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학술원(원장 손인웅 목사) 제62회 공개 세미나가 지난24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죽음에서 일어나는 부활 이론에 대한 대토론’이란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온신학회 회장 최태영 박사(영남신대 명예교수)가 ‘죽음에서 일어나는 부활 교리의 성경적 근거’, 이승구 박사(합동신대 석좌교수)가 논찬에서 장로교회 전통의 ‘역사적 마지막 날 부활’ 론을 펼쳤다.
최태영 박사는 “부활에 대한 교회의 전통은 ‘역사의 마지막 날 부활’로, 성도의 부활이 역사의 마지막 날, 곧 예수께서 재림하시는 때에 비로소 일어난다고 말한다”며 “성도가 죽은 후에는 잠자는 상태로 있든지(영혼수면론), 몸을 떠난 영혼이 하늘에서 하나님 얼굴을 보는 상태로 있든지(영혼불멸론) 아직 부활하지 못한 상태로 있다가 마지막 날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부활한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 박사는 “반면 ‘죽음에서 일어나는 부활’은 성도가 죽을 때 부활한다는 것, 성도의 죽음 상태가 부활임을 의미한다”며 “이 교리는교회 저변으로는 많이 알려진 것 같지 않다. 특히 장로교회는 전통적으로 영혼불멸론 사상을 믿어왔기 때문에 대다수 교인에게 여전히 낯설게 느껴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죽음에서 일어나는 부활’ 교리에 제기되는 비판들이 많지만 핵심은 성경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즉 ①성경은 죽은 자가 부활 상태가 아니라 그리스도와 함께 있다고 말하고 ②죽음에서 이미 부활했다면 마지막 날 부활한다는 성경 말씀과 충돌한다는 것”이라며 “요한복음 6:39-40, 54, 고린도전서 15:51-52, 데살로니가전서 4:16-17 등은 마지막 날 부활을 지지하지만, 마지막 날 전에 부활이 일어난다는 본문들도 의외로 많다. 가장 중요한 전거인 부활에 관한 바울의 소원(고후 5:1-8) 본문을 비롯해 예수님과 사두개인의 부활 논쟁(마 22:23-33), 부자와 나사로 비유(눅 16:19-31), 변화산 사건(마 17:1-8) 등”이라고 밝혔다.
최 박사는 “성도는 죽을 때 ‘죽음에서 일어난 부활’을 얻고 하늘에서 거룩하고 복된 삶을 살지만, 이를 지상에서는 알 수 없다. 현세와 부활 세계 사이의 질적 차이 때문에 우리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라며 “‘죽음에서 일어난 부활’과 ‘역사의 마지막 날 부활’은 은폐됐던 실재가 현현되는 관계이다. 요한계시록 21장에서 새 예루살렘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것은 상징만이 아닌 실제 현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죽음에서 일어나는 부활’은 성경 모든 본문을 모순 없이 가장 잘 해석할 수 있고,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을 가장 잘 나타내며, 그리스도인의 종말론적 희망을 가장 잘 반영하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가장 적합하며, 장례 문화 및 건전한 의료윤리에 적극 기여할 수 있고, 선천적·후천적 신체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도 가장 바람직하다”고 정리했다.
이승구 박사는 최태영 박사의 성경 주해에 대해 “변화산 사건에서 모세의 경우 죽음과 무덤을 명확히 말하고 있어, 죽을 때 부활한다는 것은 지나친 해석일 수 있다. 죽은 나사로를 살리셨을 때도, 최 박사님 해석대로면 죽어서 이미 신령한 몸을 가진 나사로가 역행해 현세의 몸을 가진 형태로 돌아온 꼴”이라며 “무엇보다 예수님은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요 10:26)’고 하셨다. 이는 믿는 자들은 지금도 영생을 누리고 있다는 뜻으로 다들 인정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박사는 “고린도후서 5장도 해석에 따라 ‘죽을 때 부활한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하는 구절일 수 있다”며 “그러나 성경에 신실한 주석가들은 소수의 그런 입장을 강하게 논박하면서, 바울이 다른 본문에서 말하는 것처럼 죽음 이후로는 벗은 상태로 있다가 재림 후 하늘로부터 오는 처소 즉 신령한 몸을 갖게 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옳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특히 ‘성도가 죽은 뒤 부활의 세계에 있지만 현세에선 은폐돼 있고 마지막 날 비로소 현현한다’는 최 박사님의 마지막 주장은, 믿는 사람의 영혼이 하나님과 함께 하늘에 있다가 예수님과 재림하실 때 부활한다는 ‘개혁교회의 전통으로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 반영돼 있는 입장’과는 다른 입장”이라며 “궁극적 질문은 성경에 근거해 개혁파 교회가 항상 주장해 온 입장을 지속적으로 따를 것인지, 아니면 좀 의아한 성경 해석을 통해 ‘죽을 때 부활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믿을 것인지 ‘이것이냐 저것이냐(either/or)’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성경에 의하면, 신자들은 죽은 뒤 그 몸은 무덤에 있어도 그 영혼은 곧바로 하나님과 그리스도와 함께 있게 된다고 한다(고후 5:8, 빌 1:21, 23). 모든 성도들은 죽으면 자신들의 부활을 기다리면서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와 함께(with Christ in the presence of God)’ 있게 된다”며
“죽은 후부터 부활까지의 상태(중간 상태)에서 불신자들은 영혼의 고통 가운데 최후의 심판을 기다리고, 신자들은 그 영혼이 그리스도와 함께 하나님 면전에서 ‘하늘’의 극한 즐거움을 누리면서도 하나님의 구속사의 온전한 진전을 기다리면서 극치에 이르기를 기다린다”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물리적 재림(physical prousia)과 함께 몸의 부활(시 73:23-25 외)과 최후의 심판을 믿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