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모두 자기를 과시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다. 분에 지나치게 비싼 차를 타고, 명품으로 몸을 치장하는 행동들은 이런 욕구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을 아까와 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것 아닌 것들에 그렇게까지 투자하는 이유는 이것이 자신을 괜찮은 사람인 것처럼 만들어 준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사람 중 다수는 그런 것들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기도 한다.
최근에 한국에 나라가 떠들썩한 사건이 생겼다. 펜싱의 여제라고 할 수 있는 남현희씨가 전청조라는 사기꾼에 의해 완전히 속은 사건이다. 남현희씨는 20년이 넘게 새벽부터 밤까지 펜싱을 하면서 수많은 상대 선수들을 분석하고 연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개 아마추어 사기꾼에게 너무 어이없게 속고 말았다. 너무 어이없게 당해 여론은 남현희씨마저 공범 아니냐는 소리가 들릴 정도이다. 아직도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무어라 단언하기는 쉽지 않지만 남씨 외에도, 피해자들이 많았는데 피해액이 언론에 발표된 것만 19억 원이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경호원까지 대동하면서 재벌3세 행세를 하는 전 씨에게 완전히 무장해제가 되어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을 보면, 돈과 명품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상상해 볼 수 있다.
성경은 이런 세상에서 낮아짐의 힘에 대해 말한다.
빌립보서 2장5절에서는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라고 말하면서 낮아지신 예수님의 마음을 품으라고 선언한다. 하나님 아버지와 동등한 예수님은 그 영광을 내려놓고 사람이 되시는 낮아짐을 선택했다.
뿐만 아니라, 십자가를 짊어지고 죽으셨다. 이러한 예수님의 낮아짐은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시는 결정적인 힘이 되었다. 낮아짐은 문제해결의 열쇠가 된다.
사사기 8장에 보면 기드온이 미디안과 전쟁 후에 하마터면 내전에 휘말릴 뻔한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 미디안과 전쟁할 때 에브라임 지파 사람들이 나중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전쟁 후 기드온이 자신들을 부르지 않았다고 불평했던 것이다. 사실 그들은 늘 불평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여호수아 때도 타 지파에 비해 받은 기업이 작다고 불평했고 사사 입다의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여로보암은 이스라엘을 남북으로 분단을 시켰는데, 그 또한 에브라임 지파 사람이었다.
기드온은 이 상황을 지혜롭게 대처한다. “에브라임의 끝물포도가 아비에셀의 맏물포도보다 낫지 않느냐”고 말했다. 포도를 수확할 때, 좋은 열매들은 초기에 나온다. 나중에 열리는 열매는 작고 맛도 없다. 기드온은 에브라임의 끝물 포도가 자신의 맏물, 초기에 열리는 포도보다 낫다고 자신을 낮추었다.
실제로 나중에 합류한 에브라임 지파는 미디안 전쟁에서 요단강의 수로를 점령하고, 두 지도자 오렙과 스엡을 잡아 바위 위에서 죽이는 전과를 이뤘다. 기드온의 입장에서 보면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것과 같은 에브라임의 행태라 화가 날수 있었겠지만 그는 전쟁의 승리를 에브라임 때문이라고 인정해 주고 추켜 세워주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에브라임처럼 고집이 세고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일수록 자기를 과시하고 싶은 욕망이 강한 사람이다.
작은 문제를 가지고 트집을 잡아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할 때가 많다. 이 상황에서 그들에게 맞서 대적하면 오히려 문제가 더 커지는 일이 많다.
해결책은 자신을 낮추는 것이다. 자신을 낮춘다는 것은 자신의 부족함과 보잘것없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자신을 과시하기보다 상대를 높여주는 태도이다.
다윗의 아내들 중에는 지혜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아비가일이 있다. 그녀는 원래 나발이라는 사람의 아내였으나 그가 죽고 나중에 다윗의 부인이 되었다. 다윗이 그녀를 아내로 삼은 것은 지혜로왔던 그녀의 처신 때문에 다윗이 큰 실수를 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윗이 쫓기던 시기에 그는 먹을 것이 부족했던 때가 있었다. 때마침 자신이 도움을 줬던 지역의 부자 나발이 양떼를 깎는 잔치를 연다고 하자,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단칼에 거절당했다.
거절뿐 아니라 모욕까지 당한 다윗은 화가 나서 군사 400을 이끌고 그의 집을 치러 나갔다. 이 소식을 들은 나발의 아내 아비가일은 속히 음식을 준비하고 다윗에게 나간다. 그녀는 얼굴을 땅에 대고 자신의 남편은 이름처럼 어리석고 불량한 사람이라고 자신과 남편을 낮춘다.
만약 당신이 보복해서 피를 흘리면 나중에 왕이 되었을 때 오점이 될 것이라는 말로 가족을 살렸을 뿐 아니라, 다윗을 피의 보복으로부터 절제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세상을 이기는 힘은 자기를 낮추는 것이다. 갈등 많은 가정 안에서 자신을 낮추는 사람이 큰 사람이다. 오랜 세월 행복하게 사는 부부들의 특징은 배우자를 높일 줄 아는 사람들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교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최근 지역에서 오랫동안 목회하셨던 목사님의 은퇴 예배에 참석했다. 소감을 말씀하시는 시간에 자신이 목회를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은퇴하시는 장로님들 때문이라고 그들을 높여주셨다.
교인들의 공이라고 하시고 아내 덕분이라고 치켜세우셨다. 마지막이 자신 때문이라는 소리에 웃음이 한바탕 쏟아졌지만, 짧은 그 고백 속에서 목사님이 어떤 모습으로 목회하셨을지를 상상해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