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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12월 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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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목사] 교회용 제자냐, 하나님 나라의 제자냐?

안지영 목사(나눔교회 원로목사) 미드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 부교수

이민 목회 현장에서도 나눔교회 식구들과 말씀 나눔의 방식은 선교지에서 했던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함께 성경공부 하던 식구들과 새 교회를 출범시키면서 두 가지 마음이 오락가락했습니다. 하나는 이들이 성장해온 교회의 제자양육 프로그램이 유명했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잘 준비된 예수님의 제자일 거라는 기대감이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하나는, 받은 제자훈련의 성격이 내가 그려온 제자훈련과는 무언가 다른 것 같아서 우려가 되었습니다. ‘혹시 나랑 맞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염려 말입니다.
그런데 막상 교회를 시작하고 나서야 발견한 게 있었네요. 함께 시작한 식구들이 영적 전투에 투입될 수 있는 정예병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속병이 든 ‘부상병’들이었다는 현실이었어요. 이분들의 상태는 내가 선교지에 나와서야 발견했던 나의 내적 문제점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다행히 먼저 부상당했다가 회복된 경험 때문에, 그들의 부상을 일찍 알아챈 거지요. 내게 아내와 자녀들과의 관계에 금이 가 있었듯이 그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왜곡된 그림이 나의 것과 비슷했지요. 나는 이런 점들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으면 교회 안과 밖의 사역 활동은 왕성하게 할 수 있을지 모르나 동시에 영적 성숙은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보았지요. 선교지에서 내 모습이 그랬으니까요. 주님께서 목회 현장으로 부르실 때 주셨던 목회가 바로 ‘하나님과의 영적 파이프라인이 막혀 있는 것을 말씀을 통해 뚫어서 하나님과 막힘없는 교제가 일어날 수 있게 만드는’ 것임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지요.
더불어, 나는 그들의 교회관이 나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대형 교회에서 체계적으로 양육받았기에 그들이 가진 교회관은 자신들이 배우고 경험한 것이 전부라 여길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사실 이런 현상은 모든 교회에 이더군요. 특히 큰 교회에서 양육받았던 경우에 작은 교회에 가면 모든 게 어설프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교회는 이래야 된다, 저래야 된다며 작은 교회의 허술한 시스템을 지적하게 됩니다. 나도 나눔교회를 시작하면서 이런 지적을 받았지요. 그렇지만 작은 교회는 큰 교회에 비해 인적, 재정적 자원이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큰 교회의 방식을 따라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요. 제자양육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말 많은 교회가 제자 양육 프로그램을 위한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체계적으로 가르칩니다. 기초반, 중급만, 고급반으로 나눠서 그 수준에 맞는 사역을 배당하기도 합니다. 신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의 축소판이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거기에다 영적 성장을 돕기 위한 세미나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역자 반이 제자훈련 코스 등급에 따라 운영되어, 사역에 따른 훈련이 별도로 제공됩니다.
그런데 이 제자훈련 프로그램을 자세히 뜯어보니까, 거의 모두가 교회에서 봉사하기 위한 거였습니다. 교회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모을 수 있을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있더군요. 다시 말해서, 교회 성장을 위한 제자훈련 프로그램인 거지요. 다양 한 전도 프로그램과 전략이 교회에 소개되고, 그 훈련을 받도록 교회는 성도들을 격려합니다. 그 프로그램에 대한 성경적 가치를 내세우고, 그 훈련과 사역이 얼마나 복된 것인지를 강조하면서 말이지요. 소위 평신도가 목회자와 같은 사역을 하는 것이 예수님의 진정한 제자가 되는 영광을 얻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말입니다 성도들은 그런 권유를 받을 때, 그런 사역에 순종하는 것이 하나님 사랑하는 길이며, 더불어 나와 내 가정에 복이 된다고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는 거지요. 그런데 그렇게 교회 프로그램에 올인하는 동안에, 부부 사이에, 부모 자녀 사이에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형성되어, 어느 시점에 가서는 서로 간의 소통이 불가능하게 되는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그래도 주님께 충성했으니, 우리 가정을 주님께서 복 주실 거라는 믿음으로 계속 교회 사역에 충성합니다. 내가 24년 선교사로 있으면서 여러 교회를 방문하면서 이런 면을 관심있게 살펴봤는데, 교회 일에 열심을 내는 직분자들 가정에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아픈 인간관계가 해결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교회에 충성을 다했는데, 그 바람에 생겨난 그 상처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없는 거지요. 그렇다고 교회가 책임을 지는가요? 오히려 그 문제가 교회 안에서 알려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이런 문제를 목격했던 나는 새로 출범하는 교회에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교회 체제를 새롭게 구상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제자훈련은 교실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삶의 현장에서 이뤄진다”고 강조하며, 제자양육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않았습니다. 제자양육은 사역의 기술을 습득하는 자리가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말씀을 따라 순종하는 삶을 통해 우리가 예수님의 인격을 닮아가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성령의 열매를 맺어가는 과점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중에는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삶을 나누고 기도하고 격려하는 소그룹 모임과 청소년, 청년 모임 이외에는 다른 모임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주중에 있는 예배, 기도 모임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주중 저녁에는 식구들과 함께 있도록 한 거지요. 가족 안의 소통을 하라고 자리를 깔아준 거지요. 교회 식구들의 사역의 장은 교회보다 주중의 매일의 삶터에서 열려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곳이 바로 예수님의 제자로 성장해 갈 장소인 거지요. 그걸 위해 교회 공동체 안에서 배운 말씀과 삶이 세상 속에서 펼쳐질 수 있도록, 나눔교회의 미션을 “세대를 이어 제자 삼아 세상 속으로 나아가게 한다”라고 정한 것입니다.
교회에서는 믿음 좋은 사람이나 세상에서는 삐걱거리는 사람을 만들어내는 제자훈련을 과연 주님께서 좋아하실까요? 어쩌면 우리는 교회용 제자를 양산하고 있지는 않은가 정직히 돌아봐야 할 겁니다.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예수님의 제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양육하는 길을 교회가 선택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쩌면 방향을 잃어버린 제자양육이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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