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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10월 3, 2024

단역배우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

안광문 목사

성경에는 많은 인물이 등장합니다. 이를 영화에 비유한다면 다양하게 많은 등장인물, 즉 아브라함, 모세, 다윗, 엘리야, 엘리사처럼 기라성 같은 주연배우들이 나옵니다. 그리고, 영화가 주연배우를 중심으로 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것처럼 성경의 이 인물들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풀어 가고 구속사를 이어 가십니다. 영화에는 주연배우만 있는 게 아니라 조연배우, 잠깐 등장했다가 대사 몇 마디하고 사라져 버리는 단역배우, 지나가는 사람 1, 2 같이 대사 한 마디 없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엑스트라가 있는 것처럼 성경에도 이름도 잘 기억할 수조차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단역배우 말씀을 하니까, 생각나는 분이 있습니다. 90년대 말쯤인 것 같은데, 그때 제가 한국에서 다니던 교회에 연극배우 출신 전도사님 사모님이 있었습니다. 전도사님의 수입이 넉넉하지 못해서 그랬는지, 사모님이 TV Drama 단역배우로 출연하기 시작하더니, 곧잘 자주 나오셨습니다. 지금은 그분 이름도 기억할 수 없지만, 저희 식구들은 TV Drama에 그분만 나오면 그분이 나오는 그 장면만 보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 장면이 정말 짧았습니다. 어느 순간 잠깐 나와서 딱 한 마디, 그러면 끝이었습니다. 그 TV Drama 그 회차는 물론이고, 그 TV Drama 전체가 끝나도록 그 사모님은 절대로 다시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배역도 그 TV Drama 주인공과 전혀 상관없었고, 그 Drama 이야기를 풀어가는 결정적 역할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분이 나오는 그 부분을 안 본다고 해서 그 Drama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전혀 모를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식구들은 사모님이 나오기만 기다렸다가 “와! 저기 나왔다!” 마치 유명 배우를 직접 보기라도 한 것처럼 소리를 지르고 감격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분이 우리 교회 전도사님 사모님이셨기 때문입니다.

영화나 TV Drama는 모든 것이 유명 주연배우 중심이지만 성경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름조차 기억할 수 없는, 마치 단역배우 같은 인물들에게 결정적인 역할을 맡기기도 하고, 이 사람들을 통해 하나님 뜻과 계획을 이뤄 가십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을 통해 그렇게 하십니다. 제가 신학교에 다닐 때, PhD. 과정에서 공부하는 젊은 유학생 목사님들이 많았습니다. 왜 그 어려운 공부를 하냐고 물어보면, 대체로 많은 목사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전도사님은 한국에서 사역을 안 해서 잘 모르셔서 그러는데, PhD. 학위가 없으면 한국으로 돌아가서 큰 교회사역을 할 수 없어요. 큰 교회사역을 못 하면 담임 목회도 큰 교회에서 할 수 없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도 우리 교회를 큰 교회로 만들고 싶고, 그래서 사람들이 다 아는 유명한 목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불쑥불쑥 떠올리기도 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주연배우 역할을 해보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면, 성경에도 그렇게 말씀하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형 교회 목사가 되고, 대형 교회에서 사역하고, 대형 교회에서 신앙 생활을 하는 것만 성공하는 것이고, 주연배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는가? 두려워하지 않는가? 이것이 더 중요합니다.

하던 일을 다 포기하고, 하나님을 위해 헌신하고, 모세처럼 감히 아무나 할 수가 없는 위대하고 대단한 일을 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가 보든 말든,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하나님의 말씀이 어떠한 지, 과연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도하고 구하고 그대로 해야 합니다. 그것 때문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고, 손해를 볼 수 있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뭐가 바뀌는 게 있겠어? 괜히 이러다 불이익만 당하고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닐까?” 실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은 그 불이익당하고 손해 보는 그것을 하나님께서 사용하신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것을 통해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이루어 가십니다.

하나님께서는 마치 단역배우와 같은 우리의 믿음과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삶을 통해 일하십니다. 어쩌면, 우리는 단역배우와 같은 존재라고 할 만큼 내세울 것도 없고, 보잘 것도 없고, 어쩌면 그저 미미한, 대사 한마디 하고 들어가고 나면, 영화가 끝날 때까지 다시 나올 수 없는 그런 단역배우와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첫 회부터 단역배우 같은 우리가 등장하기만을 기다리셨다가 “저기, 나왔다.” 아브라함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다윗이라도 만난 것처럼 하십니다. 하나님께 있어 특별한 존재이고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되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은혜이고,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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