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8 F
Dallas
토요일, 6월 21, 2025
spot_img

[안지영 목사] 열린 마음 (Openness) – ‘개방성’

안지영 목사(나눔교회 원로목사) 미드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 부교수

‘열린 마음’의 두 번째 차원은 ‘개방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들어갈 당시 파푸아뉴기니에는 약 880여개의 언어가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인구 450만에 남한의 약 다섯 배 정도 크기의 지역에 그 언어 수만큼의 부족이 흩어져 살고 있었던 거지요. 우리가 살았던 과하티케 부족 주위에도 네 개의 언어가 있습니다. 구야마늡, 무라타약, 아싸로, 랄로 이렇게 네 개의 부족이 있었지요. 두세 시간 걸리는, 계곡 반대 편에 빤히 보이는 마을이 우리가 사는 과하티케 부족어와는 딴 판의 언어를 사용하는 부족이라는 게 단일 민족으로 살아온 우리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들의 언어가 이렇게 많아진 이유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고 합니다. 다만, 추정하건데, 서로 간의 경계심 때문에 스스로 문을 걸어 잠가버린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세계 역사에 따르면, 전쟁은 상대를 정복해서 영토와 재물을 획득하는데 있는데, 파푸아뉴기니의 경우는 정복이 아니라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 주변 부족을 멀리하는 바람에 서로 간의 언어 장벽이 형성된 거라 추측해 봅니다. 이렇듯 주변의 영향력을 두려워하게 되면 저절로 자기 것을 지키려는 방안으로 외부의 연결점을 단절시켜 버릴 경우가 있는 거지요. 이럴 경우, 그 부족은 고립될 수밖에 없고, 외부의 것에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주의 한인 이민 사회는 어떤 면에서 닫혀있는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인이 많이 있는 캘리포니아와 같은 곳은 어떤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달라스의 이민 사회에서는 한 개인에 관한 말이 금방 퍼져버립니다. 이런 현상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에 관한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을 매우 꺼리게 됩니다. 자녀들에 관한 문제, 부부 문제 등등, 다른 사람들이 아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해서 그런 문제들을 집안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묻어두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인간이면 모두가 가진 자기보호 본능이기에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성향이기에 반드시 올바른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성경은 자신의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어 다른 사람들의 기도와 도움을 통해 해결해나가라고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성향을 거스르는 다른 세상, 즉 하나님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이 세상의 성향을 따른다면,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비밀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마땅한 겁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교회라는 신앙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강점, 약점을 드러내어 용납과 치유를 경험해가는 치유 공동체를 경험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또한 그렇게 자신을 드러내는 지체들을 대하는 우리들이 열린 마음으로 그 지체를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드러냄이 오히려 상처에 상처를 더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열린 마음은 성숙한 영성을 요구합니다.
나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를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이러한 열린 나눔을 통해서 다른 지체들도 맛보게 됩니다. 나의 부족함이 지체들의 용납과 기도를 통해 충만해져가는 성숙의 기쁨을 맛보게 되구요. 이런 기쁨을 경험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곳은 나눔교회에서는 ‘두레’라고 불리는 소공동체입니다. 두레 안에서 일어나는 나눔의 삶을 통해 우리는 함께 성숙해 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숨겨진 파일을 드러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더군요. 두레에서만 나눈 얘기가 두레 밖의 다른 이들이 나에 대해서 얘김하고 있는 게 들린다면 정말 속이 상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나는 교회 식구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일단 내 입을 떠난 말은 한 곳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두레에서 말할 때, ‘이건 여기서 만의 비밀이에요. 다른 데 나가면 안 돼요’라고 수차례 부탁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비밀은 다른 곳으로 새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그렇게 뒷말을 들었다고 해서 상처받지 마십시오. 다만 한 가지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은 여러분이 속한 두레원들이 여러분의 얘기를 가십거리로 얘기한 것이 아니라는 걸요. 나는 확실히 믿습니다. 두레원이 혹시 누군가에게 얘기를 했다면, 그건 여러분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으로 했을 거라는 걸.”
나는 또 한 가지 주의를 상기시킵니다. “내가 비밀로 한 얘기가 다른 곳에서 들린 것을 가지고 자신을 다른 사람들이 낮게 평가할 거라는 염려를 하지 마세요. 그걸로 여러분이 하나님의 거룩한 자녀된 신분이 무너지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나의 생얼굴이 드러났다 해서 무엇이 문제입니까? 그런 형편없는 부끄러운 나인데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잖아요? 그리고 귀하다고 해주시잖아요? 그러니 나같은 죄인을 은혜로 품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여러분을 통해서 드러나는 거라고 봐야 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지 않으면, 여러분이 속한 공동체는 진정한 ‘운명 공동체’가 될 수가 없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세우라고 요구하시는 공동체는 가면을 쓰고 괜찮은 사람인양 만나는 일반 동호회 같은 게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의 진면목이 드러나서 볼 것 못 볼 것 다 봐도, 있는 그대로 서로를 봐주는 그런 운명 공동체를 만들라고 하십니다. 그래야 우리는 이 세상을 함께 이겨나갈 수가 있습니다.”

최근 기사

이메일 뉴스 구독

* indicates requi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