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컬럼비아 신학대학원 D.Min.
웰에이징 미션 대표
미국을 대표하는 경관 중의 하나는 ‘나이아가라 폭포’(Niagara Falls)라고 하겠다. 그런데 이 폭포의 이름이 된 ‘나이아가라’는 원래 인디언 말로 ‘천지진동의 물소리’(thunder of the water)라는 뜻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런 뜻과는 전혀 상관없는 난센스 퀴즈에 우리는 더 익숙하다. “나이 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폭포는?” “나이야 가라! 폭포” 엇비슷한 발음 때문에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고전적인 유머이다.
하지만 우스개 소리로만 들리던 ‘나이야 가라!’는 어느새 완연한 현실이 되어 우리 가운데 찾아 오고 있다. 건장한 ‘액티브 시니어’와 ‘수퍼에이저’(superagers)들이 그야말로 나이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지금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 들어가는 중이다. 평균 기대 수명은 80세를 훌쩍 넘긴 지 오래고 최근에 태어나는 아이들의 50%는 앞으로 백 세를 넘게 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런 변화 속에서 나이에 대한 의식도 바뀌고 있다. 환갑잔치라는 낱말 자체가 없어지는 분위기다. 칠순이 되신 어르신도 경로당을 피한단다. 경로당에서 커피 심부름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덕담 수준에서 오가던 ‘오래 사십시오’라는 낭만적인 인사도 주변에서 사라져 가는 것 같다. ‘잘못하면 백 살까지 산다’는 위기감과 ‘노후 준비는 잘 되셨나요?’라는 염려스러운 질문 앞에 걱정스러운 고민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요즘 유튜브(YouTube) 채널에 들어가 보면 ‘백 세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재테크 강의’가 넘쳐나고 있다. ‘오래 살기 위해서는 이만큼은 있어야 하니 준비들 잘하시라’ ‘그러니 자식들에게 재산 남길 생각들 마시고 다 쓰고 가시라!’ 이런 내용의 강의들이 예비 시니어들에게까지 조기 교육이 되고 있다.
이런 세미나 강연들은 초장수 시대를 현실적으로 대비하자는 취지에선 아주 유익한 강의라고 생각이 된다. 실제로 적절한 재정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오래 살게 된다는 것은 커다란 위기 상황이 될 수 있으므로 미리 대비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하지만 자칫 이런 강연들은 우리의 미래는 넉넉한 통장만 있으면 될 것 같은 착각과 위기의식을 불어넣을 위험이 있다. 그래서 은행 잔고에만 집착하는 물질만능주의의 의식만 심화시킬 수 있고 숭고한 인생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무지한 볼품없는 노년으로 인생을 마무리하게 만들 수 있다. 정말 안타깝고 또한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런던 경영대학원(London Business School)의 린다 그래튼 교수는 최근 ‘백 세 인생’ (The 100 Year Life)이라는 책자에서 바로 이런 맹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래튼 교수는 ‘백 세 인생’을 지혜롭게 살아내기 위해선 재물과 직장과 같은 유형 자산(Tangible Assets) 관리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진 않는 무형 자산(Intangible Assets)에도 마찬가지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무형자산에는 첫째로 지식과 기술과 같은 생산적 자산(productive assets), 둘째로 정신과 육체의 건강 그리고 활기찬 인간관계와 가족관계 등의 활력 자산(vitality assets), 셋째로 자기 발견의 지식과 새로운 것에 대한 개방성과 같은 혁신 자산(transformational assets)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충만한 ‘백 세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선 재정 관리만이 아니라 무형의 자산 관리와 투자 개발에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그랜트의 주장이다.
필자는 바로 이 ‘무형자산’이라는 개념에서 ‘초고령 사회’ 문제를 풀어가는 교회의 역할을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교회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성도들에게 말씀을 통한 가르침과 깨달음을 통해 ‘활력과 혁신의 자산’(vitality and transformational assets)을 자라게 하는 생산적인 공동체가 되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즉, 모든 성도가 말씀을 통해 영육 간의 활력을 얻어 가족과 이웃들과 행복하고 활기찬 관계를 쌓아가며, 또한 말씀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더 넓고 개방적인 세계관으로 성숙하여 가는 변화를 일으키는 교회가 되어야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인류 최초로 맞이하는 ‘초고령사회’를 선구자적으로 이끌어 가는 교회의 모습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는 이러한 교회의 미래를 위한 전략 개념으로 ‘웰에이징 미션’ (Well Aging Mission)이라는 단어를 선택하여 보았다. 이것은 65세 이상의 시니어들에게만 적용되는 성공적인 ‘노화법’을 가르치는 개념이 아니다. 젊은 사람들과는 상관없는 단어가 아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나이를 먹고 나이들어 가고 있다. 두 살배기도 나이 먹고, 스무 살도 나이 먹고, 쉰 살도 예순 살도 나이 먹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지혜롭고 신실하게 나이 들어가는, 즉 ‘웰에이징’하는 지혜를 배워가야 한다. 그래야 의미있고 건실한 ‘백 세 인생’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 전체에 걸친 ‘웰에이징’의 여정을 걸어가는 마라톤 주법이 필요한 개념이다.
그렇다면 교회는 ‘웰에이징’을 위한 어떤 커리큘럼을 개발해야 할까? 이 칼럼을 통해 여러분들과 함께 이 부분에 대한 의견들을 나눠가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