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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12월 10, 2024

“학대 가해자 86%가 부모”…정인이 사건 4년, 아동학대 ‘여전’

2022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정인이’를 추모하며 눈물을 흘리는 시민.(사진출처=연합뉴스)

지난 8일 네 살 된 딸이 용변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발로 차 넘어뜨리고 나뒹굴게 하는 등 신체적 학대를 한 20대 아빠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폐쇄회로(CC)TV에는 아빠가 달려들자 피해 아동인 딸이 폭행당하기 전부터 방어를 위해 양손을 들어 움츠리는 모습이 담겼다.
지난달에는 생후 18개월 된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친모가 긴급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다. 친모는 평소 상습적인 유기·방임에 영양실조로 저체온 상태에 있는 아기에게 아무런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숨진 아기는 친모의 방임으로 생후 18개월이 되도록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유령 아동’으로, 아동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처럼 지난해 아동학대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은 44명에 이른다. 2020년 ‘정인이 사건’으로 아동 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아동 학대 사망자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23 아동학대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4만8,522건으로 전년(4만6,103건)보다 5.2%(2,419건) 증가했다.
정인이 사건 발생 이듬해였던 2022년을 제외하면 최근 5년간 아동학대 신고는 증가 추세다. 2019년 4만1,389건을 시작으로 2020년 4만2,251건, 2021년 5만3,932건, 2022년 4만6,103건, 2023년 4만8,522건이 접수됐다.
문제는 부모에 의한 아동 학대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학대 가해자의 86%(2만2,106건)가 부모였고, 학대도 대부분 가정에서 발생했다. 최근 5년간 학대 행위자 중 부모의 비중은 2019년 75.6%, 2020년 82.1%, 2021년 83.7%, 2022년 82.7%, 2023년 85.9%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계속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학대 우려가 있는 2세 이하 아동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 미진료 등 주요 위기 지표를 활용한 아동의 소재·안전 확인도 지속할 예정”이라며 “학대 행위자 중 부모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만큼 보다 효과적인 부모 대상 학대 예방 홍보·교육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아동 학대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전담 공무원 제도를 실시해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부모와 아동을 분리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담 공무원 한 명이 맡은 아동 학대 의심 사례가 최대 80건에 달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예방·대응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제도 마련도 중요하지만 학대 관련자 치료·교육, 사회 전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은미 서울장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대 가해자에 대한 사회적 치료와 대안적 훈육 교육을 강조하며 ‘학대의 대물림’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아동기 학대 경험은 장기적 영향을 미쳐 폭력적인 성인이 되게 한다”면서 “가정 내에서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은 아동이 자라 자녀를 학대하기 쉽다. 일차적으로 ‘부모됨’을 가르쳐 올바른 훈육법을 알리고, 학대를 저지른 경우에는 처벌뿐 아니라 심리적·정서적 치료를 제공해 학대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지현 장로회신학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아동 학대 문제에 있어 교회 역할을 강조했다. 아동학대 근절과 아동보호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아동 학대는 사회 전반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문제”라며 “교회도 학대에 대한 공적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아동에 대한 올바른 성서적 가르침을 제시해 체벌을 용인·미화하는 인식을 철폐해야 한다”며 “교회가 아동의 발달단계 특성과 요구에 대응하는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보급하고, 지역 아동보호 관련 기관과 연계해 협력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다. 지역교회가 지역 내 학대 의심 사례를 발견하면 적극 신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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