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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3월 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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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목사] 핵심가치 – 일관성/정직성 (Integrity)

안지영 목사(나눔교회 원로목사) 미드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 부교수

핵심가치 – 일관성/정직성 (Integrity)

나눔교회를 출범하면서 비전과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꼭 지켜야 할 핵심 가치를 세우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교회가 비전과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비전을 이루기 위한 사명을 어떤 가치기준을 가지고 이뤄가느냐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이 중심가치는 교회의 비전과 사명을 이뤄가기 위한 가이드라인 혹은 울타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비전과 사명의 정상에 올랐다 하더라도 세워놓은 가이드라인을 무시한 채 올랐다면 그 정상에 오름이 무의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눔교회의 여섯 가지 중심가치 중에 첫번째가 Integrity (정직성/일관성) 입니다. 교회의 행정이나 사역 전반 모든 영역에서 숨길 것이 없는 투명한 절차를 원칙으로 합니다. 그래서 누구나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의심의 그림자가 없어야 서로가 신뢰를 바탕으로 사역을 감당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혹시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감추기 보다는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 문제를 같이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교회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하게도 이 가치를 교회 식구 모두가 중요시 여겼습니다. 원칙을 따라 일관되게 움직이지 않게 되면 방향성을 잃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세상의 가치에 타협하게 되고 결국에는 하나님의 말씀의 권위를 우리들 스스로 망가뜨리게 되니까요.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 나눔교회는 누구에게나 신뢰받을 수 있는 정직성을 일관되게 밀고 나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교회가 출범하기 전 약 2년 가까이 성경공부를 하며 교회에 관한 책을 가지고 토론을 하는 동안에는 느끼지 못했던 괴리감을 교회가 시작되고 나서 감지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신뢰한다고 했던 개척 멤버들이 목회자에 대한 경계심을 보이더군요. 그게 점점 목회자와 평신도 간의 주도권 경쟁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실망감이 밀려오더군요. 선교사 생활은 현지인과 후원자들의 신뢰로 마무리했는데, 목회 현장은 완전 딴판이었습니다. 그렇게 5년여 시간이 지난 후에, 그 멤버 중 한 분이 카드 하나를 주었습니다. “지난 수년 간 목사님을 보면서 목사님의 일관된 모습에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평생 동지가 되었으면 합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처음에 나는 그 카드를 집어 던졌습니다. ‘나는 이미 상처를 받을 대로 다 받았는데, 이제 와서 이 카드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런데, 내 마음과는 달리 나는 그 카드를 집어서 침대 옆 탁자에 올려놓고 수시로 들여다 보았습니다. 나는 알았습니다. 평신도들이 목회자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컸는지 말입니다. 나도 미숙했던 게 많아서, 좀 더 지혜롭게 소통했더라면 훨씬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기에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감사한 것은 개척 멤버들이 한국으로 들어간 한 가정 외에는 나와 함께 있습니다. 이 교회 설립 정신을 가장 잘 소화해 낸 핵심 가족으로 말입니다. 잘 견뎌내 준 것에 고마운 마음입니다.
한 번은 목회자 사례비에 관한 이슈가 나와서 각 소그룹에서 토론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교회에 관한 성경공부를 하면서 나온 주제 중 하나였는데, 과거에 다른 교회에서 재정을 감당했던 집사님이 이 주제는 그냥 넘어가는 게 좋겠다는 제안을 하더군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목회자의 정체성이 무엇이며, 왜 월급이라고 하지 않고 사례비라고 하는 지, 그리고 그렇게 하게 된 침례교의 배경이 무엇인지 배우는 기회로 삼자고 했습니다. 당사자인 내가 교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목회자에게 책정된 재정에 관한 것을 그대로 공개하였지요. 그런 후에는 목회자에게 들어가는 재정에 대한 의문성 발언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신 후 지금까지 일관된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인간은 하나님을 배반하고 타락의 길을 갔고, 지금도 가고 있지만 하나님은 그런 인간을 향해 가지신 마음은 항상 변함이 없으십니다. 상황에 따라 타협하여 불의한 것도 받아들이는 인간과 달리 정하신 원칙을 손익에 상관없이 지키시는 분이십니다. 일관성이 없으면 신뢰를 쌓을 수 없습니다. 비록 손해를 보더라도 약속한 것을 지키는 사람, 비록 불리하더라도 진실을 선택하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약점을 감추지 않고 진솔하게 드러내는 사람, 바로 이런 사람을 일관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런 사람의 말은 누구나 신뢰하게 됩니다. 이런 사람이 정직한 사람이지요.
목회자는 말씀을 바로 가르치고 그 말씀에 따라 실천하는 일관성을 지녀야 합니다. 설교 따로 삶의 현장에서의 모습 따로인 경우에는 결코 목회자를 신뢰할 수 없습니다. 교회의 직분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합의한 원칙을 지키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우리는 보았습니다. 가족 간에도 일관성을 찾지 못하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일관성 (Integrity)은 나눔교회의 매우 중요한 중심가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일관성이 경직되면 융통성을 상실해 버립니다. 기계적인 일관성이 아니라, 유통성을 내포한 일관성이 되어야 하는데, 그 경계성이 참 애매모호하더군요. 그래서 유연한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준을 ‘사람을 살리는 목적의 여부’로 잡고 판단하기로 했습니다. 목회를 하는 이유가 바로 사람을 살리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유연성을 통제하기 위해서 의사 결정을 위한 모임에서의 결정 방법을 ‘전원합의’을 선택했습니다. 모임 참여자 전원이 합의에 이르기까지 논의해서 모두가 동의하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기다린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그래야 경직성과 유연성의 극단을 피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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