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슬리교회
오래 전에 보았던 한국 영화 가운데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노승과 어린 동자승이 기거하는 숲 속 작은 암자가 배경입니다. 봄이 돌아왔습니다. 아이는 함께 놀 동무가 없어 무료하던 중, 숲에서 개구리와 뱀, 물고기를 잡아서 허리에 돌을 묶어 놓고서 아무리 몸부림쳐도 빠져나갈 수 없는 그 모습을 보면서 재밌어 웃음이 터집니다.
다음 날 아침, 아이는 잠을 자고 일어나는데 몸을 일으킬 수 없습니다. 몸이 무거워 일어서질 못합니다. 자기 등에 커다란 돌이 묶여 있는 겁니다. 깜짝 놀라고 무서워 노승을 부릅니다. 노승은 아이를 일으켜 세우며 “네가 어제 개구리와 뱀, 물고기에게 한 짓을 내가 다 보았느니라. 어서 가서 그 개구리와 뱀, 물고기를 찾아서 다 풀어주도록 해라. 만약 한 마리라도 찾지 못하고 죽었으면 너는 평생 그 돌짐을 마음에 지고 살아야 하느니라.”
아이는 등에 무거운 돌짐을 진 채, 어제 돌에 묶어서 던져버렸던 개구리와 뱀, 물고기를 찾아 온 숲을 헤맵니다. 급한 마음에 언덕을 구르고 넘어지며 물속을 들여다보면서 한 마리씩 찾아냅니다. 개구리와 물고기를 찾아 풀어주면서 이제 자신도 곧 돌짐을 벗을 것 같은 희망이 드는지 안도의 미소를 짓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찾아낸 뱀이 죽어 있는 겁니다. 아이는 죽은 뱀을 손에 든 채 서럽게 울음을 토해냅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저도 같이 울었습니다. “너는 평생 이 돌짐을 지고 살아야 한다.”는 노승의 선고가 이 어린 아이에게 얼마나 무서운 형벌로 다가왔을까요? 한번 지워진 돌짐을 평생 마음에 지고 살아야 하니 인생이 참 비참합니다.
영화의 이 장면이 기독교 고전 ‘천로역정’(존 번연 작)에서 모티브를 얻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천로역정’ 첫 장은 어떤 한 사람에 대한 묘사로 시작합니다. “그는 손에는 책 한 권을 들고 있었고 등에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습니다.”
무거운 짐진 자, 이것이 인간의 실존입니다. 자기보다 크고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느라 고생과 수고가 많습니다. 짐이 무거워 허리가 휘고, 가다가 병들어 쓰러집니다. 삶이 힘겹기만 할 뿐 평안과 행복이 없습니다. 종교는 어떻게 하면 짐을 지지 않을 수 있을까에 답을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미 지워진 짐을 내려놓을 방도가 없습니다. 짐진 자가 느끼는 마음의 고통을 덜어서 잠시 잊고 지내도록 도울 뿐입니다. 윤리학이나 심리학은 조금 더 수월하게 짐을 옮기는 지혜를 가르칩니다.
어떤 사람에겐 짐을 지는 대신 끈으로 묶어 끌고 가는 지혜가 있습니다. 짐을 끌다가 가끔은 쉬었다 가는 여유를 부립니다. 이 사람에겐 지혜가 있는 대신 욕심이 많아서 점점 더 짐을 많이 가져 가려고 합니다. 지혜로운 것 같으나 사실은 미련한 사람입니다. 인생의 길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기 때문에 무거운 짐을 끌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방황합니다.
어떤 사람은 아예 수레를 만들어 짐을 싣고 갑니다. 도구를 이용하는 만큼 더 많은 일을 수월하게 처리합니다. 그러다 보니 내 짐, 네 짐 다 책임지겠다고 합니다. 리더일수록 책임이 많고 짐이 무거운 법이라며 자신이 감당하겠다고 결의를 다집니다. 그러나 커지고 늘어나는 욕심 때문에 짐을 더 높이 쌓아 올리고, 그 짐을 가득 싣고 가는 수레는 위태롭기만 합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살아 왔습니까? 가족의 짐, 사업의 짐, 건강의 짐, 마음의 무거운 짐 등 수많은 짐에 허덕이며 살았습니까? 적절한 도구를 활용하여 나름 지혜롭게 대처해 왔습니까? 나는 아무 부담 없이 인생을 홀가분하게 살아 왔노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까요? 살면서 아무리 애쓴다 할지라도 어떻게 짐을 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우리 인생의 짐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껏 보아온 인생에는 모두 사람과 짐이 있고, 지혜와 능력에 따라서 짐을 옮기는 도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인생의 주인이신 예수님이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11:28)고 하셨습니다. 인생의 가장 무거운 짐은 죄의 짐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습니다.
죄의 짐을 평생 지고 살아야 하는 비참함에서 벗어날 길이 열렸습니다. 여기 당신을 위한 새로운 인생이 있습니다. 예수님 안에 당신 인생의 무거운 짐을 풀어 놓으십시오. 주님께 다 맡기고 쉼을 누리십시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모든 이들은 예수님께 올 자격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