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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5월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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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영렬 목사] 미루는 믿음은 죄다

기영렬 목사
달라스드림교회 담임

사람들은 대부분 미루는 습관이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30초면 벗은 옷을 옷장에 걸 수 있지만 침대위에 던져 놓거나 소파 혹은 의자에 걸쳐 놓는다. 벗은 옷을 빨래 통에 넣는 것이 귀찮아 냄새나는 속옷이나 양말을 온 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자취생도 있다. 식사를 하고 설거지가 귀찮아 남은 그릇을 싱크에 쌓아두었다가 파리가 끌고 온 집안이 냄새로 가득하게 만드는 사람들도 많다. 그나마 미룸으로 인해 생기는 집안의 더러움과 냄새, 지저분함은 이해해 줄 만 하다.

어떤 사람은 꼭 지불해야 할 청구서를 다음에 내면 되지 하면서 미뤄두었다가 범칙금을 내기도 하고 세금을 미뤘다가 법적인 문제에 휘말리는 사람도 있다. 미룸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이다.

마찬가지로 신앙생활에도 이런 종류의 미룸이 성도들의 영적 생활을 더럽고 냄새나게 만들 수 있다. 많은 성도들이 매일 성경을 읽고 기도해야 하는데 다른 바쁜 일에 휘말려 성경을 읽기를 뒤로 미루고 기도를 포기한다. 대신 그 시간은 좋아하는 유투브나 틱톡을 보고 최근에 인기 있는 넷플릭스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으로 채운다. 사람이니 한두 번은 그럴 수 있지만 이런 삶이 매일 반복될 때 성도들의 영혼은 메마르기 시작할 것이고 급기야는 유혹에 쉽게 쓰러질 수밖에 없는 메마른 가지와 같은 상태가 될 것이 뻔하다. 메마른 가지는 바람에도 쉽게 부러지고 불에도 금방 타버린다.

시험에 들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라고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기 전에 제자들에게 말씀했지만 제자들은 모두 잠이 들었다. 아마 기도는 내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잡히시던 때, 저는 예수님의 제자입니다. 라고 말할 용기가 갖지 못했다. 모두 버리고 예수님을 떠나고 말았다. 수제자라 불리는 베드로는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하고 말았다. 기도를 미룸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다.

미룬다는 습관은 별것 아닌 것처럼 여겨지지만, 믿음의 승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신앙생활의 적이 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전도를 받았다. 예수님이 나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다는 것이 너무 감사해서 예수님을 믿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내가 할 일이 많으니 다음에 믿자라고 다짐했다고 가정해보자. 그가 다른 사고나 상황으로 믿음의 기회를 갖지 못한다면 영원히 구원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를 따르는 자들에게 즉각적인 순종을 요구하실 때가 많았다.

베드로와 요한은 호수에서 그물을 던지고 있었을 때 예수님의 부름을 받았다. 나를 따르라고 예수님은 명령하셨다. 다른 때도 아니고 하필 그물을 던졌을 때이다. 집에 돌아와서 한가한 시간에 말씀하셨으면 좋았겠지만 예수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예수님이 마태 레위를 부르실 때 그는 세금을 걷는 중에 있었다.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시고 갈 길을 가셨다. 레위는 결단하고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다. 제자들 중 다수는 그런 방식으로 부르심을 받고 제자가 되었다. 즉각적으로 순종을 결단하지 않으면 애초에 제자가 될 수 없었다.

누가복음 9장에는 어떤 사람이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말씀드렸다. 죽은 사람들은 죽을 사람들로 하여금 장례를 치르게 하고 너는 나를 따르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당시 장례는 40일까지 진행되는 경우도 있었기에 예수님은 즉각적인 순종의 결단을 요구하신 것이다.

두 명의 정탐꾼을 숨겨준 기생 라합은 그들이 돌아갈 때 이스라엘이 들어올 때 자신과 가정을 살려달라고 부탁한다. 붉은 줄을 창문에 내려놓으면 우리가 여리고를 칠 때 그 집안의 모든 사람들을 살려두겠다고 정탐꾼들은 약속했다. 라합은 바로 그 순간에 창문에 줄을 내려놓았다. 이스라엘이 들어오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았는데도 말이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이 아들 이삭을 바치라고 하니 바로 다음날 일찍 일어나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산으로 향한다. 사람들은 꺼려하는 일은 미루고 싶어 한다. 학생들이 제출해야 할 과제를 뒤로 미루는 일은 그 일이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설거지나 빨랫감을 미루는 것도 같은 원리다. 하물며 자식을 하나님께 바치는 일이니 얼마나 미루고 싶은 일이었겠는가? 그러나 아브라함은 즉시 순종의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열처녀의 비유에서 현명한 다섯 처녀는 기름을 준비하고 나머지 다섯 처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귀찮은 것이었다. 그 결과 신랑이 올 때 그를 맞이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니 미룸은 죄다. 미룸은 믿음의 반대 언어인 것이다.

옛날 그리스에 디베라라는 도시를 다스리고 있었던 알카아스라는 왕이 살고 있었다. 왕은 신하들을 위해 성대한 연회를 베풀 기로 결정했다. 시간이 되자 초청받은 사람들이 모두 도착했고 향긋한 술과 맛있는 요리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과 멋진 춤이 어우러져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그때 누군가 알카아스 왕에게 편지를 하나 가져왔다. 왕은 그 편지를 잠시 내려보다가, “아니야, 오늘은 흥겨운 잔치인데 편지는 내일 보자”하며 옆으로 밀어 놓았다. 잠시 후 멋진 무희들이 들어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런데 무희 중 하나가 갑자기 숨겨둔 칼을 뽑아 알카아스 왕을 향해 내리치고 말았다. 왕은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그 편지에는 자객이 무희로 변장하여 들어가 왕을 암살할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이었다. 잠깐의 미룸이 그의 생명을 빼앗기는 기회가 될 줄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인간은 내일이 있기에 소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러나 사람들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한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하루를 주신 것은 하루하루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살게 하기 위함일 것이다. 오늘 일을 다음으로 미루는 것은 내 영혼을 마르게 한다. 천하만사에 다 때가 있고 기회가 있다.(전3: 1-8) 오늘 하나님 앞에서 순종해야 할 명령이 있는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위해 지금 해야만 할 일이 있는가? 지금 실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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