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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las
화요일, 10월 29, 2024

[안광문 목사] 환상과 현실 사이 : 환난과 고난 속에서 하나님을 의지하는 법 배우기

안광문 목사
생명샘 교회

지금은 제목조차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릴 적 들었던 가요 중에 “나성에 가면 편지를 보내세요.”라고 하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나성”이 어디인지 몰랐고, 어른이 돼서야 “나성”이 “Los Angeles”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Los Angeles는 미국에서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라는 사실 외에도 한인들의 미국 이민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징과 같다고 할 수 있지만 막상 제 개인적으로는 아무 관계없는 그런 곳입니다. 가장 최근 LA를 방문했던 것은 19년 전 – 미국 온 지 약 6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 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기회가 있으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였습니다.

지난 주중 LA에서 한인 침례교 전국 총회가 있었고, 무려 19년 만에 LA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저를 맞아준 것은 무엇보다 환상적인 날씨였습니다. 70 몇 도의 기온에 선선한 바람은 왠지 모를 힘이 나게 했고, Dallas의 가을과도 같았습니다. 거기다 가로수로 심어진 쭉쭉 뻗은 야자수는 “여기는 Dallas가 아니라 LA야.”라고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환상의 시간도 잠시, 공항을 나가자마자 살인적인 교통정체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거기다 $6대는 당연하고, $7과 $8을 넘는 Gas 가격, 비싼 음식 가격은 LA의 민낯을 보는 듯했습니다.

첫날 저녁 집회에는 아름다운 찬양을 비롯해 모든 순서가 은혜로운 시간이었습니다. 그 중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서는 “추모의 시간”이었습니다. 사역을 감당하시는 중 또는 사역을 마친 후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소천하신 많은 목사님들과 사모님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고 누구누구”라고 하는 이분들의 이름들과 사진들을 소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영광스러운 이분들이 지금 하나님의 위로 가운데 있겠구나.” “과연 나는 저 자리에 있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그동안 하나님께 불평만 늘어 놓았던 자신이 부끄러웠고, 저도 제 삶을 마감하는 순간에 그 자리에 있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게 됐습니다.

둘째 날 저녁 집회도 모든 순서가 은혜로웠습니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서는 조철수 목사님의 간증이었습니다. 조철수 목사님은 현재도 Texas McAllen에서 침례 교회를 섬기시고 있는 분입니다. 목사님은 약 17년 전에 췌장암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투병 생활 가운데에도 교회를 섬겼다고 합니다. 다행히 췌장암을 이겨낼 수 있었는데 그 후 다시 간암 판정을 받고 또다시 투병과 목회를 병행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작년 6월 목 부분에서 선암과 종양이 발견되었고, 뼈가 부러지는 골절 증상과 암이 온몸으로 퍼지는 바람에 원래 170파운드의 체중이 110파운드까지 줄어 꼼짝 못 하고 병상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고 합니다.

담당 의사는 앞으로 4개월밖에 살 수 없으니 호스피스를 알아보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목사님께서는 포기하지 않았고 항암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항암 치료 결과로 지금은 암세포가 50% 정도가 줄어들었고, 6개월 동안 멈췄던 목회 사역도 다시 시작했다고 합니다. 목사님은 지금도 보행기를 사용하고 있고 보조기구에 의존하면 1시간 정도 서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예배를 인도할 수 있도록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하였습니다. 보행기나 보조기구 없이도 예배를 인도할 수 있는 제 입에서 감사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누구든지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것이 환난과 고난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환난과 고난은 신앙생활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하나님만 의지하는 법을 배우게 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구원하시기 위해 이집트 왕자라는 권세와 능력을 사용하실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광야로 보내셔서 40년 동안 있게 하셨습니다. 모세가 이집트 왕자로 권력과 배경을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만 의지하게 하기 위해 광야 학교로 보내셨던 것입니다.

우리는 환난과 어려움 앞에서 두 가지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욥의 부인처럼 “차라리 하나님을 저주하고서 죽는 것이 낫겠습니다.” (욥 2:9)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되면 환난은 환난으로 끝나고 맙니다. 아니면, 광야 학교를 감당하는 것입니다. 환난과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을 의지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이 체질화 될 때까지, 단련되고 단련돼서 영적 뱃살이 영적 근육으로 바뀌고 단단해 질 때까지, 영적 근육이 아주 딱딱하게 굳은살로 바뀔 때까지 아주 철저하게 하나님만 의지하면서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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