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들수록 가장 걱정하는 병은 치매라고 생각된다. 당뇨와 고혈압은 약으로 다스리고 생활 습관 변화로 이겨낼 수 있지만, 치매는 병을 제거하는 치료제가 없어 증세가 호전되기를 기대할 수 없는 무서운 질병이다. 한국 ‘중앙치매센터’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이상의 고령자 가운데 치매 유병률은10%가 조금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대략 60대에는 약 1%, 70대 초반에는 4%, 70대 중후반에는 12%, 80 초반에는 21%, 85세 이상에서는 40% 정도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요즘 평균 수명이 80대 중반 정도라고 보면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선 거의 2 명중 1 명은 치매 증상을 겪게 된다는 얘기이다.
필자는 목회 현장에서 치매 환자들을 많이 경험하였다. 치매로 큰 어려움을 겪으셨던 어느 한 집사님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60 중반에 은퇴하기 전까지 그분은 법조계에 종사하셨다. 상당히 스마트하시고 내성적인 분이셨는데 7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행동이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집으로 가는 길을 가끔씩 놓치기도 하고, 사람들과의 모임 약속을 완전히 잊어 먹는 등 분명 이상한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시간이 좀 더 흘러 80이 되면서 요일과 계절도 그리고 일반적인 사건 뉴스도 이해하기 어려워 하셨다. 부부 싸움도 잦아지더니 결국 아내분이 황혼 가출을 하게 되었고 집사님은 혼자 생활을 꾸려가야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필자가 그 분을 심방하게 되었다. ‘아내분이 안 보이시네요’라고 말하자 그분은 전혀 엉뚱한 이야기를 지어내어 핑계를 대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자신의 아내가 집을 나갔다고 말씀하시며 어린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리셨다. 정말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필자가 그분께 여쭈었다 “지금 마음에 제일 간절한 소망이 뭐에요?” 그분은 “아내가 집으로 돌아오는 겁니다”라고 울먹이셨다. 참으로 딱한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재차 물었다 “정말 아내분이 돌아오시길 원하세요?” 그분이 바로 답을 하셨다. “그럼요 두 말 할 필요도 없지요!” 필자는 그분께 안방 벽에 걸린 십자가를 가리키며 말씀을 드렸다. “집사님! 이 시간부터 하나님께 기도하십시오! 아내가 돌아오게 해주시라고 생각날 때마다 기도하세요! 하나님께서 분명히 어떤 형태로든 역사하실 겁니다.” 그분은 “네 알겠습니다. 꼭 기도하겠습니다”라고 답을 하시더니 정말 그 시간부터 십자가를 향해 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도하셨다. “하나님! 제 아내가 꼭 돌아올 수 있게 해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
그렇게 1년 반이 지났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일이 생겼다. 그분의 아내가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 아내분도 성품이 많이 바뀌어서 예수님의 마음이 되어 돌아오셨다. 집을 나가보니 한편으로 편했지만 노후에 혼자 지내면서 외로움도 겪고 ‘이 나이에 이게 뭔가…’하는 자괴감도 들고 혼자 남은 영감님에 대한 자비와 긍휼의 마음을 갖고 돌아오신 것이었다. (할렐루야!) 결국 두 분은 재회하셨다. 얼마나 함박 웃음으로 서로를 맞이했는지 모른다.
필자는 확신하게 되었다. 치매 환자의 기도도 하나님은 들어주신다는 것이다. 자기 생각도 마음도 추스리기 어려운 치매환자라도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한 기도를 드리면 하나님께선 역사하신다는 사실이다.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은 볼품없는 노년의 세월 속에서도 여전히 성실하시고 신실하신 것이다.
창세기 16장을 보면 아브라함의 여종 하갈이 사래와의 갈등 때문에 광야로 도망한 장면이 나온다. 하갈이 여주인 사래를 멸시하여서 일어난 자업자득의 결과였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여호와의 사자를 통해 하갈을 위로하시고 다시 사래에게 보내며 그에게 아들이 생겨날 것을 약속하셨다. 그때 하갈이 자기에게 말씀하신 여호와의 이름을 ‘나를 살피시는 하나님’ 즉 ‘엘로이’라 하였고 태어날 아들은 천사의 명을 따라 ‘하나님께서 들으신다’는 의미의 ‘이스마엘’로 짓게 된다. 보잘 것 없는 자신을 끝까지 ‘돌보시고 들어주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너무 감사했을 것이다.
하갈 만큼이나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있던 그 집사님을 다시 생각해본다. 치매가 깊어지고 점점 볼품 없어져 가는 노인이셨다. 그러나 그 집사님을 통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돌보시고 들어주신 엘로이’ ‘이스마엘’의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인생 마지막 시간에 치매를 앓으며 홀로 남겨진 그 집사님을 끝까지 돌보신 하나님! 그리고 그의 기도를 마침내 들어주신 하나님! 우리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돌보시고 들어주시는’ 하나님을 믿고 기도하며 살아가는 분들에게 웰에이징의 행복이 함께 할 것을 확신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하나님의 돌보심을 누리는 웰에이징의 여정이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