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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4월 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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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를 바라보는 불편한 진실

조롱과 혐오의 대상이 된 기독교 … K 컨텐츠 속 기독교 비하 어디까지?

세상이 보는 기독교에 관심 필요 … 비난보다 자성의 목소리 높여야

문화는 그 시대를 반영한다.
최근 인기를 끈 한국 드라마들의 공통된 소재 중 하나는 기독교다.
기독교를 주제로 하지 않은 영화나 드라마에 기독교인을 등장시켜 비하와 희화 웃음거리로 전락시켰다.
세상이 보는 기독교는 기득권 세력이며 세상이 보는 기독교는 부조리하고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지난 12일 에미상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오징어 게임’(감독 황동혁)에도 기독교 요소를 넣었다.
‘오징어 게임’은 456명에게 각각 참가 번호가 부여되고 게임이 시작된다.
이들 참가자 중 244번(김서현 분) 남자는 게임을 할 때마다 기도하는 기독교인으로 나온다. 참가 번호 1번 오일남(오영수 분)이 “줄다리기는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작전을 잘 짜고 단합만 잘하면 힘이 모자라도 이길 수 있다”고 하자 244번은 “우리를 구원해 주실 분은 오직 주님뿐”이라고 말한다.
또 징검다리 건너기의 순서를 정할 때 244번은 “하나님께서 이 땅에 인간을 창조하신 날은 여섯째 날이야. 하나님께서 죄 없는 순수한 인간을 창조하신 그날로 돌아가는 거야”라면서 6번을 고른다.
244번에게 기독교 신앙은 자신의 성공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오징어 게임’ 속에서 또 다른 기독교 비판의 장치는 목사의 딸로 등장하는 240번 지영(이유미 분)의 고백에서 드러난다.
“학교에 갔다가 돌아오니 엄마가 방바닥에 누워서 죽어 있었어. 그 옆에 아버지란 인간이 칼을 들고 서 있었고, 그다음으로 본 건 우리 아버지 시체. 그 옆에 칼을 들고 서 있던 건 나였고. 그 인간 직업이 목사였어. 엄마를 때리고 나한테 그 짓을 하고 나면 항상 기도했어. 우리 죄를 사해 달라고. 근데 엄마를 죽인 날은 기도를 안 하더라? 죄를 용서받지 못할 걸 알았나?”
이 고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영의 아버지인 목사는 상습적으로 아내를 폭행하고 딸을 성폭행하는 인물로 묘사됐다.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 성기훈, 게임 참가자 456번(이정재 분)은 최종 우승자가 돼 456억을 상금으로 받고 도심 길가에 버려진다.
이때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면서 전도하던 한 기독교인이 쓰러져 있는 성기훈에게 다가와 괜찮냐고 묻는 대신 “예수 믿으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금 우리 학교는’(감독 이재규)이란 드라마에서는 학교폭력이 벌어지는 장면에서 첨탑 십자가를 비추고 좀비 바이러스를 만든 과학 교사는 “미안하다. 사랑한다”라는 말을 하면서 아들을 성경책으로 죽인다.
지난 27일 기준 넷플릭스 드라마 순위 1위 ‘수리남’(감독 윤종빈)은 마약왕, 전요환(황정민 분)이 검거되는 과정을 그렸다.
‘수리남’은 남미 수리남에서 칼리 카르텔과 손잡고 마약 밀매조직을 만들어 마약왕이 된 한국인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그는 목사가 아니었다.
가짜 목사 전요환은 마약 밀매, 감금, 살인 등 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며 하나님의 뜻과 성경을 끊임없이 언급한다.

‘수리남’ 넷플릭스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 꼭 목사여야 했는가?
UT 알링턴 영상학과 전창희 교수는 윤종빈 감독과 ‘수리남’의 주인공으로 목사가 꼭 나올 필요가 있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일면을 이야기했다.
전 교수는 “드라마 제작팀은 작품의 주요 시청자를 분석하게 되는데 ‘수리남’이라는 드라마가 글로벌을 타겟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관객을 고려해야 하고 그들의 만족감을 극대화해야 한다. 20~30대가 주요 타겟이 되고 그들은 사회의 불합리한 부분에 대한 비평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사회는 기독교를 기득권 계층으로 본다. 대형교회 목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비리와 부정의 온상인 교회. ‘수리남’의 목사는 이런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해석했다.
전 교수는 “기독교가, 목사가 이런 모습으로 비치는 것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한국 기독교와 교회에 있지만 미디어 분야 종사자 중 크리스천이 많지 않다는 점도 이유가 될 것”이라면서 “기독교를 폄하하고 부정적으로 보이게 하는 컨텐츠 제작에 나를 비롯한 소수만이 문제점을 지적할 뿐 자본주의 사회 속에 소수의 목소리는 힘이 눌린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크리스천들이 미디어 종사자로 많이 나와야 한다. 미디어 산업에 들어가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에서는 교단 차원에서 투자하고 있지만 한국에는 아직까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선교지 사역처럼 영상, 드라마, 미디어 산업도 선교지라고 생각하고 이 분야에 파송을 해야 한다”고 견지했다.
전 교수는 “영화를 공부하는 500명의 학생이 중 10명만 크리스천이다. 이 학생들과 성경공부를 하고 기독교 신앙의 컨텐츠를 만들도록 독려한다. 학생들이 졸업할 때는 할리우드로 선교사를 파송한다고 믿고 기도의 시간을 갖는다”고 말했다.
사단은 미디어를 공격하고 장악한다는 전 교수는 “모든 사람이 미디어를 접하고 문화 컨텐츠를 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반기독교적인 내용을 넣을 수 있는 미디어가 사단의 무기가 됐다. 고등학생들 대상으로 한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하루 평균 14시간 동안 미디어에 노출돼 있다”면서 “이런 점을 생각해 기독교인들의 자성이 필요하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 반기독교적 작품에 비난보다 자성의 목소리를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상임대표 김영한 박사, 이하 샬롬나비)은 지난해 발표한 논평에서 “영화와 드라마 한 편으로 기독교 신앙 자체가 왜곡되거나 변질될 수는 없다”고 했다.
샬롬나비는 “기독교인들은 대중 매체에서 기독교 신앙에 대해 왜곡하는 모습들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반응하며 반기독교적 작품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다”면서 “하지만 기독교 신앙이 왜곡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우리 삶에 대해 자성하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고 피력했다.
기독교 신앙에 대한 평가를 세상에 맡길 필요는 없지만 세상이 기독교 신앙에 대해 어떻게 인지하며 인식하고 있는가에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샬롬나비의 견해다.
또한 “미디어에서 한국 기독교인의 신앙이 거론될 때 무조건 변명하려고 하지 말고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값싼 회개가 아닌 책임감 있는 진정한 회개를 해야 하며 더 나아가 한국교회는 약육강식, 황금만능주의와 생명경시 풍조를 극복할 진정한 회개, 공생, 용서, 사랑의 가치관을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기독교인을 바라보는 불편한 진실 앞에서 오늘날 기독교의 사회적 위상을 깨닫고 미디어 속 부정적 지적에 성숙한 크리스천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진영 기자 © T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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