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에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통해 듣던 옛날이야기들은 세월이 가도 기억 속에 남게 된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그 어린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고 또한 할아버지가 되어 그 이야기들을 다시 그들의 자손들에게 들려주게 된다. 그렇게 시대를 건너가며 전승된 이야기들은 공동체 전체가 공감하는 감성이 되고 정신이 되며 역사가 되어 구성원 전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힘을 발휘하게 된다.
예를 들자면 ‘흥부전’ 혹은 ‘춘향전’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한국인들의 머릿속에는 어떤 공통된 느낌과 이미지가 떠오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공감대를 가져다주는 이야기와 스토리들은 공동체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주고 전체 구성원들을 하나가 되게 하는 놀라운 힘을 갖는 것이다. 그러므로 견실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일을 소망한다면-그것이 가정이든 사회이든 아니면 교회이든- 모든 구성원들이 다 같이 기억하는 이야기와 스토리를 갖게 되는 일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사회심리학자 에릭 에릭슨 (Erik Erikson)은 그의 ‘인생 발달 8단계론’에서 45세에서 64세에 해당하는 중년의 시기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다음 세대를 수립하고 이끌어 가는 것에 대한 관심’이라고 말하고 있다. 말하자면 40대부터 50대에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도 중요하겠지만 그것을 뛰어넘어,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다음 세대를 양성하는 일에 이바지하는 삶을 사는 것이 그 나이에 걸맞은 ‘발달’이라는 것이다. 다음 세대를 위한 생산적인 헌신을 하는 것이 올바르게 나이 들어가는 웰에이징의 요소라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후손들 혹은 후배들에게 삶에 대한 이야기와 스토리를 남길 수 있는 사람은 순조로운 인생 발달 과정을 밟고 있는 대단히 복된 사람이라고 하겠다. 다음 세대들에게 전할 말도 없고 남길 이야기도 없는 형편이 되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 반대로 인생의 후진들에게 인생의 향방을 알리고 살아가는 지혜를 전할 수 있는 ‘나만의 이야기’가 있다면 얼마나 보람되겠는가! 한 발짝 더 나아가 그들에게 전할 믿음의 이야기와 스토리가 있다면 정말 복된 인생이라고 하겠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곱이곱이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함께 하시며 동행해 주셨다’ ‘정말 험난하고 절망적인 시간에도 이렇게 구원의 손길을 베푸셨다’ ‘하나님께 원망하고 실망해 하나님을 떠났던 시간도 있었지만 하나님께선 나를 끝까지 붙드시고 마침내 돌아오게 하셨다’ ‘하나님을 체험하고 예수님의 말씀을 깨달으며 성령의 역사하심을 이렇게 경험하였단다’ 등등. 이런 인생 경험담과 믿음의 간증들을 남겨준다면 그 이야기와 스토리는 후손들과 후배들의 마음속 어딘가에 분명히 남아 역사하게 될 줄로 믿는다.
창세기 21장을 보면 백세가 된 아브라함이 마침내 아들 이삭을 얻게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칠십 오세에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새로운 인생 여정에 들어섰던 아브라함이 우여곡절 끝에 약속의 아들을 얻게 된 것이다. 백세에 아들을 얻은 아브라함이 얼마나 기뻤을까!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기뻐하는 사람은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였다. 여성의 경수가 끊어진지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난 자신이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감춰야 했던 그녀였다. 그런데 이렇게 떡하니 아들을 낳고 보니 기쁨의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그런 중에 던진 사라의 고백이 인상적이다. ‘사라가 이르되 하나님이 나를 웃게 하시니 듣는 자가 다 나와 함께 웃으리로다’ (창21:6) 임신에서부터 출산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라의 기쁨이 느껴진다. 사람의 생각과 경험을 뛰어넘어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 사라는 분명 행복한 사람이고 다음 세대는 물론 이웃들에게 살아계신 하나님을 간증하는 복된 능력자로 기억될 것이다.
이 말씀 구절에서 얻게 되는 지혜는 이것이다 “듣는 자가 다 나와 함께 웃으리로다.”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을 체험한 사람이 전하는 스토리는 전염력이 강하다. 아들을 얻을 것이라는 말씀에 사라가 웃었던 것처럼, 이제 사라가 아들을 얻었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웃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웃음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찬송으로 울려퍼졌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믿음 안에서 웰에이징이란 사라와 같이 하나님에 대한 간증의 스토리를 이웃들에게 그리고 자녀들과 손자 손녀들에게 전하는 일이라고 하겠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하나님의 놀라운 능력을 체험한 이야기들을 이웃들에게 그리고 자녀들과 손자 손녀들에게 남기도록 하자. 틀림없이 사라의 고백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듣는 자가 다 나와 함께 웃으리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