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하는 남편과 동역하고 있으며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에 거주하고 있다.
앞마당 정원에 있는 화분에 내 시선이 머물렀다. 언젠가 집들이 때 선물로 받은 것이라 아끼는 화분이었다. 식물이 빨리 자라는 속도에 비해 화분이 작아 보였다.
그 식물을 옮기려는데 어찌나 뿌리를 깊게 내렸는지 화분 자체가 요동하지 않았다 .화분 안에 있는 나무가 화분의 구멍 사이로 뿌리를 내려 땅속에 견고하게 터를 잡았던 거였다. 무심했던 안주인 탓에 좁은 화분 안에서 마음껏 호흡하지 못했으니 답답했으리라.
성장 속도에 맞는 화분에 옮기든지 정원에 심어 주었어야 했는데 적절한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넓은곳에 옮겼으면 마음껏 호흡하고 더 넓고 깊게 뿌리를 내리고 성장했으리라.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다 주인에게 저항이라도 하듯, 침묵 속에서 소심한 반란을 도모했던 거였다.
화분 안에 있는 식물을 마주하는 순간 어떤 물고기가 떠올랐다.
코이의 법칙은, 사람이나 동식물이 자라는 환경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는 법칙이다. 일본 잉어 중에 코이라는 신비한 물고기가 있다. 이 물고기의 특징은 작은 어항에 넣어두면 어항 크기만큼 밖에 자라지 못하지만, 커다란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두면 그에 맞는 크기까지 자라게 되고 강물에 방류하면 사람 크기만큼 자란다고 한다. 같은 물고기인데 자라는 환경에 따라 작은 물고기가 되기도 하고,대어가 되기도 하는신기한 물고기다. 코이는 성장 억제 호르몬 분비가 가능해서 물의 양과 깊이에 알맞게 자신의 몸 크기를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이가 자라는 환경과 공간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듯, 사람도 환경에 따라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과 꿈의 크기가 달라진단다.
그 식물 옆에 있는 알로에도 내 손길과 관심이 필요한 듯했다. 가까이에서 알로에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어느새 종족 번식을 이뤄 앞마당이 알로에 정원이 될 상황이었다. 정원에 있는 알로에를 화분에 옮겨 실내에 놓으려고 했다. 비슷한 크기의 알로에를 각각 크기가 다른 화분에 심었다.
시간이 지난 후 알로에의 크기와 성장 속도가 달랐다. 물의 양과 햇빛 ,자라는 환경이 같은데 자라는 속도와 크기가 다른 이유를 알았다. 바로 화분의 크기였다. 화분을 넓은 곳에 옮긴 이후로 얼마나 무성하게 자라 번식을 했는지 종족을 이뤄 정원 면적의 절반을 차지했다. 넓은 곳에 옮겨 심은 알로에는 화분의 크기만큼 잘 자랐다. 작은 화분에 심은 것은 그 화분의 크기 이상으로 더 성장하지 못했다. 화분에 옮겨 심을 때의 크기와 비슷하게 자랐다. 크기 이상으로 더이상 성장할 수없는 환경이었다. 잘 돌보지 못하고 무심하게 지나쳐온 안주인이 야속하게 느껴졌으리라. 알로에는 뿌리를 더 깊이 내리고 마음껏 성장하고 싶었을 테지만, 내가 세심하게 돌보지 못했다.
식물이나 생물도 그러한데 사람은 어떨까! 사람은 각자 자신의 용량을 가지고 있다. 용량을 감당할 수 없는데 너무 무리한 과욕을 부리면 용량이 초과 되어 부작용을 초래한다. 반면에,믿음의 용량이 큰 사람이 작은 일에 얽매이면 그 그릇만큼 클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해질 테다. 사람이든 식물이든 생명이 있어 호흡하는 것은 그릇만큼 성장하고 그릇의 용량만큼 채워질 수 있다.
그 식물 뿌리는 화분 밑에 구멍이 난 작은 틈새를 뚫고, 좁은 공간에 대한 저항이라도 하듯 화분 밖으로 나왔다. 나름대로 생존 법칙을 터득했던거였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작은 틀 안에 넣고 제도와 규율로 억누르고 억압한다면 어떤 상황이될까! 자신의 용량이 초과 되어 부작용이 있는지, 자신의 용량에 비해 너무 작은 그릇에 담겨 있는지 분별해야하리라.
화분 안에 있는 식물의 모양은 화려하지 않은 나무였지만, 오랜 시간 동안 한결같이 정원 안에서다른 식물들과 조화를 이루어 나름대로 생존전략을 실행했던 거였다. 그 나무는 화려하거나예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튼실하게 잘 자랐다. 나무뿌리가 화분을 뚫고 밖으로 나온 것은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화분 안에 있는 식물을 마주하며 생명이있어 호흡하는 것들은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돌아보는계기가 되었다.
나의 무관심으로 하나님의 일하심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은혜의통로를 차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세심하게 돌보지 못하고간과한 것은 없는지잠시 주변을 돌아본다.
사람은품고 있는 믿음의 크기만큼 성장한다.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믿음의 분량대로맡겨주신 사명을 감당하는 새해가 되길 소망한다. 나를둘러싸고 있는 모든상황과 환경이변하지 않을지라도, 모든 상황과 환경을 능히 압도하시는 하나님의 주권안에서, 참자유를 누리며승리하는 한 해가 되길갈망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나된것은 오직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하고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믿음의 그릇대로 자족하는 은혜를 누리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