳이다. 그래서 교회는 소울 푸드의 추억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추억의 빈 공간을 참 소울 푸드인 예수로 채워줘야 하는 곳이어야 한다. 예수를 먹고 소유하는 이들의 모임인 교회는 심야식당이어야 한다. 말없이 사연을 들어주며 소울 푸드로 참 위로를 전해주는 마스터가 우리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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