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두움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만족하는 삶
요한계시록의 소아시아 일곱 교회 중 다섯 번째 교회, 사데 교회가 있었던 사데라는 도시는 BC 1,200년경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다윗의 시대가 BC 1,000년 정도니까 다윗보다 200년이나 앞선 때, 그러니까 사사 시대에 사데라는 도시가 세워졌다는 것입니다.
사데라는 도시는 금이 많이 났고 난공불락의 도시였기 때문에 고대 리디아 왕국의 수도로서 대단한 영화를 누리다가 BC 546년 페르시아 고레스 왕에게 점령을 당했습니다. 페르시아 세력이 약해진 뒤에는 그리스와 로마에 의해서 점령을 당하기도 하였고 결정적으로 AD 17년에는 엄청난 규모의 지진이 일어나서 온 도시가 초토화되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 후 티베리우스 황제가 도시를 복구했는데 이를 기리기 위해 티베리우스 사원을 건립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소아시아의 다른 도시들처럼 이곳도 신전이 있었고, “위대한 어머니”라고 불리는 “시벨레” 여신이 이 도시의 수호신이었다고 합니다.
에베소의 아데미 신전에 못지않은 어마어마한 규모였다고 합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에서는 사금을 채취했고, 모직, 방직, 염색 공업이 주업이었다고 합니다.
AD 2세기경 도덕적인 퇴폐로 사데는 완전히 몰락했고 오늘날까지도 폐허 상태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이곳에 누가 복음을 전했고 교회를 개척했는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바울이 에베소에 머물 때 여기까지 와서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개척하지 않았을까 추정할 뿐입니다.
사데 교회에 대한 예수님의 평가는 “실상은 죽은 것이다.” (계 3:1)였습니다. 죽음의 사전적인 의미는 생명의 활동이 정지되어서 더 이상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죽음은 모든 조직, 모든 세포까지 기능이 정지되어 활동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서 한쪽 팔이나 다리를 못 쓴다고 해서 죽었다고 하지 않습니다.
심장이 멈추고, 뇌가 죽고, 숨도 쉬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을 죽었다고 합니다. 이 말을 사데 교회에 적용해 보면, 사데 교회는 영적인 생명 활동이 완전히 정지되었고 교회라는 이름에 합당한 상태로 돌아올 수 없는 상태까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적인 생명은 교회에서만 예배를 드리고 하나님 말씀을 듣는 것뿐만 아니라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며 사는 삶, 날마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삶,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위해 구하는 기도가 이어지는 삶을 말씀하는 것입니다.
삶을 통해 삶의 현장에서 이 세상 가운데 빛을 비추고 참 생명을 전하는 삶을 감당하는 삶을 말씀하는 것입니다. 이런 믿음, 그리고 이 믿음이 씨앗이 되어 그런 삶을 감당할 때, 하나님께서 “살았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영적으로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사자는 죽은 동물은 먹지 않습니다. 살아 있는 동물만 사냥해서 먹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는 사자와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는 마귀도 영적으로 살아 있는 성도들만 공격합니다.
마귀는 영적으로 죽어 있는 사람들은 절대 건드리지 않습니다. 괴롭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적으로 죽어 있는 사람이나 교회에는 고난이나 핍박, 유혹, 이단의 공격 등이 있을 수 없습니다.
반대로 영적으로 살아 있는 성도들과 교회는 사탄의 유혹에 끝까지 저항하고 싸우기 때문에 핍박을 받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서머나 교회는 그렇게 200년이라는 시간을 버텨냈습니다. 반대로 사데 교회는 순교 위협이나 이단의 유혹이 없었습니다.
사데 교회는 빛과 소금이 되어 세상에 빛을 전하기보다 사데의 외곽에 위치한 많은 묘지들처럼 세상의 어두움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현실과 타협하고 형식에 치우쳐 있었습니다.
사데 교회처럼 내적으로 경건의 능력을 갖지 못하고 세상과 타협하게 된다면 그런 교회는 생명력을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우리도 영적으로 공동묘지와 같은 고요함을 누리고 죽음으로 인한 고요함을 누리고 있다면, 오히려 그게 더 문제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로 인한 활기가 넘친다고 한다면, 우리 앞에 닥친 상황이야 어떻든 간에,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영적으로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사데 교회는 살아 있다는 이름은 있지만 실상은 죽은 교회로 경건의 모양은 있지만 경건의 능력이 없는 교회의 대명사로서 기억되는 교회입니다. 불명예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데 교회가 예수님의 책망과 경고를 듣고서 회개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우리 한국 교회가 하나님으로부터 죽었다는 선고를 듣게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말 하나님을 사랑하는지, 정말 하나님 말씀대로 순종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 있다면, 그 믿음에 합당한 삶의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