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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10월 29, 2024

[강태광 목사의 문학 칼럼 (1)] “나사로는 웃었다!”

강태광 목사
월드쉐어 USA

기독교 신앙을 설명하는 많은 문학 작품 중에 저에게 최고 작품은 유진 오닐의 “나사로는 웃었다(Lazarus Laughed)!”라는 희극입니다. 유진 오닐은 평생 불행하게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작품 대부분이 비극입니다. 그런데 “나사로가 웃었다!”는 보기 드문 희극작품입니다. 막이 오르면 죽었다 살아난 나사로가 등장합니다. 무덤에서 막 나온 나사로는 햇살이 눈 부셔 우왕좌왕합니다.

세마포에서 풀려난 나사로는 웃기 시작합니다. 그 웃음은 비웃음이나 조롱이 아닙니다. 그저 즐겁고 유쾌한 웃음입니다. 그리고 나사로는 자신을 다시 살려준 예수님께 감사의 의미로 포옹을 합니다. 이어서 여동생 마르다와 마리아를 포옹해 주더니 놀란 얼굴로 둘러선 사람들을 하나씩 포옹해 줍니다. 사람들을 차례로 포옹해 주는 나사로 얼굴에 따스한 미소가 걸려 있었습니다.

나사로가 베다니 마을로 돌아갑니다. 베다니 온 마을은 난리가 났습니다. 죽었던 나사로가 살아난 것도, 나사로가 계속 웃고 있다는 것도 놀랍고 신기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나사로가 새사람이 되었다고 야단법석입니다.

구경나온 한 사람이 용기를 내서 말합니다. “죽어보니 어때요? 저 세상은 어때요? 죽은 다음 이야기를 좀 해 줘요!” 나사로는 미소 지으며 말합니다. “죽음은 없어요! 우리가 말하는 죽음은 영원한 삶으로 가는 문(Portal)에 불과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부활을 체험한 고백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나사로는 예전처럼 일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예배도 드립니다. 그런데 나사로는 늘 웃습니다. 나사로 집은 ‘웃음의 집(house of laughter)’이라는 별명을 얻고 베다니는 기쁨이 가득한 마을로 소문이 납니다.

나사로와 베다니 마을에 대한 소문이 유대 전역에 퍼집니다. 이 소문을 들은 유대인들이 나사로를 찾아와 살펴봅니다. 늘 웃는 나사로가 못마땅했던 그들은 나사로를 시험합니다. 공연히 시비를 걸기도 하고 공연히 비난합니다. 그래도 나사로는 웃습니다. 뭐라고 해도, 어떤 일이 있어도 나사로는 웃었습니다.

아무리 괴롭혀도 웃는 나사로를 보면서 약이 오른 유대인들은 로마 관원에게 알립니다. 로마 사람들도 죽음의 공포 없이 웃으며 사는 나사로를 괴롭힙니다. 그러나 나사로는 웃습니다. 급기야 나사로 집에는 파티 금지와 웃음 금지 딱지가 붙었습니다. 그래도 나사로는 웃습니다. 나사로의 소문이 자꾸 퍼져 나가고 유대 지도자들과 로마 정부 사람들은 나사로의 웃음을 싫어합니다.

연극 마지막은 로마 황제가 으리으리한 의자에 앉아 나사로를 위협하는 장면입니다. 황제가 말합니다. “네 앞에 두 가지 선택이 있다. 괴상한 웃음을 멈추거나 내 손에 죽는 것이다! 네가 선택하라!” 나사로가 여전히 밝은 미소로 대답합니다. “폐하여! 원하시는 대로 하소서! 저는 상관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죽음이 조금도 두렵지 않습니다!” 이것이 나사로의 마지막 말입니다. 부활을 체험한 나사로는 당대 최고의 실력자인 로마 황제가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희극을 쓴 극작가 유진 오닐(Eugene Gladstone O’Neill)은 현대 미국 연극의 아버지, 드라마의 아버지라 불립니다. 유진 오닐은 영미 문학사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입니다. 그는 19세기말 유랑극단 배우로 유명했던 제임스 오닐의 아들입니다. 그는 뉴욕 브로드웨이 한 호텔방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호텔방, 열차, 무대 뒤에서 성장했습니다.

유진 오닐은 1936년 노벨문학상과 네 번의 퓰리처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지평선 너머 Beyond the Horizon〉, 〈안나크리스티 Anna Christie〉, 〈기묘한 막간극 Strange Interlude〉, 〈아아! 황야 Ah! Wilderness〉, 〈얼음장수 오다 The Iceman Cometh〉(1946) 등의 걸작을 남겼고, 그의 사후에 출판된〈밤으로의 긴 여로 Long Day’s Journey into Night〉에서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이렇듯 문학적인 업적은 대단하지만, 유진 오닐의 개인적 삶은 불운했습니다. 호텔 방에서 태어나 호텔 방에서 삶을 마감했습니다. 그는 임종 직전까지도 이렇게 유랑하는 삶에 대해 한탄했다고 합니다. 초년에 아버지가 유랑 배우였기 때문에 가족 모두가 제대로 된 가정이 아닌 호텔방을 유랑하며 살았는데, 말년에는 외롭고도 쓸쓸한 모습으로 호텔방을 전전했던 것입니다.

그의 말년 삶은 더욱 불행했습니다. 말년에 소뇌 퇴행성 질환과 우울증이 겹쳐 글쓰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는 2번이나 이혼했고 외동딸 우나 오닐과도 절연했습니다. 사실 여기엔 유진 오닐의 책임이 큽니다. 오닐이 2번째 아내인 아그네스 볼튼과 이혼하면서 그들의 딸인 우나 오닐을 잘 돌보지 않았습니다. 우나는 자신을 돌보지 않은 아버지를 원망했으며 한편으로는 아버지 정을 그리워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 같은 채플린(아버지와 불과 1살차이)을 사랑했습니다.

3번의 이혼과 36세라는 나이 차이 때문에 우나 오닐과의 사랑에 소극적이었던 채플린에게 우나 오닐이 먼저 다가갔습니다. 이 결혼을 반대한 아버지 유진 오닐은 절연을 선언했지만 우나는 개의치 않았고, 결혼 후 아버지를 찾지 않았습니다. 우나는 찰리 채플린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곁을 지켰고, 8명의 자녀를 길렀습니다. 외동딸 우나와 아픈 사연은 유진 오닐의 불행을 대변합니다!

‘나사로는 웃었다!’는 희극인데다 기독교적인 색채가 강해서 대중적이지 못합니다. 그러나 신앙과 부활의 능력을 이 작품만큼 구체적으로 그린 작품이 없습니다. 부활을 체험하고 영생의 길을 아는 나사로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그는 세상의 고통에도 초연한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죽음과 부활을 체험한 나사로는 세상일이 시시했습니다. 죽음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사로는 당시 세상에서 가장 강했던 로마 황제보다 더 강했습니다. 유진 오닐은 이것이 신앙의 능력이라고 웅변하고 있습니다. 신앙은 불행을 이기는 힘입니다. 부활 신앙은 죽음의 공포를 이기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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